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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우리 집에 와주는 것만도 고마운 일? #9012022-07-23 22:37

우리 집에 와주는 것만도 고마운 일?!

 

오후 230팀의 막내부부가 30분 일찍, 가장 먼저 우리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들의 손에는 정성 들여 만든 15인분쯤 되는 잡채와 육개장 그리고 소주 일곱 병이 들려 있었습니다.

 

이어 속속 도착한 멤버들로 우리 집은 금세 왁자지껄해졌습니다. 시간관념 하나만은 확실한 사람들이라서 언제 어디서든 조금이라도 빠르면 빨랐지 절대 늦는 법이 없습니다.

 

한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돼지머리 누른 고기, 맛있게 담가진 총각김치, 장어구이, 그리고 꽤 크고 뚱뚱한 연어 한 마리가 사시미로 변신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사과와 귤을 박스 채로 들고 온 사람들도 있고 위스키 세 병과 막걸리 네 병에 와인까지 그 모습들을 드러냈습니다.

 

파골라 안 주방에서는 이미 여성회원들이 음식준비를 시작했고 남성회원 몇 사람은 별채에서 교자상 두 개와 앉은뱅이 의자 열두 개를 내오고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이제는 우리 집 어디에 뭐가 있는지를 다들 꿰뚫고 있어서 따로 설명이 필요 없어진 겁니다.

 

그렇게 시작된 파티우리 시드니산사랑 멤버들의 특기가 맛있게 먹고 즐겁게 노는 것인 만큼 더없이 좋은 분위기입니다. 세상 사는 이야기, 자식들 이야기, 건강 이야기가 무르익을 무렵, 본채 거실에서 노래방기기가 열기를 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신나게 쿵쾅거리며 뛰고 즐기는 시간은 지난주 토요일 밤 늦은 시간까지 계속됐습니다.

 

불과 한달 전, 상반기 단합대회를 바로 이 자리에서 가졌건만 정말 오랜만에 모인 사람들처럼 모두들 즐겁게 웃고 떠들며 행복해 했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자리는 애초에는 몇몇만 모이려던 비공식 모임이었음에도 너도나도 음식 한두 가지씩을 들고 열여섯 명이나 자리를 함께 한 겁니다.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3, 40명은 충분히 앉아서 즐길 수 있는 우리 집 뒷마당 데크가 이번에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너무 따가운 햇빛과 쌀쌀한 바람을 동시에 막아주는 전동개폐식 어닝도 안락함을 더해줬습니다.

 

한번 모임을 가지면 스무 명 가까운 인원들이 북적대지만 항상 즐겁고 재미 있는 분위기이고 모임이 끝난 후에는 처음과 똑같은 모습으로의 설거지와 뒷정리가 이뤄져 있어 늘 깔끔하고 편안합니다.

 

마음이 맞는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아내와 저는 이런 자리를 좋아합니다. 이런저런 것들을 갖춰놓느라 적지 않은 돈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내나 저나 둘 다 사람을 좁고 깊게 사귀는 편이라 많은 사람들을 접하지는 않지만 시드니산사랑 멤버들을 비롯해 우리가 마음을 주는 좋은 사람들과는 되도록 자주 우리 집 뒷마당에서 자리를 함께 하려 합니다.

 

한국에서도 그랬습니다. 희한하게도 제 동료 선후배들은 우리 집에 오는 걸 좋아했습니다. 집들이, 아이들 돌잔치, 제 생일, 가끔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이런저런 핑계거리를 만들어 모이는 자리에 가끔씩은 생각지도 못했던 높은 사람들, 심지어 회사 사장까지도 따라붙곤(?) 했습니다.

 

아내는 그때마다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고 일일이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을 대접했습니다. 음식상이 차려지면 가볍게 얼굴만 비치고는 아이들과 함께 안방으로 들어가 따로 시간을 갖곤 했습니다. 사람들이 돌아간 후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를 하면서도 아내는 이렇게 우리 집에 와주는 것만도 고마운 일이야라며 웃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 같은 아내의 생각과 모습은 시드니에 와서도 그대로입니다. 한국에서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아내도 함께 어울리고 있어 제 마음이 훨씬 더 편합니다. 모두들 테레사, 우린 잘 놀고 가는데 힘들어서 어떡해?”라고 하지만 아내는 그리고 저는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 너무너무 고맙고 행복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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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