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엄마와 아들? #9022022-07-23 22:37

엄마와 아들?

 

그러기 위해서 수요일 밤 열두 시를 넘겨 목요일 새벽 네 시까지 열심히 마감작업을 했습니다. 모처럼 날씨도 따뜻하고 바람도 없다니 아내와 함께 에이든을 데리고 로얄 보타닉 가든으로 꽃 구경을 갈 참이었습니다.

 

며칠 전, 그곳에서 열리고 있는 All about Flowers에서 지인이 보내온 사진이 너무너무 예뻐 혼자 그 같은 결정을 내린 겁니다. 아침에 기습적으로(?) 내놓은 저의 제안에 아내는 목요일인데 괜찮겠어?” 하면서도 내심 반기는 눈치였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어드벤처는(?) 시작됐습니다. 아내가 조그만 백팩을 하나 메고 저는 휴대용 유모차를 짊어졌습니다. 차를 갖고 갈까 하다가 에이든에게 첫 트레인 여행을 시켜주자는 아내의 제안에 과감히 버렸습니다.

 

난생처음 타는 트레인에서 녀석은 이것저것 신기한 게 많은 탓에 열심히 사방을 두리번거립니다. 서큘러키 역에 내리니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새삼 호주에 사는 기분이 납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아내와 함께 에이든의 손을 잡고 나란히 걷다 보니 또 하나의 행복 만들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 셋은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예쁜 사진도 찍으며 우리만의 시간을 만끽했습니다.

 

로얄 보타닉 가든 안으로 들어서서는 잔디 위를 걸으며 에이든을 살짝 자유롭게 뒀습니다. 녀석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즐거워했고 겁도 없이 커다란 새들을 쫓아다니기도 합니다. 아내는 그런 에이든이 혹시라도 넘어질까 봐 바짝 뒤를 쫓습니다.

 

하루하루, 한 주 한 주를 바쁘게 살아내다 보니 이렇게 좋은 곳을 가까이 두고도 제대로 즐기지를 못합니다. 이제부터라도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삶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내와 에이든을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한국말이 들립니다.

 

? 세상이 넓고도 좁다더니 이곳에서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 분도 초등학교 동창 친구와 함께 꽃 구경을 왔다고 했습니다. “아까부터 뒤에서 보면서 왔는데 참 좋아 보이세요. 저는 남자 분이 나이가 좀 있는 것 같은데 늦둥이를 뒀나 보다생각했어요하는 친구의 이야기에 우리는 모두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나쁘지 않은 아니, 정말 기분 좋은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가끔은 이놈이 정말 내 아들이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일곱 살, 다섯 살 때쯤 됐을 때 아파트 놀이터에서 뛰노는 두 녀석을 보며 시간이 이대로 멈춰줬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25년이 넘는 세월이 훌쩍 지나고 지금 우리 앞에는 손자라는 이름의 또 다른 내 새끼가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무엇이든 다 주고 싶은 그런 녀석과 함께 또 다른 행복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All about Flowers 행사장은 생각보다 많이 작았지만 갖가지 자태를 뽐내고 있는 예쁜 꽃들 속에서 우리는 충분히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향 짙은 Flat White 한 잔에 취해 있을 무렵 에이든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긴 시간을 걷고 온 사방을 뛰어다녔으니 피곤할 만도 합니다. 돌아오는 길그렇게 안 타려던 유모차 위에서 잠에 푹 빠진 녀석과 함께 우리는 잠시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닌 엄마 아빠의 순간을 즐겼습니다.

 

그러고 보니 코리아타운을 시작하고 목요일에 땡땡이를(?) 친 건 지난주가 처음이었습니다. 자주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아주 드물게는 이렇게 일탈의 기회를 가져야겠습니다. 그날 하버브리지를 배경으로 아내가 에이든을 안고 찍은 사진이 정말 엄마와 아들 같아서 제 모발폰 배경화면을 그 사진으로 바꿔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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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