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어머? 애기가 애기를 가졌네!” #5052022-07-23 16:40

어머? 애기가 애기를 가졌네!”

 

아내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애기가 애기를 가졌다며 신기해 했습니다. 스물 다섯의 어린 나이에 둘째 아이를 낳았을 때는 더더욱 그러 했습니다.

 

한 번은 모처럼의 일요일 여유로운 시간을 맞아 큰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아내와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둘째 출산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아이구! 엄마가 아직 애기 같은데 애기를 또 가진 모양이네?” 지나가던 한 아주머니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봤습니다.

 

아내가 나이보다 워낙 많이 어려 보이는 데다가 저도 그런 편이었던 지라 그 아주머니는 나이도 어린 것들이 철없이 사고 친 거 아니야?’ 하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두 아이 모두 시원시원하게(?) 키가 크지만, 처음 태어날 때 아들녀석은 2.0kg, 딸아이는 2.2kg에 불과했습니다. 다행이 두 녀석 모두 야무지게 건강해서 인큐베이터 신세는 피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그처럼 작게 나와서인지 아내의 배는 두 번 모두 출산을 눈 앞에 두고 있을 때까지도 별로 나오지 않았었습니다.

 

한 가지 지금도 웃음이 나는 것은, 두 아이를 갖고 있는 동안 아내가 절대로 커피, 콜라, 사이다를 마시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커피는 태아한테 해롭다는 당연한 이유로 그랬겠지만, 콜라는 아기가 까맣게 나온다는, 그리고 사이다는 아기가 찡그리고 나온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주변에서 농담 삼아 던진 이야기인데도 나이 어린 임산부는 쉽게 흘려 넘길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3주 전까지 상냥하고 정감 넘치는 목소리로 열심히 일하던 <코리아 타운> 카피라이터 유미선 (Jenny)씨가 지난 주 금요일 예쁜 딸 쌍둥이를 낳았습니다. 9 1일이 예정일이었지만 두 아이는 보름 정도 일찍 엄마 품에 안겼습니다.

 

엄마를 쏙 빼 닮아 귀엽고 예쁜 두 아이를 보는 순간, 우리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생각이 났습니다. ‘정말 조그맣고 ET처럼 생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철 없는 아빠와의 첫 만남이 어느덧 25, 23년이 됐습니다.

 

아기를 갖는다는 것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대한 행복입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아기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아기의 탄생으로 엄마는 일을 계속할 수 없게 됐지만, 예쁜 아기는 엄마 아빠에게 분명 최고의 선물이 됐을 것입니다.

 

2년 전쯤에도 <코리아타운> 가족 한 사람이 기다리던 아기의 출산으로 회사를 그만 뒀습니다. 아기를 웬만큼 키워놓고 다시 일하겠다던 그녀의 계획은 예정보다 빠른 둘째 아기의 탄생으로 다시 미뤄졌습니다.

 

이제, 출산을 두 달 여 앞두고 있는 또 한 명의 <코리아타운> 가족이 곧 회사를 그만 두게 됩니다.

 

한국에서나 호주에서나 여성인재들이 한참 의욕적으로 일할 나이에 아기 때문에 일을 그만 두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참 많은 손실을 가져오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문득 엄마들이 예쁜 아기를 낳고도 계속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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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