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좋아서, 행복해서 하는 일이기에… #6612022-07-23 18:25

좋아서, 행복해서 하는 일이기에

 

세 가지가 지금도 기억에 또렷합니다. 첫 번째는 수십, 어쩌면 수백 마리의 앵무새들이 만들어내는 거의 소음수준에 가까운 노랫소리. 두 번째는 기가 막힐 정도로 맛있게 풍겨오는 고기, 아마도 스테이크 굽는 냄새. 세 번째는 그 속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하고 유쾌한 사람들의 이야기소리와 웃음소리.

 

벌써 7년 전의 일입니다. 2005 10 1 <코리아타운> 키를 넘겨 받은 저는 한동안 그야말로 멘붕상태로 지냈습니다. 막상 회사를 인수해 들어가보니 전혀 예기치 못했던 문제들이 여기저기에서 툭툭 튀어나왔고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곳들에 크고 작은 돈들을 쏟아(?)부어야 했습니다.

 

당시 <코리아타운> 사무실은 이스트우드호텔 앞 지금은 원산으로 이름이 바뀐 아리산 2층에 있었습니다. <코리아타운> 사람들은 그때에도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었지만 저는 주말도 없이 아침 일곱 시에 출근해 매일 밤 열두 시를 넘겨서야 회사를 나오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64페이지나 적은 1백페이지짜리 <코리아타운>을 만들면서 무슨 일이 그리도 많았는지 하루하루를 정신 없이 지냈던 것 같습니다. 낮에는 여기저기를 바쁘게 뛰어다니다가 밤에는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혼자 남아 한도 끝도 없는 일들을 해내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바로 건너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이야기소리, 웃음소리는 참으로 묘한, 그러나 분명 기분 좋은 느낌을 줬습니다. 늘 컵라면 한 개와 김밥 두 줄로 저녁을 때웠던 저에게 그곳에서 풍겨오는 스테이크 굽는 냄새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살아냈더니 차츰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됐고 <코리아타운>도 점점 두꺼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인수 10개월 만인 2006 8월에는 지금 <코리아타운>이 위치하고 있는 이스트우드 삼양식품 건물 3, 넓고 깨끗한 곳으로 자리도 옮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코리아타운>은 이제 이곳에서의 6년 남짓한 생활을 마치고 좀 더 크고 편안하고 예쁜 사무실로 옮겨 갑니다. 입주를 앞두고 전보다 더 마음이 설레고 들뜨는 것은 새 사무실이 우리 꺼라는 사실 때문일 것입니다.

 

이게 사무실이야, 유치원이야?”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아내를 향해 제가 웃으며 던진 이야기입니다. 벽에 예쁜 시트지를 붙이고 각종 소품들을 걸고아내는 틈만 나면 새 사무실 단장에 열정적으로 매달렸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예쁘게 꾸미는 걸 좋아해 계집애 같다는 핀잔 아닌 핀잔을 받던 저였지만 어쩌다 보니 저보다 훨씬 센 초 강적을 만났습니다.

 

우리집도 안팎으로 여기저기를 아기자기하게 동화 속 집처럼 꾸며놔 놀라움과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코리아타운> 새 사무실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큰길에서도 한 눈에 들어오는 현관 앞 벽면 대형싸인을 비롯해 사무실 곳곳을 아내는 정말이지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놨습니다.

 

한참 동안을 그러고 나면 힘도 들고 피곤할 텐데 아내의 얼굴에는 늘 즐거움과 행복함이 가득합니다. 얼마 전에는 계단 청소를 하다가 덩치 큰 청소기가 아내 쪽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오른쪽 팔에 시퍼런 멍까지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아내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를 않습니다. 아내 말대로 좋아서, 행복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내일이면 <코리아타운>은 우리의 정성과 손길이 곳곳에 배어 있는 새 사무실로 들어갑니다. 새 사무실에서 <코리아타운>은 초심(初心), 처음의 설레고 긴장됐던 마음으로 애독자님들, 광고주님들 곁에 한 발짝 더 바짝 다가갈 수 있도록 더욱 더 열심히 뛸 것입니다. 애독자님들, 광고주님들의 변함 없는 성원과 사랑도 부탁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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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