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밤의 행복 그리고 소원 빌기 “자기야, 신기하지 않아? 우리한테서 시작돼서 이든이까지 생겨난 거 보면 말이야….” 며칠
전, 자동차놀이 삼매경에 빠져 있는 에이든을 바라보며 아내가 문득 던진 이야기입니다. 신기하다 밖에요. 열아홉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이 세상에 어머니와 저, 단둘뿐이었습니다. 두 분
모두가 이북출신이시라서 가족들이 다 북한에 계셨던 터라 2대독자인 저는 늘 외롭게 지냈습니다. 특히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는 쓸쓸히 차례를 지내고 나서 어머니와 둘이 떡국이나 송편을 먹어야
했습니다. 가족, 친척들로 와글와글 하는 이웃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꼭 남녀 형제들이 많은 집으로 장가 가야지. 그래서
장인 장모와는 물론이고 처형, 처제, 처남들이랑도 친형제처럼
지내야지….’ 제가 늘 입버릇처럼 되뇌었던 이야기입니다. 아내가 생기고 우리 두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저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는 생각에 참 많이 좋고 행복했습니다. 물론, 일 때문에 늘 바쁘고 남의 편(?) 돼주느라 소중한 가족들에게 충실하지 못했던 젊은 날의 아쉬움과 미안함은 지금도 고스란히 존재하지만 말입니다. 지난주 수요일 밤도 1차 기사마감 때문에 별채에서 거의
뜬눈으로 지새우다시피 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쯤 눈을 붙였을까 싶은 상황에서 목요일 아침이 됐는데
잠결에 어렴풋이 ‘콩콩콩콩’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아 잠시 뒤척이고 있는데 어쩐 일인지 에이든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 무슨 일이지?’ 후다닥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녀석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자신을 할머니에게 맡기고 출근길에 오르려는 지 엄마를 향한 아쉬움을 그렇게 표시하고 있던 녀석은
저를 보더니 와락 달려들어 안깁니다. 이미 지 엄마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이런 녀석을 어찌 안 예뻐할 수 있겠습니까? 수요일 저녁에는 우리 가족 여섯 명, 아니 일곱 명이
우리 집에 모였습니다. 추석이라고 아이들이 와규를 비롯해 이것저것 음식을 준비해서 맛있고 행복한 저녁시간을
만든 겁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드는 생각은 고마움 그리고 행복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어머니와 단둘뿐이었던 한없이 외로웠던 시절에서 이제 12월이면 우리 가족은 일곱
명이 됩니다. 이보다 더 행복하고 신기한 일은 없을 듯싶습니다. 딸아이 부부가 들고 온 예쁘고 맛있는 한과세트, 무심한
아들녀석이 아무 말 없이 슬그머니 놓고 간 쇼핑백 속의 French Brandy 한 병. 요란스럽지는 않아도 착한 마음씨를 가진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고 예쁘게 살아줘서 이 또한 고맙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여자친구 하나 없이 찌질하게 지내는 아들녀석에게서 세 명의 식구가 더 늘어 우리
가족이 열 명이 되는 거지만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어디 평강공주 하나 없을까?’ 제가 혼잣말처럼 되뇌는 이야기입니다. 그날도 아이들은 밤 열한 시를 훌쩍 넘기고 돌아갔고 저는 또 일을 붙들고 밤을 꼴딱 새다시피 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도 피곤하지 않은 건 틀림 없이 그 아이들이 있었던 때문일 겁니다. 구름이 많이 끼어 보름달이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구름 사이를 비집고 나온 보름달을 향해 소원을
빌었습니다. 우리 식구들의 건강 그리고 이제 곧 우리 품에 안길 딸아이의 두 번째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달라고…. 지 오빠보다 훨씬 많이 움직이고 부지런하다는 녀석이 에이든에 이은 또 하나의 커다란 행복이 돼주기를, 그리고 에이든 때처럼 너무 오랫동안 지 엄마 힘들게 하지 않고 순풍 태어나줬으면 좋겠습니다. ********************************************************************** 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