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달링하버 어드벤처? #5062022-07-23 16:41

달링하버 어드벤처?!

 

한 시간 가까이 여기저기를 뛰어다녔습니다. 폭우까지는 아니었지만 비까지 만만치 않게 내리고 있어 옷도 꽤 많이 젖었습니다. 행사시작 시간은 일곱 시, 한 시간 전부터 참석자들이 교분을 나누는 순서가 있었던 덕에 가까스로 행사시작 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2001 919일이었으니 거의 8년 전의 일입니다. 시드니에 온 지 6일만에 달링하버에서 열리는 삼성전자 모발폰 신제품발표회에 참석해야 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정말 어디가 어딘지 마구마구 헷갈리는 데다가 트레인 타는 방법조차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속에 시티 모험이라니….

 

하지만 무조건 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한국에서 기자로 일할 때도 주소 하나 달랑 들고 여기저기를 찾아간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터라 일단 깡으로덤벼 들기로 했습니다.

 

스트라스필드에서 시티 가는 트레인에 올라 타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이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타운홀에서 내리는데 성공, 설명 들은 대로 스테이션 옆 KFC를 끼고 쭉 따라 내려가 달링하버까지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습니다. 지금 보면 그렇지도 않은데 그때는 달링하버가 한없이 넓기만 했습니다. 게다가 어렵사리 찾은 시드니컨벤션센터가 제가 찾는 행사장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붙들고 물어 봐도 그런 행사는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행사장은 Cockle Bay Warf라는, 달링하버 초입에 있는 작은 카페형 펑션센터였습니다. 다시 허겁지겁 달려 행사장을 찾아 들었더니 메인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이었습니다.

 

비에 젖은 몰골이 편치는 않았지만, 신제품발표 프리젠테이션에 열심히 귀 기울이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그날은 삼성 A300’이라는 호주 최초의 듀얼폴더 모발폰이 출시되는 날이었습니다.

 

참석자들은 거의 외국인이었고 교민 신문, 잡지에서는 제가 유일했습니다. 당시 홍보담당이었던 삼성전자 호주법인 김병선 과장이 매우 고마워하며 저를 잘 챙겨줬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이 수요일이었기에 밤 늦게까지 기사를 만들어 다음 날 마감에 맞춰 넣었습니다. 그리고 기사가 나간 다음 주, 김병선 과장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법인장이 감사의 뜻으로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삼성전자 호주법인장, 그리고 4명의 과장들이 이스트우드의 한 식당에서 저와 자리를 함께 했고, 그 자리에서 그들은 뜻밖에 삼성전자 A300 듀얼폴더 모발폰광고를 1 1천불어치 저에게 줬습니다.

 

정성을 다해 광고 컨셉과 카피를 만든 후 디자인작업을 완성, 제가 일하던 신문에 4 4백불, 다른 신문과 잡지 세 곳에 6 6백불어치의 광고를 집행했습니다. 제가 일하던 신문에서 다 쓸 수도 있는 예산이었지만 그렇게 했습니다.

 

지난 화요일, 오랜만에(?) 시티에 나갈 일이 있었습니다. 센트럴에서 윈야드까지 Pitt Street를 따라 걸으며 문득 ‘8년 전 그날을 떠올렸습니다.

 

그날도 종일 바쁘게 움직였지만, 8년 전에 비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참 많이 여유로워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언제나 초심 (初心)을 잃지 말고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가져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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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