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미운 오리새끼… #4932022-07-23 16:34

미운 오리새끼

 

편집장, 축하합니다! 이제 젊고 실력 있는 편집장이 합류했으니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더 좋은 책, 더 좋은 회사 만들어 봅시다. 오늘 저녁 퇴근 후 쏘주 한 잔 합시다. 다들 시간 괜찮죠?”

 

그날 저녁, 나이 지긋한 광고국장을 필두로 영업부장, 특수사업부장, 기획부장, 관리부장 등 관련 부서장 열 두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신임 편집장 승진을 축하하는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사장 주재 부서장 회의에서도 신임 편집장이 데스크를 맡고부터는 책 내용이 많이 좋아졌고 바깥에서의 반응도 훨씬 좋아졌다고 칭찬 일색으로 입을 모으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러브 콜 뒤에는 또 다른 속셈이 있었고, 부서장들과의 그 같은 밀월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광고국장은 시도 때도 없이 말도 안 되는 광고성 기사를 들이댔고, 심지어는 기자들이 쓴 기사를 몰래 빼내 해당기업 홍보실에 미리 넘겨주는 일까지 스스럼 없이 저질렀습니다.

 

영업부장은 전국 총판에 공급되는 잡지 부수를 허위로 보고해 회사 돈을 적당히 빼돌리자는 접근을 해왔습니다. “전임 편집장들은 다 눈감아주고 서로 챙길 것 챙겨 갔는데 당신은 왜 유별 떠느냐?”는 항의 아닌 항의도 받아야 했습니다.

 

대부분의 부서장들이 자기들끼리 술 마시고 나이트 클럽이나 룸살롱에 가서 쓴 돈을 거래처 접대비라며 회사에 청구하곤 했습니다. 회사의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인 사장은 그 같은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을 1백 퍼센트 신뢰하고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나이도 어리고 그런 문화와는 거리가 멀었던 서른 세 살의 편집장은 어느 날부터인가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편집부에서 기사 협조를 해주지 않아 H그룹 광고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 S그룹 비서실장이 지난 호 우리 기사에 대해 심한 불쾌감을 전해왔다. 편집부가 마감을 하루만 늦춰 줘도 D그룹 광고 2개가 더 들어갈 수 있는데 협조가 안 되고 있다.”

 

그 밖에도 일선 총판에서 우리 책 볼 게 없다는 항의가 많이 들어온다또는 편집부가 너무 빡빡하게 굴어 행사 유치에 어려움이 많다등 사장 주재 부서장 회의 때마다 편집부를, 편집장을 몰아 세우는 발언들이 그치지를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달 동안을 여러 사람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한 편집장이 내린 결정은 사직서였습니다. “저런 쥐새끼 같은 인간들과 함께 하느니 차라리 밥을 굶고 말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지난 토요일 이른 아침, 무심코 켰던 컴퓨터에서 접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정말이지 믿을 수 없는 충격이었습니다.

 

수백억, 수천억씩 받아 먹은 사람들은 뻔뻔하게 잘 살고 있는데 왜…” 라며 말을 잇지 못하던 한 아주머니, “정치인들 중 그 분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며 울음을 터뜨린 또 다른 아주머니를 보며 ,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싶더니…”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 저만의 마음은 아니었을 듯싶습니다.

 

휘어짐보다는 차라리 부러짐을 택하는 사람들이 겪는 아픔…. 하지만, 딱히 뭐라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 그리고 화가 진하게 남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바보 노무현… 36년의 영욕을 함께 한 권양숙 여사의 마지막 당부처럼 이제 모든 것 다 내려 놓으시고 편하게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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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