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하는 사람은 힘들어도… #9202022-07-23 22:46

하는 사람은 힘들어도

 

도대체 저런 걸 왜 하는지 모르겠어. 시간 들이고, 돈 들이고, 몸 고생 하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매년 그 일을 합니다.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한꺼번에 하는 게 아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나눠서 한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며칠 동안 집중적으로 했는데 그러다 보니 힘도 들고 해서 생각해낸 방법이랍니다.

 

이번에도 아내는 거의 한달 동안 이 일을 했습니다. 항상 그래왔듯이 올해도 전적으로 아내가 연출과 설치를 도맡았습니다. 높은 곳 몇 군데만 힘이 돼줬을 뿐 99.99%가 아내의 작품입니다.

 

워낙 아기자기 예쁘게 꾸미는 걸 좋아하는 아내는 한국에서 살 때도 아파트 거실과 베란다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했고 시드니에 와서는 렌트를 살면서도 작은 뒷마당에 아쉬운(?) 규모의 크리스마스 라이트를 설치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 집을 장만한 200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시작했습니다. 매년 우리 집 크리스마스 라이트를 보기 위해 이웃들은 물론, 먼 곳에서까지도 사람들이 찾아왔고 우리가 이곳으로 이사를 온 후에는 한동안 많이 아쉬워했다는 후문입니다.

 

사실은 이곳에서도 항의 아닌 항의를(?) 좀 받았습니다. 9년째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있지만 지난 2년 동안은 앞마당은 하지 않고 뒷마당에만 정성을 쏟았기 때문입니다. 그랬더니 이웃들이 왜 앞쪽에는 하지 않고 당신네만 즐기느냐?’며 볼멘소리를(?) 한 겁니다. 올해에는 다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집 앞에서 즐거움을 나누고 크리스마스 캐럴도 부를 겁니다.

 

물론, 프로급으로(?) 하는 집들에 비하면 우리 집은 많이 모자라겠지만 함께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전에 살던 동네 카운슬로부터는 동네를 예쁘게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감사편지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요 몇 년 새 이런저런 이유들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 집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기료가 많이 올라서, 라이트 구입비용이 부담돼서, 설치하는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서다양한 이유들이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1년에 한달 남짓 이웃들과 기쁨과 즐거움을 함께 하기 위해 그 정도의 투자는 해야 한다는 게 아내의 생각입니다.

 

오랫동안 그 일을 해오다 보니 아내에게는 남다른 노하우도(?) 생겼습니다. 크리스마스 라이트 구입비용이 만만치 않은 탓에 아내는 그것들을 소중히 다루고 매년 다시 사용합니다. 실제로 적지 않은 것들이 구입한지 꽤 오래된 것들이고 개중에 망가져서 못쓰게 된 것들은 리폼까지(?) 합니다.

 

2미터가 넘는 키다리 꼬깔 라이트는 낚싯줄을 이용해 완벽하게 보수를 한 후 LED 라이트만 따로 구입해 새것처럼 깜짝 변신을 시켰고 못쓰게 된 가스히터 윗부분을 이용해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라이트 타워를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돌아오는 일요일부터 크리스마스를 4주 앞둔 대림시기가 시작됩니다. 아내의 꾸준한 노력과 정성으로 우리 집 크리스마스 라이트 설치가 마침내 완성됐고 모레 밤부터는 본격적으로 불을 뿜기 시작할 겁니다.

 

며칠 전 한 TV 프로그램에 미얀마 열기구 축제가 나왔습니다. 수십 개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다양한 열기구들이 거대한 불꽃과 함께 하늘로 솟아오르는 걸 보면서 전 세계에서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한 순간을 위해 1년 전부터 축제준비를 해왔고 열기구 제작에만도 몇 개월씩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저거 봐. 하는 사람은 힘들어도 보는 사람들은 저렇게 좋아하잖아.” 아내가 매년 이맘때면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온 사방에서 번쩍거리는 크리스마스 라이트에 우와!”를 연발하며 박수를 치는 에이든의 모습에서 아내는 세상에 또 없는 행복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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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