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회사가 니 놀이턴 줄 알아?” #4332022-07-23 15:50

회사가 니 놀이턴 줄 알아?”

 

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가 평소와 다름 없이(?) 꾸벅 인사를 하고는 자기 자리로 들어가려 했습니다.

 

이민학, 이리 와봐.” 제가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러 세웠고, 그는 게슴츠레 한 눈으로 제 앞에 섰습니다.

 

왜 늦었어?” “그게…” “내가 몇 번 얘기했어? 아침에 늦지 말라고.” “송합니다.”

 

회사가 니 놀이턴 줄 알아?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당장 때려 쳐!” 조용하던 편집국에 금속성의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고, 수십 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우리 부서를 향했습니다. 그렇게 수십 초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습니다.

 

전 날, 사장실에서 호출이 왔습니다. 업무보고 끝에 사장이 한 마디 툭 던졌습니다. “김 차장, 새로 온 이민학 기자는 잘 해?” “, 잘 합니다. 이번에도 기획특집…” 순간 사장이 말을 잘랐습니다. “잘 하긴 뭘 잘 해. 맨날 지각이나 하고…”

 

이민학. 그는 제가 가장 아끼는 후배 기자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성지 <여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 이내 그를 불러 들였습니다. 기획력도 뛰어나고 글도 좋은 친구인데, 워낙 술에 빠져(?) 살다 보니 아침 시간이 대체로 엉망이었습니다. 거의 매일 아침 30분 이상씩 늦는 못 된 버릇이 있었는데 그걸 고치기가 힘들었던 겁니다.

 

아침 시간의 5, 10참으로 중요합니다. 그 짧은 시간이 결과적으로는 30, 1시간을 까먹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아침시간에 늦는 사람은 아무래도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또 일찍 오는 사람은 항상 일찍 오고, 늦는 사람은 늘 늦게 됩니다.

 

항상 일찍 출근하는 사람이 어쩌다 늦는 경우에는 이런 반응이 나옵니다. “성시경씨가 오늘 웬 일이지? 어디 아픈가? 신승훈 대리, 성시경씨한테 전화 한 번 해봐요.”

 

반대로 밥 먹듯 지각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어이구, 신정환 이 친구 또 지각이네. . 오늘은 늦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는데. 이 인간 이걸 짤라 버릴 수도 없고…”

 

저에게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하나 있습니다. 80년대 중반 초짜시절, 회사와 집이 워낙 멀어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출근을 해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서울에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었고 출근시간 대에는 차가 엄청 많이 막혔습니다.

 

워낙 먼 거리에 버스 기다리고 갈아타는 시간이런 것들 때문에 저도 심심찮게 회사에 늦곤 했습니다. 그것도 많이도 아니고 5분 정도씩

 

하루는 편집국장이 커피 한 잔을 들고 제 책상에 걸터앉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김 기자, 집이 멀어서 아침에 힘들지? 근데, 김 기자는 다른 건 다 좋은데 아침에 5분 늦는 것 때문에 손해를 많이 봐.”

 

얼굴이 화끈 달아 오름을 느꼈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절대로 지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종전보다 15분 일찍 집을 나서는 게 그 답이었습니다.

 

바쁘게 살다 보면 피치 못하게 지각을 하거나 약속시간에 늦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경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약간의 게으름이나 습관때문에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 놈의 5때문에 아침마다 다른 사람들 눈치 보고, 거래처와의 대화에서 꿀리고 들어가는 건 너무 억울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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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