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당신 끼 있어?” #4622022-07-23 16:08

당신 끼 있어?”

 

요즘 같으면 별 것 아니겠지만, 지금부터 20년 전쯤에는 꽤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카피였습니다. 1989년으로 기억됩니다. 한국에서 <MIZ>라는 이름의 여성지가 창간됐습니다.

 

이 여성지는 창간호를 준비하면서 주요 일간지와 TV를 통해 창간예고 광고를 대대적으로 했는데, 그때 내세운 헤드카피가 당신 끼 있어?’였습니다.

 

게다가 <MIZ>는 표지사진까지도 독특했습니다. 예쁘고 아름다운 탤런트나 배우들은 다 제쳐두고 정말 희한하게(?) 생긴 여자 모델을 머리까지 뽀글뽀글 요상하게(?) 볶아서 표지인물로 내세웠습니다.

 

뿐만아니라 <MIZ>는 세상의 모든 여성들을 향해 느닷 없이 당신 끼 있어?” 라는 도발적인 질문까지 던졌습니다.

 

이 여성지가 창간되기 1년쯤 전, 이 회사에서 남성지를 하나 냈습니다. <맨즈 라이프>라는 이름의 이 남성지 또한 창간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집중 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잘 생긴 탤런트나 배우 대신 정말 희한하게(?) 생긴 남자 모델을 옷도 최대한 이상하게(?) 입히고 머리는 올백으로 넘겨 표지모델로 길거리에 세웠습니다.

 

이 남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 한복판에 서서 연설용 책상과 마이크를 하나 놓고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남자에게도 생활이 있다!” 그의 이같은 모습은 주요 일간지와 TV를 통해 세인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습니다.

 

여성지 <MIZ>도 남성지 <맨즈 라이프> 20년쯤 전의 잣대로 볼 때는 가히 파격적이었습니다. 두 잡지 모두 다루는 내용 또한 표지 못지 않게 독특해 항상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저런 잡지 만들면 참 재미 있겠다는 저의 생각이 우연찮게 현실로 이어져 그 회사는 저의 두 번째 직장이 됐습니다. 재일교포였던 발행인이 저에게 스카웃 손길을 뻗쳐왔던 겁니다.

 

저는 그 회사에서 한국 최대의 여성지 <여원>으로 다시 스카웃 되기 전까지 1년 가까이 남성지 <맨즈 라이프> 편집장으로 일했습니다.

 

사실 그 발행인은 <MIZ> <맨즈 라이프>를 창간 하기 전 <마인드> 라는 잡지를 수 년 동안 발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잡지 또한 당시로서는 가히 획기적이었습니다.

 

25년 전쯤 그 잡지는 이런 기획을 특집으로 냈습니다. 지금은 보편화된 1회용 생리대가 출시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서 <마인드>는 대표적인 제품 몇 가지를 선정, 다양한 실험을 했습니다.

 

생리혈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충분히 흡수하는지, 옆으로 흐르거나 새지는 않는지 하는 것들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낱낱이 조사해 그 결과를 제품별로 상세히 공개했습니다.

 

<마인드>는 명동 한복판 길바닥에 누구든 맛 있게 공짜로 드세요!” 라는 안내판과 함께 먹음직스런 밥상을 차려놓고 지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기도 했고, 길가는 여성의 핸드백을 날치기해 주변 시민들의 반응을 살피는 등 각종 기발한 실험들을 했습니다. 이른바 몰래 카메라류의 기획을 <마인드>는 이미 25년 전에 도입했던 겁니다.

 

좋은 읽을거리는 신선한 기획, 끊임 없는 도전에서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 신선한 기획과 끊임 없는 도전은 부지런함에서 시작됩니다. 때문에 게으름은 좋은 읽을거리의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음을 늘 잊지 않고 있습니다.

 

**********************************************************************

 

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