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달인을 만나다 #4872022-07-23 16:31

달인을 만나다

 

참 신기했습니다. 던지면 물고, 또 던지면 금세 잡아 올리고그야말로 쉴 새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용한 가운데 유독 그 사람만이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지난 주에 제가 낚시 얘기를 해서인지 Good Friday였던 10일 밤에는 모스만 클립튼 가든을 찾은 한국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중년 부부, 두 딸을 데리고 온 아빠, 여러 명 무리를 지어 온 청년 커플들….

 

이스터 홀리데이 기간 중 마땅한 계획이 없었던 아내와 저도 그날 밤 낚싯대를 챙겼습니다. 그날은 초반부터 운이(?) 좋아 아내도 저도 몇 마리씩을 건져 올렸기에 다소 느긋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50대 중반쯤 된 동양계 남자 하나가 그리 넓지 않은 제 옆자리로 슬그머니 파고 들었습니다. 그러더니 숨가쁘게 물고기들을 끌어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잡고, 잡고, 또 잡고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온통 그 사람에게 집중됐습니다. “저 사람 또 잡았다!” 하다가 ?”, 나중에는 !” 하는 탄식으로 이어졌습니다.

 

하도 잘 잡길래 저 사람 미끼에는 마약을 묻혀놨을 거야!” 하면서 그가 하는 걸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에게서 몇 가지 평범하지만 분명한 차이점을 발견했습니다.

 

사실 저는 몇 년째 낚시를 다니고 있긴 하지만 일년 중 실제로 낚시하는 날을 따져보면 그리 많은 편은 못됩니다. 그러다 보니 한 번 사놓은 미끼용 정어리나 치킨 등이 남으면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다시 쓰곤 했습니다.

 

어두운 낚시터에서 미끼를 자르기 보다는 집에서 잘라 갖고 가는 게 편해서 그렇게 했고, 미끼를 바늘에 끼어 물 속에 던져 넣었다가 꺼내서 다시 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달랐습니다. 싱싱한 치킨과 정어리를 그 자리에서 잘라서 썼고, 한 번 던졌던 미끼는 절대 다시 쓰지 않았습니다. 물에 던져 넣은 미끼도 몇 분 내에 입질이 없으면 그대로 걷어 올렸습니다.

 

미끼도 우리는 대충잘라서 썼지만 그는 달랐습니다. 치킨은 약간 길쭉하게 잘라 위쪽에 바늘을 끼우고 아래쪽은 조금 하늘거리게 만들었습니다. 반면 정어리는 알맞은 크기로 옆으로 잘라 단단하게 끼웠습니다. 치킨에 비해 물 속에서 쉽게 풀어지는 이유 때문인 듯싶었습니다.

 

묘하게도 우리와 같은 시간에 자리를 걷은 그에게 함께 손을 씻으며 말을 건넸습니다. “당신은 정말 낚시의 달인인 것 같습니다…” 필리핀 사람이라고 자신을 밝힌 그가 달인은 무슨…” 하고 씩 웃으며 제 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저에게 해준 몇 가지 이야기는 제가 곁에서 커닝한 것과 대부분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날 밤 아내와 저는 놓아준 녀석들, 놓친 녀석들을 빼고 총 열 일곱 마리를 담아왔습니다. 반면 달인이 제 옆에서 혼자 잡은물고기는 서른 마리를 족히 넘는 듯했습니다.

 

그날 저는 두 가지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하나는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는 사실이었고, 또 하나는 어떠한 경우든 욕심을 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워낙 잘 잡아대는 그 사람 옆에서 나도 빨리 잡아야지!” 하며 조바심을 내다 보니 부끄럽게도 달인이 제 옆을 파고든 이후 저는 딱 한 마리의 물고기밖에는 더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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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