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화려한 휴가… #4132022-07-23 15:36

화려한 휴가

 

여기 저기서 눈물 훔치는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숨소리 하나 크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딸아이는 옆자리의 엄마에게 연신 티슈를 건네 줬습니다.

 

‘1980년 광주를 그린 영화 화려한 휴가를 봤습니다. 한국에서 개봉 됐을 때부터 궁금했지만 방법이 없어 안타까웠던 차에 시드니에서 만날 수 있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실제 상황보다는 좀 덜한 그림들이 그려졌지만, 두 시간 동안 스크린을 통해 재현된 1980 5월의 광주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려 주기에 그런대로 충분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너무 무섭고 슬펐다며 눈물을 닦는 딸아이에게 제가 알고 있는 광주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줬습니다. 눈이 벌개진 아내는 슬프기 보다는 새삼스레 화가 난다고 했습니다.

 

광주에서 전라도 폭도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빨갱이와 김대중이 배후 조정을 하고 있다…. 10일 동안 목숨을 걸고 광주를, 민주주의를 위해 사투를 벌였던 1980 5월 광주 사람들의 항쟁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전달 됐습니다.

 

광주항쟁 현장을 촬영한 비디오 테잎과 황석영 선생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통해, 그리고 당시 광주에 있었던 사람들을 통해 그날의 참상을 접하며 울분을 토했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화려한 휴가를 본 한 네티즌은 역사는 외우는 게 아니라 배워야 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이순신 장군도 자신이 승리한 전투의 횟수가 몇 번이고 대첩들의 순서와 위치격파한 일본의 함선이 몇 척인지를 달달 외우며 암기하기를 바라시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자신을 신처럼 떠받들기를 원하시지도 않겠지요. 다만 자신과 조선의 민초들이 겪은 고통과 맞서 싸운 용기들을 가슴 속에 담고 있기를 바랄 것입니다. 이처럼 5.18의 열사와 희생자들도 자신들이 영웅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들의 용기와 마지막까지 잃지 않았던 희망들을 잊지 말고 기억 해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날 광주에 있었던 민간인도, 시민군도, 군인도 모두가 희생자입니다. 당시의 혼돈과 공포, 슬픔과 희망은 후세들과 비 경험자들이 느끼지도 완전히 알 수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매일 같이 기억하고 공부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잊지만은 말아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광주를, 민주주의를 무력으로 짓밟고 권력과 부를 잡았던 무리들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을까요?

 

시드니에서 화려한 휴가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 (24)까지는 어번 리딩시네마와 마켓시티 리딩시네마에서 동시상영되고, 25일부터 11 7일까지는 마켓시티 리딩시네마에서 계속 상영됩니다. 브리즈번에서도 11 2일과 3일 양일간 상영됩니다.

 

많은 분들이 화려한 휴가를 보시기를 바랍니다.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역사는 외우는 게 아니라 배워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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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1956년 생. <코리아 타운> 대표.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