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이 사람들 안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5772022-07-23 17:39

이 사람들 안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초대손님으로 나온 이장희씨가 이야기 끝에 문득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제는 모두 60을 훌쩍 넘긴 한국 Folk계의 보석 같은 존재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네 사람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활동을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에둘러 표현한 것입니다.

 

그는 처음 출연 섭외를 받고는 정중히 사양했는데 다시 생각 해보니 어쩌면 이번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공연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에 앞서 윤형주씨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중에 우리 죽으면 지금 이 프로그램 우리 자료화면으로 사용될 거예요.”

 

세월의 흐름은 청바지와 통기타로 한 시대를 풍미하던 ‘20대의 젊은 그들을 어느덧 60대 노인(?)들로 바꿔 놓았습니다. 그들 중 막내인 김세환씨가 1948년생이니까 올해 만으로 예순 세 살이 됩니다.

 

세시봉 친구들로 일컬어지는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그들은 70년대 통기타 문화를 이끌었던 우리 세대의 우상이었습니다.

 

옛날 같으면 할아버지 취급을 받았을 그들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20대 시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목소리와 노래와 이야기와 정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 밤, 한국 MBC TV ‘놀러와에서 설날 특집 세시봉 콘서트라는 타이틀로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네 사람을 다시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작년 920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쳐 세시봉 친구들이라는 타이틀로 방송을 내보낸 데 이은 2탄 격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양희은씨와 이장희씨가 게스트로 초대됐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타의 대가 강근식씨와 함춘호씨도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저는 이틀 동안 40년을 훌쩍 넘어선 그들의 노래와 이야기와 우정과 정열에 늦은 밤까지 푹 빠져 있었습니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네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아주 오래 전 음악활동을 중단한 이장희씨가 게스트로 초대되면서 프로그램은 정점으로 치달았습니다.

 

오랜 미국생활 끝에 지금은 울릉도에서 지내고 있는 이장희씨는 자신의 대표 곡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30여년 만에 방송에서 부르고 나서는 오늘 이 자리에 와보니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자리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과 방청객들을 향해 이 사람들 안 죽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던진 짧은 한 마디는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어제가 설날이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꼼짝없이(?) 나이 한 살을 더 먹어야 하는 날이었고, 특히 내일이 쉰 다섯 번째 생일인 저도 예외가 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5년 전부터 한 살씩 나이를 거꾸로 먹는 원칙에 의해 올해로 마흔 다섯 살이 됐습니다.

 

60이 훨씬 넘은 나이에도 20대의 열정과 젊음으로 세상을 노래하는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씨를 보면서 저도 그들처럼 더 나이가 들어서도 더 좋은 글을 쓰는 기자로서, 더 좋은 글쟁이로서의 자리를 멋지게 지켜나가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가져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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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