발행인칼럼2

제목“에이든… 너, 정말 어쩌면 좋니?” #9222022-07-23 22:48

에이든, 정말 어쩌면 좋니?”

 

에이든! 우리, 기저귀 갈까?” 저의 이 한마디에 녀석이 자리에 벌렁 드러눕습니다. 그야말로 제 눈으로 보고도 믿겨지지 않는 현실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지 엄마나 할머니가 기저귀를 갈자고 하면 눈웃음을 살살 치며 도망을 다니거나 반강제로(?) 붙들려 눕혀지면 악을 쓰던 녀석이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오후의 일입니다. 아내를 수영장에 내려주는데 , 에이든 기저귀 안 갈아줬다하는 것이었습니다. 녀석은 뒷좌석에 앉아서 지 할머니를 향해 빠이빠이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집에는 녀석과 저 단둘뿐아내가 돌아올 때까지 이렇게 세 시간 가까이를 기다려야 하나 싶다가 녀석에게 그냥 한번 툭 던져본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의외의 반응을 보인 거였습니다.

 

게다가 반바지를 내리고 기저귀를 빼려는데 녀석이 엉덩이까지 살짝 들어주는 겁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잽싸게 새 기저귀를 들이댔습니다. 기저귀가 제대로 채워지긴 한 건지, 양 옆으로 붙이는 찍찍이는(?) 잘 붙었는지모든 게 헷갈리고 당황스럽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녀석의 마음이 언제 변할지 모르는 일얼른 갈아야 한다는 일념에 서둘렀더니 진땀이 다 날 지경이었습니다. 평소에는 기저귀를 갈 때면 곁에서 녀석의 고추를 만지다가 아내나 딸아이한테 핀잔 아닌 핀잔을 듣곤 했지만 그날은 워낙 허둥대느라 녀석의 고추를 만질 여유조차 못 느꼈습니다.

 

사실은그날이 제가 난생처음으로 아기 기저귀를 갈아준 날이었습니다. 다행이 나중에 수영장에서 돌아온 아내의 점검에서도(?) 기저귀에는 이상이 없었고 자기 집에 돌아가서 살펴본 딸아이에게서도 합격점을(?) 받았으니 이제 종종 녀석의 기저귀를 갈아줘도 될 것 같습니다. , 녀석이 지난번처럼 순순히 기저귀 갈기에 응해줄 경우에 말입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참 나쁜 아빠였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단 한번도 기저귀를 갈아준 적이 없었습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우리 세대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았고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기 때문에 그 또한 만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변명에도 제가 무심한 아빠였던 사실만큼은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에이든과 함께 하면서 옛날에 제대로 못해줬던 일들이 우리 아이들에게나 아내에게나 참 많이 미안하게 다가오곤 합니다.

 

지난주에는 유독 에이든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당연히함께 지냈고 아내의 생일이었던 금요일에는 저녁 늦게까지 생일파티를 했습니다. 토요일 낮에는 친지의 결혼식장에 함께 갔고 그날 저녁에는 지 엄마 아빠가 파티에 참석하는 바람에 밤 열한 시까지 우리와 함께 있었습니다.

 

에이든은 우리 집 앞마당과 뒷마당을 예쁘게 수놓은 크리스마스 라이트 사이를 마구마구 휘젓고 다니고 싶어합니다. 아내와 저는 그렇게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녀석이 혹시라도 넘어질까 봐 따라다니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 동안 녀석은 7개월 넘게 매주 최소 4일을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지 엄마가 동생 출산을 위해 회사 일을 접었기 때문에 우리와 함께 매일매일을 함께 하는 시간은 없어졌습니다.

 

지난 화요일 아침, 지 엄마가 정기검진을 위해 병원에 가야 해서 녀석이 아침 일찍 우리 집에 왔습니다. 3일만의 재회였지만 몇 달 만에 보는 것처럼 우리는 서로를 반갑게 얼싸 안았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남짓 동안 녀석과 함께 있다가 출근을 위해 몰래 뒷문으로 빠져 나오려는데 녀석의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찌도 그리 용케도 아는지울면서 뒷문 쪽으로 달려오는 녀석을 아내가 얼른 안고 달랬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에이든, 정말 어쩌면 좋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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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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