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타고 랍스터 먹었습니다. 처음으로… 지난 일요일 오후, 모처럼 아내와 함께 시티 나들이를 가졌습니다. 그 며칠 전, 아들 녀석과 딸 아이가 “엄마 아빠, 이번 주 일요일에 성당 갔다가 둘이서 데이트 해라” 하며 뭔가를 불쑥 내밀었습니다. 두 아이가 우리에게 준 것은
시드니 타워에서 아쿠아리움, 그리고 쇼보트 크루즈로 이어지는 4교시짜리
야외수업 시간표(?)였습니다. 그 주에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이
들어 있었는데, 평일에는 아빠가 일 때문에 바쁘니 부담 없고 편안한 일요일을 택해 그런 계획을 잡았던
것입니다. 결혼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스물 넷, 스물 둘로 훌쩍 커버린 두 아이가 자기들이 번 돈으로 엄마 아빠를 위해 그 같은 깜짝 이벤트를
준비해줬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벌써 감동이었습니다. 시드니에 온지 6년 반이 지나서야 저는 ‘처음으로’
시드니 타워에 올랐습니다. 사방팔방으로 한 눈에 들어오는 시드니의 아름다운 모습에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즐기며 아름다움에 푹 빠져서 우리는 그렇게 1교시 수업(?)을 마쳤습니다. 다음은 역시 ‘처음으로’ 만난 Oz Trek, 조금은
밋밋하다 싶었지만 마지막에 나름 귀엽게(?) 덜컹거리는 스릴에 괜찮다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2교시까지의 수업을 마친 아내와 저는 달링 하버로 이동, 3교시
수업에 들어 갔습니다. 말로만 들어왔던 시드니 아쿠아리움, 역시 6년 반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들어가봤습니다. 아내는 머리 위로 지나다니는 거대한 상어와 대형
가오리의 위엄에(?) 감탄하기도 하고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와 아름다운 산호초의 자태에 즐거워했습니다. 저는 그런 아내의 모습을 캠코더와 디카에 부지런히 담았습니다. 아쿠아리움을 나서자 밖에는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4교시 쇼보트 크루즈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있어 아내의 손을 잡고 달링 하버를 거닐며 이런 생각과 저런 얘기들을 했습니다. 어느덧 우리가 결혼한지 20년을 훨씬 넘어섰고 우리에게 스물 네 살 된 아들과 스물 두 살 된 딸이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징그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건 분명 또 다른 ‘행복’의 모습이었습니다. 시드니에 온지 6년 반을 넘기면서도 이런 저런 여유가 없어 그 동안 못 누려봤던 것들을 지금이라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게
다가왔습니다. 어둠이 깔린 하버를 훑고 지나는
배를 ‘처음으로’ 탔고 그 위에서 ‘처음으로’ 랍스터 요리를 먹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버 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는 또 다른 감동이었고, 배 안에서 펼쳐지는
마술과 쇼도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배 주변을 끝없이 날고 있는 수십 마리의 갈매기들도 좋은
친구가 돼줬습니다. “올해 결혼기념일은 정말 뜻 깊게 지낸 것 같아!”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즐거움과 행복의 여운을 즐기고 있는 아내에게서 스물 한 살 처음 만났을 때의 정말 날씬하고
예쁘고 귀여웠던 아내의 ‘영계시절’ 모습을 새삼스레 떠올렸습니다. 한국과 호주에서의 어려웠던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인내와 지혜로움 덕이었습니다. 건강하고 예쁘게 잘 자라준 두
아이도 제게는 적잖은 힘이 돼줬습니다. 마침 5월이 한국에서는 가정의 달입니다. 호주에는 Mother’s Day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의 작은 정성과 사랑이
부모님께, 아이들에게, 그리고 고마운 분들께 감동과 사랑을
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새삼 두 아이의 마음이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