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몽글몽글 시드니? #9192022-07-23 22:46

몽글몽글 시드니?!

 

조그마한 읍내 같은 느낌시드니에 처음 와서 받았던 뜻밖의(?) 첫인상은 지금도 기억에 새롭습니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 그리고 높은 빌딩들로 대변됐던 시드니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시드니공항 자체도 생각보다 작아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우리가 첫 둥지를 틀었던 캠시까지 가는 길에 비쳐진 시드니의 모습은 그저 작고 평화로운 시골마을 정도로 다가왔습니다.

 

동네의 중심지라는 곳들도 좁은(?) 길 양 옆으로 늘어선 1층 혹은 2층짜리 옛날 건물들이 상가를 이루고 있었고 뒤쪽의 주택가도 일부 유닛들을 제외하면 거의가 키 작은 하우스들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짐작했던 모습들과는 많이 달랐지만 한국의 읍내 정도의 작은 규모들이 정겨웠고 동네 여기저기에 들어서 있는 크고 작은 나무들도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상 깊은 모습이었습니다.

 

시드니에 온지 1년 반쯤 됐을 무렵, 한 지인이 집을 샀다고 해서 놀러 간 적이 있습니다. 캠시의 3베드룸짜리 아파트였는데 아직 이사를 하지 않아 빈집 상태인 그 집 4층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너무너무 예뻤던 기억이 납니다. 그 아파트를 빼고는 주변이 모두 하우스였고 크고 작은 나무들이 중간중간 몽글몽글들어 있어 참 귀엽고(?)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나는 언제쯤이나 다시 내 집을 가질 수 있을까? 아니, 이곳 호주에서 내 집을 지니고 살 수 있기나 할까?’ 한국에서의 찌질한 처신 때문에 집을 통째 날려먹고 온지 얼마 안됐던 터라 그 지인의 집을 보며 참 많이 부러워했습니다.

 

당시 아내는 길을 지나다가도 하우스 앞마당에서 아이들과 강아지가 뛰놀고 있고 엄마 아빠가 꽃밭에 물을 주는 모습을 보면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곤 했습니다.

 

던다스에서 이스트우드로 들어오는 길공사가 한창인 10층도 훨씬 넘어 보이는 커다란 아파트가 시야를 확 가로막고 다가옵니다. 그것도 작은 길을 사이에 두고 두 채가 나란히 서서 열심히 키 자랑, 덩치 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모르긴 해도 그 옆에 있는 이스트우드 쇼핑센터도 머지 않은 시일 내에 그 아파트들보다 훨씬 높은, 어쩌면 20층도 넘는 대형쇼핑몰로 변신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필요에 의해 건물들이 대형화 고층화 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요즘은 어지간한 큰길 쪽으로는 대형건물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들어서고 있습니다. 4, 5층짜리 아파트는 기본이고 10층 또는 그 이상을 넘나드는 대형 주상복합 건물들도 찾아보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는 캠시에서 벨모아로 넘어가는 캔터베리 로드에 끝이 안 보이는(?) 공사현장이 펼쳐져 있었고 노스미드 쪽에는 언제 지어졌는지 모르는 15층쯤 돼 보이는 대형 아파트가 눈앞을 가리고 있어 깜짝 놀란 적도 있습니다. 스트라스필드 진입로 부근 파라마타 로드에 키다리, 뚱뚱이 건물들이 생긴 것도 꽤 오래 전의 일입니다.

 

이미 많은 지역에서 하우스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아파트나 유닛 혹은 빌라 등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고층 건물들은 나름대로의 마천루를 형성하며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주겠지만 왠지 몽글몽글 예쁜 그리고 조금은 촌스러웠던, 읍내 같은 시드니의 모습들이 문득문득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시드니 생활 16년을 꽉 채운 지금, 앞으로 16년 후 시드니의 모습은 또 어떻게 변할지 궁금합니다. 한번 잔디를 깎으려면 세 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하고 앞마당과 뒷마당에 물을 주는데도 매일 한 시간은 족히 필요한 하우스 생활하지만 아내와 저는 그 속에서 몽글몽글한즐거움을 느낄 수 있음에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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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