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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뚫어 뻥’ 그리고 돼지국밥… #7512022-07-23 21:10

뚫어 뻥그리고 돼지국밥

 

아빠, 회사 화장실 변기가 막혔나 봐. 아침부터 물이 안 내려가. ‘뚫어 뻥으로 계속 해보고 있는데 잘 안돼….” 전화기 너머에서 딸아이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고생하지 말고 사람 부르라는 제 얘기에 딸아이는 조금만 더 해보고 연락하겠다는 답을 줬습니다. 딸아이의 변기와의 싸움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일하는 짬짬이 뚫어 뻥을 들이댔고 그게 잘 안 먹히자 엄마에게 달려와 조금 더 똑똑해 보이는 10미터짜리 신종(?) 뚫어 뻥까지 동원했습니다.

 

하지만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그 난리는 저녁 늦게 까지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일도 할 겸이라고는 했지만 늦은 시간까지 변기와의 싸움을 계속했던 딸아이는 다음날 아침 퀭한 얼굴로 회사에 나타났습니다.

 

거봐. 진작 사람 불렀으면 고생 안 했지라는 제 얘기에 딸아이는 아침에 조금만 더 해보고…”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리고는 얼마간을 더 씨름하던 딸아이는 결국 스트라타에 먼저 얘기해보겠다며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잠시 후 딸아이가 제 자리로 왔습니다. “화장실 변기 뚫렸어. 스트라타 스타프한테 얘기했더니 올라와서 금방 뚫어놓고 갔네. 그것도 우리한테 있던 뚫어 뻥으로나는 어제 하루 종일 매달려도 안됐는데정말 어이 없고 신기해. 그래도 다행이지?”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한 모양입니다. 딸아이는 쿨 하게 한 방에 문제를 해결해준 스트라타 외국인 스타프에게 고마움이 담긴 포도봉봉한 박스를 선물로 들고가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했습니다.

 

회사에서 크든 작든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딸아이는 발벗고 나서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려 애를 씁니다. 사장 딸이라는 이유로, 입사경력 10년차로 이사 타이틀을 달고 있다는 이유로 그러는 건 결코 아닙니다. 딸아이의 이 같은 사고방식은 어릴 때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배어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누가 하겠거니가 아니라 내가 먼저 나서 해결한다, 약속된 일은 밤을 새서라도 반드시 제 시간에 끝낸다, 꼭 써야 할 돈이라면 1천불 아니, 그 이상이라도 써야겠지만 아낄 수 있는 건 단돈 1불이라도 아낀다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우리가 몸소 실천하며 보여줘 온 덕목들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 큰 여자아이가 화장실 변기에서 뚫어 뻥과 씨름하는 모습이나 바닥에 퍼질러(?) 앉아 청소기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건 결코 흔한 모습은 아닐 겁니다.

 

회사에 편집 일이 좀 많은 요즘, 딸아이는 종종 야근을 자청합니다. ‘목요일 오후 6 30분 인쇄소 파일 송고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종종 밤 열두 시를 넘겨가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다 늦은 저녁시간, 갑자기 도어폰이 울립니다. 이 시간에 누구지? 도어폰 화면에 딸아이 얼굴이 보입니다. 딸아이 신랑 얼굴도 그 뒤에 있습니다.

 

딸아이 부부의 손에는 따끈한 돼지국밥 두 그릇이 들려 있었습니다. “우리 거 사오는 길에 엄마아빠 것도 챙겼어. 맛있게 먹어.” 가끔 우리가 돼지국밥 먹으러 갔다가 아이들 것을 테이크 어웨이 해왔는데 아이들이 그걸 따라(?) 한 겁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딸아이 부부에게 줄 것도 없고아내는 얼른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 콘 네 개를 꺼내 딸아이 손에 쥐어줬습니다.

 

이미 저녁밥을 먹었던 터라, 다음 날 산행을 마치고 온 우리는 그 특별한 돼지국밥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내일이 엄마를 닮아 그렇게 억척스럽고(?) 마음 따뜻한 딸아이의 생일입니다. 아빠 못지않게 술을 좋아하는 녀석에게 좋은 술, 맛있는 음식 한 번 제대로 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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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