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맛 있는 집’ 이야기 #4072022-07-23 15:32

맛 있는 집이야기

 

선배, 우리 오늘은 저 집에서 먹자!” 후배기자가 가리키는 곳은 겉보기엔 허름했지만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조그만 식당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집에서 예외 없이 맛 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취재 도중 낯선 동네에서 밥을 먹게 될 경우 우리가 식당을 고르는 기준은 두 가지 즉, ‘기사식당아니면 사람 많은 식당이었습니다. 기사식당은 대부분 음식이 맛 있고 푸짐했으며, 사람들로 북적대는 식당에는 꼭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곳 시드니에도 많은 식당들이 있고, 새로 문을 여는 식당들은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처음 생겼으니 어떤지 가보자, 아는 사람이 개업했으니 가보자 하는 등의 이유에서일 겁니다.

 

그리고 그들 중 꾸준한 사랑을 받는 식당들은 대개 다음의 네 가지 이유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① 맛 있다 ② 양이 많다 ③ 싸다 ④ 친절하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식당을 택하시겠습니까?

 

물론, 맛 있고 양 많고 싸고 친절한 식당이 최고의 식당입니다. 하지만 이 네 가지 중 하나만을 고르라면 저는 맛 있는 식당을 택하겠습니다. 저는 먼 곳까지 맛 있는 집을 찾아 다닐 정도의 미식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맛 있는 집 몇 군데를 골라 놓고 있습니다.

 

스시 잘 하는 그 집, 순대국이 맛 있는 그 집, 바비큐가 좋은 그 집, 불닭이 맛 있는 그 집, 중국음식 잘 하는 그 집, 한식이 정갈한 그 집, 족발이 맛 있는 그 집 등.

 

다음으로 한 가지를 더 택하라면 저는 친절한 식당을 고르겠습니다. 뚱한 표정으로 왔다 갔다 하는 종업원들보다는 상냥하게 웃으며 서빙해주는 식당이 더 맛 있게 느껴지는 건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제가 가끔 찾는 한 식당의 사장님은 직접 주방 일을 하시기 때문에 늘 바쁘십니다. 그럼에도 그 분은 잠시 짬을 내 짧은 인사를 건네는 걸 잊지 않으십니다. 저뿐만 아니라 단골손님들이 눈에 띄면 꼭 얼굴을 내보이십니다. 주방을 비울 수 없을 만큼 바쁠 때는 종업원을 통해 오렌지 주스라도 내보내고, 음식접시를 좀 더 푸짐하게 만들어 주십니다.

 

반면, 얼마 전에 어느 식당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한 젊은 부부가 두 살쯤 된 아기를 데리고 들어와서 국수 두 그릇을 시켰는데, 음식이 나오자 종업원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저기죄송한데요, 아기한테 주려 그러는데 밥 조금만 주시겠어요?” 그러자 종업원은 공기밥은 추가로 시켜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아기 줄 거라서 한 두 숟가락이면 되는데…”라며 말을 흐리던 부부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그럼 그냥 놔두세요했습니다. 부부가 국수를 먹는 동안 아기는 옆에서 빈 숟가락을 빨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먹던 밥을 덜어 주기엔 조금 주제 넘은 행동인 것 같았고…. 맛 있는 식당은 몰라도 친절한 식당은 작은 정성, 조그만 배려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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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