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갈치에 얽힌 별난 사연들 #6482022-07-23 18:18

갈치에 얽힌 별난 사연들

 

지난 주에 갈치 얘기를 했더니 많은 분들이 참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셨습니다. 내친 김에 이번 주에도 갈치 얘기를 한 번 더 하려 합니다.

 

요즘은 녀석들도 많이 약아져서 한참 동안 미끼를 갖고 놀다가 미끼만 쏙 빼먹고 도망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갈치 특유의 입질이 와서 잔뜩 몰입했다가 확실히 문 것 같아 낚아채면 잠시 묵직함을 주다가 툭 빠져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미끼를 물었다가 도망친 겁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억울한 것은 다 잡은 녀석을 바로 눈앞에서 놓치는 경우입니다. 날카로운 이빨로 줄을 끊어서, 너무 무거운 탓에 줄이 끊어져서, 입에 걸렸던 바늘이 빠져서원인이야 많지만 바로 눈앞에서 유유히 도망치는 녀석을 보면 정말 멘탈붕괴입니다. 특히 가뭄에 콩 나듯 잡힌 녀석을 그렇게 놓치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 때문인지 언제부터인가 그곳 사람들은 길다란 갈고리를 하나씩 준비 해놓고 있습니다. 눈앞에서 갈치가 떨어지면 얼른 찍어 올리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A라는 사람이 바로 앞에서 커다란 갈치 한 마리를 떨궜습니다. 마침 물이 많이 빠진 상태여서 A는 그 놈을 건지러 뛰어내리려 했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B가 갈고리로 얼른 갈치를 찍어 올렸습니다. 이럴 경우 그 갈치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요?

 

그날, B는 너무도 당당하게 그 갈치를 자기 통에 담았다고 합니다. 또 어떤 분은 커다란 갈치 한 마리를 잡아놓고는 기분이 좋아져서 소주 몇 잔을 마시고 잠시 눈을 붙였답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의자 옆에 뒀던 갈치를 누군가가 집어 가버리는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고 합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갈치낚시를 위해 작은 배를 타고 이동하는데 끊어진 찌가 하나 떠다니고 있었답니다. 무심결에 찌를 집어 들었는데 뭔가 묵직한 느낌이 들더랍니다. 끊어진 찌에 커다란 갈치가 물려 있었던 겁니다.

 

아내와 저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갈치낚시를 갑니다.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1차 만족을 느끼고 밤하늘을 벗삼아 아내와 이런 생각과 저런 얘기들을 나누는 것에서 두 번째 만족을 느낍니다. 그리고 갈치를 잡으면 세 번째 만족, 금상첨화의 기분을 느낍니다.

 

아직도 좋은 자리때문에 고성이 오가는 경우가 있고 쓰레기를 생각 없이 버리는 사람들도 여전해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합니다. 좁은 공간을 심하게 비집고 들어가는 사람들도 문제이지만 충분히 공간을 나눠 쓸 수 있음에도 자리를 내주지 않는 사람들이 조금은 더 밉습니다.

 

반면, 이런 분들도 있습니다. 눈앞에서 떨군 갈치를 건지는데 온몸으로(?) 도와준 분들도 있고 항상 따뜻한 커피를 끓여 주변과 나누는 분도 있습니다. 지난 주말, 그분은 오늘은 커피를 열네 잔이나 돌렸다며 즐거워했습니다.

 

죄송한데요, 혹시 점프선 있으세요?” 한달 반쯤 전의 일입니다. 낚시터를 가득 메웠던 사람들이 그날따라 모두들 일찌감치 자리를 떠났고 그분과 우리도 막 자리를 정리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차가 계속 꺽꺽 소리만 낼 뿐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에게도 점프선은 없었습니다. 모발폰도 잘 터지지 않는 지역이어서 그분 모발폰을 빌려 딸아이 부부에게 SOS를 쳤습니다. 용케 그 시간에 점프선을 구한 딸아이 부부가 올 때까지 아내와 저는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작은 공포를 느껴야 했습니다.

 

그분은 집에 가는 길에 확실히 가는 거 맞느냐?”며 딸아이에게 확인전화까지 했답니다. “안녕하세요? 미스타 빠떼리예요!” 하며 인사를 건네는 그분과는 요즘도 가끔 만납니다. 미운 사람들보다는 이렇게 좋은 사람들, 고마운 사람들이 더 많기에 함께 나누는 커피 한 잔, 과자 몇 개에 기분 좋음을 느끼곤 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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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