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전용 영화관과 Pool? #9162022-07-23 22:45

전용 영화관과 Pool?!

 

녀석에게 전용 영화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좋아하는 동영상들을 유튜브를 통해 보면서 맛있는 과자도 먹고 시원한 음료수도 마십니다. 가끔씩은 노래를 흥얼대고 율동을 따라 하기도 합니다.

 

모두 지 할머니 덕분입니다. 아내는 얼마 전 한국에서 자동차 조수석 시트 뒷면 맨 위에 녀석의 눈높이에 맞춰 모발폰을 끼워놓고 그 아래로 간이테이블에 음료수 꽂이까지 갖춰져 있는 희한한(?) 물건을 하나 샀습니다.

 

그렇게 에이든은 지 할머니 뒷자리에서 지가 좋아하는 동영상을 즐기며 여행을(?) 합니다. 아내는 그런 녀석의 모습이 예쁘고 좋아서 더더욱 녀석을 데리고 나가려 합니다. 실제로 룸 미러로 보이는 녀석의 표정은 아주 많이 귀엽고 행복해 보입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에는 또 하나의 이상한(?) 물건이 우리 집 뒷마당 데크에 설치됐습니다. 아내가 지난해에 쓰던 건 너무 크고 단순하다며 에이든을 위한 물놀이용 간이 풀 (Pool) 하나를 또 산 겁니다.

 

이번 거는 호주 내에서 샀는데 위에서 물이 쏟아져(?) 내리고 그 안에서 미끄럼도 타고 공 던지기, 링 던지기 등 다양한 놀이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다 늦은 저녁시간에 그걸 설치하느라 고생을 좀 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수동식 펌프로 일일이 바람을 불어넣어야 했기 때문에 온몸이 금세 땀에 젖었습니다. ‘내가 이러려고 할아버지가 됐나…’ 하는 자괴감이 들 뻔도 했지만 그 안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길 녀석의 모습을 떠올리며 바보 같은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둑어둑해지는 시간까지 그걸 붙들고 씨름을 했습니다.

 

평소에는 뭘 하나 사려해도 이것저것들을 신중히 재고 따진 후 결정하는 아내가 어찌된 일인지 에이든 거라면 무조건, 무조건입니다. 지 엄마가 결혼 전에 쓰던 방은 이미 오래 전 녀석의 놀이방으로 변신을(?) 했는데 그 안은 각종 장난감들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뒷마당 데크도 녀석의 물놀이공간이 돼버린 겁니다. 굳이 카페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대형 전동개폐식 어닝을 데크 위에 설치한 것도 다 녀석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뒷마당 잔디 한쪽에는 녀석이 놀 수 있는 모래놀이 공간이 마련돼 있고 그 옆에는 그네까지 자리잡았습니다.

 

아내는 어디를 가든 장난감 코너만 보면 정신이 없습니다. 자동차를 특히 좋아하는 녀석을 위해 여러 가지 자동차를 사다 준 탓에 녀석은 지금 자동차 부자가(?) 됐습니다. ‘아직은 좀 빠를 것 같다는 소심한 저의 만류에도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자동차들까지도 이미 녀석의 소유가 돼 있습니다.

 

하지만 입으로 ~소리를 낼 줄 몰라~’ 하며 자동차를 굴리며 노는 녀석을 보면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런 저에게 요즘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아내가 벤츠 마크가 선명한, 실제로 아이들이 타고 운전도(?) 할 수 있는 어린이용 자동차를 욕심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 거는 별로 예쁘지가 않아 한국에서 사서 배달 시켜야겠어라는 아내의 이야기에 저는 아직 이든이한테는 좀 빠르지 않을까? 그리고 그걸 타려면 올림픽공원 같은 데로 가야 할 걸? 잔디에서는 못 탈 텐데…” 하며 또다시 소심한 반항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분명 그 차를 살 것이라는, 그것도 되도록 빨리 살 것이라는 사실을 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제 30개월을 꽉 채운 녀석은 점점 번잡스러워지고 때론 버거워지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눈웃음이 가장 매력적인 녀석은 아이스크림이 더 먹고 싶어서 아찌! 아찌!” 하며 냉장고 문에 매달리다가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바닥에 누워 떼를 쓰곤 합니다.

 

하지만 녀석이 아무리 예쁘고 소중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법녀석도 우리의 그런 방침을(?) 잘 알고 있어 금세 떼쓰기를 멈추고 쾌활하게 뛰어다닙니다. 주말 동안 녀석과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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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