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사람을 남기는 것이여!” “차장님! 저 진영이에요, 박진영. 지금 많이 바쁘세요?” “어? 우리… 지금… 마감 중.” “에이. 오늘 2차 마감이잖아요. 기자들 마감하게 놔두시고 얼른 오세요. 민학 선배, 경란 선배, 화영
선배, 희연, 소희, 홍규, 진미… <신부> 편집부
사람들 다 모였어요. 강남역 빅뱅포장마차예요. 빨리 오셔야
돼요. 전부들 차장님 기다리고 있어요!” 수화기를 내려놓고 저는 잠시, 정말
‘아주 잠시’ 고민에 빠집니다. 그리고는 이내 지갑을 챙겨 들고 회사 밖으로 뛰어나갑니다. “와! 김 차장님이시다! 차장님, 이리 오세요!” “아니, 이리 오셔서 여기 앉으세요!” 왁자지껄하던 포장마차가 더욱 시끄러워집니다. 술잔이 연거푸 돌고 빈 쏘주병이 수북이 쌓여 갑니다. 한 달에 한 번, 쉽지 않은
마감을 끝내고 갖는 여성지 기자들의 오붓한 술 자리. 단 한 차례라도 거르면 섭섭한, 중독성이 매우 강한 자리입니다. 이 자리를 통해 기자들은 한 권의
책을 정리하고 다음 책을 향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습니다. 1990년대의 ‘여원’은 2백 70여명의 가족을
보유하고 <여원> <신부> <직장인> <젊은엄마> <차차차> <Golden Gift> 등
여섯 개의 잡지를 발행하는,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여성지 회사로 군림했습니다. 여섯 개의 잡지가 저마다 다른 날짜에 발행되고 있어 각 편집부마다 마감일이
달랐고, 저는 이렇게 우리보다 마감이 먼저 끝난 기자들의 술 자리에 단골로(?) 불려 다녔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편집부 외에 사진부나 미술부까지도 같은 시간에 저를 불러
여러 곳에 겹치기 출연(?)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참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희한하게도 그들은 자신이 소속돼 있는 부서의 부장이나 차장과는 함께 하려
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부서의 차장인 저는 꼭 챙겼습니다. 저한테 한사코 돈을 못 내게 했던 걸 보면
술값 때문은 아니었던 듯싶습니다. “그냥… 우리끼리 술 마시다 보면
이상하게 김태선 차장님 생각이 나요. 그리고 김 차장님이랑 함께 있으면 왠지 편안하고 좋아요” 라는 게 그들의 공통된 이야기였습니다. 그로부터 참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금의
저는 <코리아 타운>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로 비쳐질지
가끔 생각 해봅니다. 물론, 예전의 그러한 이미지로 그렇게
비쳐지기를 소망합니다. <코리아 타운>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착합니다. 그리고 마음이 따뜻합니다. 고맙게도 <코리아 타운>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들어 옵니다. 물론, 새 사람을 뽑을 때 저는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사람 냄새’를 더 중요시 하고 있습니다. ‘일은 시스템이 하되, 회사는
사람이 만들고 이끌어가야 한다’는 게 저의 기본 생각입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끼리는 물론, 애독자 여러분이나 광고주 여러분께도 ‘사람
냄새’ 나는 <코리아 타운>이 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2001년 제가 처음 시드니에 왔을 때 ‘장사는
사람을 남기는 것이여!’ 라는 명대사를 남긴 한국 드라마 ‘상도’가 인기리에 방영 중이었습니다. 어리버리한 모습으로 교민사회를 뛰어다니면서도
제가 늘 마음 속에 담아둔 생각이었습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사람
장사’를 제대로 못하면 진정한 성공이라 볼 수 없습니다. 사람을
남기는 장사, 그것이 진짜 성공하는 장사일 것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