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이곳에 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4862022-07-23 16:30

이곳에 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저녁 일곱 시쯤에 도착했다가 밤 열 한 시 조금 넘어 자리를 걷었으니 네 시간 동안 그곳에 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그날은 정말 드물게도 완전 공치는 날이었습니다.

 

늘 하던 자리였고 늘 갖고 있던 실력(?)이었으니 그날이라고 뭐 특별히 다를 것도 없었겠지만 어쩌면 단 한 마리도 안 잡힐 수가 있는지…. 입질마저도 두어 번 있었을 뿐, 너무너무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별 재미를 못 느끼고 있는 가운데 제 옆에서 낚시를 하던 아내는 진짜 큰 옐로우테일 (Yellowtail) 세 마리를 잡아 올렸습니다. 중간중간 쪼끄만 녀석들이 몇 마리 걸려 놔주기까지 했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 저녁 <코리아 타운>이 잘 나왔는지, 다른 신문 잡지들은 어떻게 나왔는지를 살핀 후 아내와 함께 낚시터를 찾았습니다.

 

우리가 즐겨 찾는 곳은 시티 모스만에 있는 클립튼 가든이라는 곳입니다. 와프 (Wharf)에서 낚시를 하는데 주말이면 수 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북적거립니다.

 

전문낚시꾼들은 낚시터로 쳐주지도 않는 곳이지만 아내와 저는 벌써 몇 년째 그곳만을 찾습니다. 클립튼 가든에서 주로 잡히는 물고기는 고등어, 테일러, 옐로우테일, 브림, 트레바리 등이고 가끔씩 민어, 플랫헤드, 장어, 복어 등을 끌어 올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3주 전 그곳에 갔을 때 우리는 커다란 고등어 몇 마리에 정말 희한하게도 오징어 한 마리와 커다란 문어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낚시터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라 우리 곁으로 몰려 들었습니다.

 

몇 년 전에는 고등어 떼가 엄청 몰려와 거짓말 안 보태고 하룻밤 몇 시간 만에 서른 마리 이상씩을 담아오곤 했습니다. 그때는 낚시에 빠져 거의 매일 밤 낚시터로 출동을 했습니다. 가장 많이 잡은 날이 서른 일곱 마리로 기억됩니다. 그것도 어른 팔뚝만한 사이즈로만.

 

하지만 낚시라는 게 참 묘해서 낚싯대를 던지기가 무섭게 물어대는 날이 있는가 하면 입질조차 한 번 못 받고 빈 통으로 오는 날도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내와 저는 물고기 대신 다른 것들을 낚아오곤 합니다.

 

우리는 항상 접이 의자 두 개를 갖고 갑니다. 물고기가 쉴새 없이 달려들 때는 의자에 앉을 틈도 없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낚싯대를 드리운 채 의자에 몸을 묻고 이런 이야기와 저런 생각들을 나눕니다.

 

밤하늘엔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듯한 별들이 가득하고 시원한 바닷바람, 나직한 파도소리, 비릿한 바다내음, 그리고 누군가가 켜놓은 잔잔한 음악소리가 편안함을 더해줍니다.

 

비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못 잡았더라도 우리의 통 속에는 언제나 행복과 여유로움이 가득합니다. 아내와 저는 이곳에 와 있는 것만으로도 참 많이 행복하다며 서로를 바라봅니다.

 

평소에는 잘 못 느끼고 살지만, 우리는 가끔 그 자리에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이 가정이든, 직장이든, 단체이든 나를 사랑하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 속에 내가 들어 있다는 건 참으로 커다란 행복입니다.

 

그 안에서 지나친 욕심 없이, 그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꼭 필요한 존재로 존재할 수 있다면 정말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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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