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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쌈채소에 명란젓과 강된장을 얹어서… #9152022-07-23 22:44

쌈채소에 명란젓과 강된장을 얹어서

 

우리 집 텃밭에서 자란 100% 유기농 채소들로 식탁이 풍성해졌습니다. 상추와 갓을 비롯한 다양한 쌈채소에 명란젓과 강된장을 얹어서 싸먹는 맛은 그야말로 일품입니다.

 

아내가 모종을 심거나 씨를 뿌려 키워낸 각종 채소들이 우리 집 뒷마당을 본격적으로 푸르게 푸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쌈채소들 외에도 쑥갓, 근대, 한국부추, 방풍나물, 복초이, 매콤한 겨자 맛의 와사비상추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제 곧 깻잎, 오이, 고추, 호박, 시금치, 토마토, 국수호박수많은 채소들도 치열한 자리다툼을 할 겁니다. 우리 에이든을 위한 딸기는 벌써부터 빨갛게 익어서 우리를 기쁘게 해주고 있고 녀석이 좋아하는 블루베리도 조그맣게 그 모습들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무화과도 놀랄만한 속도로 개수를 늘려가며 커지고 있고 몇 주 전에는 비파를 잔뜩 따서 비파청을 담갔습니다. 우리 집 뒷마당 자카란다도 이제 위에서부터 보라색 눈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아내와 저도 바빠졌습니다. 앞뒤 마당에 물주는 일부터 시작해서 사과, 복숭아, 오렌지, 레몬, 라임, 석류, , , 무화과, 비파, 포도, 복분자, 블루베리, 귤 등 과일나무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우리는 특히 딸기와 블루베리가 얼른얼른 많이많이 달리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눈을 찡긋찡긋하며 그 예쁘고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맛있게 먹는 에이든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앞마당과 뒷마당 잔디를 깎았습니다. 한번 시작하면 세 시간은 기본인 중노동이지만(?) 잔디를 깎고 난 후의 상쾌함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갓 이발을 하고 나온 것처럼 깔끔해진 잔디를 보며 구워먹는 삼겹살 그리고 거기에 곁들이는 소주 몇 잔은 매번 느끼는 거지만 왜 그렇게 맛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원관리와 텃밭관리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두 가지 공공의 적은 속된 말로 짜증 지대로입니다. 지겹게 달라붙는 파리와 이름 모를(?) 잡초 떼가 그 원흉입니다.

 

그 놈의 파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눈, , , 입을 끈덕지게 공격하는데 손으로 쫓아도 도망도 잘 안 갑니다. 폭신폭신 예쁘게 자란 잔디 위는 물론, 텃밭이며 꽃밭 할 것 없이 온 사방을 뒤덮는 잡초 또한 대책이 안 섭니다. 작년에 이베이에서 구입한 제초제로 어느 정도 자취를 감춘 듯싶었는데 올해는 그 개체수가 훨씬 많아졌습니다.

 

여느 잡초들은 그냥 뿌리까지 쑥 뽑히는데 비해 이것들은 워낙 독종인지라 뿌리를 잘 내주지 않습니다. 뽑아내려 해도 중간에 뚝 끊어지기 일쑤이고 호미로 주변을 파보면 작은 알처럼 생긴 뿌리들이 수도 없이 달려나옵니다.

 

어지간한 제초제로는 어림도 없는 이것들은 번식력도 대단할뿐더러 그 주제에(?) 꽃까지 피워냅니다. 지난 주말에는 이 지겨운 잡초들 때문에 앞마당 화단에 두꺼운 비닐을 덮는 고생을 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나 동식물의 세계에서나 남한테 피해를 주며 사는 존재들 때문에 골치가 아픈 겁니다.

 

지긋지긋한 파리와 독버섯 같은 잡초 때문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지만 정원관리나 텃밭관리를 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늘 즐겁고 행복합니다. 짜증나는 존재들은 그냥 그러려니치부하고 우리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는 에이든이 지 할머니랑 앉아서 놀 수 있는 예쁜 그네를 뒷마당에 넣었습니다. 그네를 타다가 자카란다 꽃잎으로 뒤덮인 보랏빛 잔디 위를 바쁘게 뛰어다닐 녀석의 모습이 벌써 오버랩 됩니다. 이제 날씨가 조금만 더 따뜻해지면 우리 집 뒷마당 데크에는 에이든 전용 풀 (Pool)도 들어서게 됩니다. 우리의 행복도 당연히 그 크기를 더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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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