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1등 비결은… “처음처럼 한 박스 주세요.” 언제부터인가 우리 집 소주가
‘참이슬’에서 ‘처음처럼’으로 바뀌었습니다. 솔직히 한국에 있을 때 우리에게는 ‘소주 하면 참이슬’이 정답이었습니다. ‘진로’라는 이름으로 소주업계를 평정해온 ‘두꺼비’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나무’ 그림이 선명한 ‘참이슬’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나서도 난공불락,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처음처럼’은 ‘경월소주’에서 진화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경월소주는 흔히 ‘군바리 소주’로도
통했고 군인들 사이에서는 짓궂게도 그 소주 이름을 거꾸로 부르는 게 유행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좀 미안한 표현이지만… 경월소주는 그냥 강원도 소주일뿐
이른바 ‘전국구 소주’로는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했습니다. 그랬던 것이 두산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그린소주’로 이름이 바뀌었고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어느 정도의 이미지 쇄신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처음처럼’이라는 ‘기가 막힌 이름으로’ 거듭난
이 소주는 무서운 속도로 참이슬을 추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소유주도 롯데로 바뀌어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아이들이 “지금은 처음처럼이 대세야”라고 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처음처럼이 더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지난해 한국에 가서 보니 처음처럼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실제로 신경 써서 맛을 비교해봐도 그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없었습니다. 어떠한 노력과 비결이 있었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도저히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소주업계 대란이(?) 벌어진 것입니다. 퀄리티도 그렇지만 처음처럼이라는 이름도 톡톡히
한몫을 한 것 같습니다. “처음처럼 값이 좀 올랐습니다.” 20병 들이 한 박스에
186불, 참이슬과 불과 3불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겁니다. 얼마 전까지는 참이슬에 비해 눈에 띄게 가격이 쌌는데 ‘이젠 한판 붙어볼 만하다’는 판단이 선 모양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우리 앞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문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빨간딱지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주황색 봉지로 상징되던 ‘삼양라면’이 그것이었습니다. 생긴 건 꼬불꼬불 이상한데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기막힌 맛을 선사하면서 삼양라면은 절대강자로 군림해왔습니다. 이후 여러 개의 라면회사들이 생겨났지만 모두들 삼양라면의 아성을 깨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들 중 가장 강력한 도전을 펼친 것이 롯데라면이었는데 그들에게도 삼양라면을 꺾을 만한 묘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삼양라면이 우지파동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롯데라면이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컨셉으로 ‘농심라면’을 내놓으면서부터 라면업계의 역전은 시작됐습니다. 거센 돌풍을 일으킨 농심라면은 회사이름을 아예 롯데공업에서 농심으로 바꾸게 만들었고 마침내 세기의
걸작(?) ‘신라면’으로 라면업계 정상의 자리에 올라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절대로 바뀔 것 같지 않았던 라면업계 1등 자리를 빼앗은
농심도 그렇거니와 아직은 참이슬과 적지 않은 시장점유율 차이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철옹성 같았던 소주업계 정상 자리를 넘보는 처음처럼 또한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뼈를 깎는 노력이 따랐을 것입니다. 한국 SBS TV ‘생활의 달인’을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저게 가능할까?’ 싶어 입이 잘 안 다물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분야에도 각고의 노력 없이 가격덤핑이나 하이에나 근성으로 업계의 질적 저하, 공도동망의 빌미를 제공하는
사람들 대신 진정한 ‘달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더욱 커지는 요즘입니다. ********************************************************************** 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