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민창현 사장과 강민숙 부사장 #6462022-07-23 18:18

민창현 사장과 강민숙 부사장

 

백 부장, 이 프로젝트 나는 처음 보는 건데 어떻게 된 거죠?”

, 그거 사장님께서 싸인 하신 건데요…”

 

강민숙 부사장은 인터폰을 집어 듭니다. “아니, 사장님은 이 프로젝트 내용 제대로 검토하시고 싸인 하신 거예요? 이렇게 문제점이 많은 사안을 저와 사전논의도 없이 결재하시면 어쩌자는 겁니까?”

 

백철환 부장, 이 일 당장 스톱 시키세요!”

부사장님일이 이미 시작됐고사장님께서도 허락하신 일인데…”

시끄러워요! 백 부장도 그래요. 이런 일은 나하고 먼저 상의를 했어야지. 사장님이 이쪽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잖아요. 당장 중단하세요!”

 

어느새 부사장실에 들어왔는지 민창현 사장은 머쓱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습니다. 부사장이 사장 결재가 난 일을 뒤집는다? 쉽게 볼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는 제가 한국 홍보대행사에서 잠시 외도를(?) 할 때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던 그 회사는 수년 전 강민숙 부사장이 직접 설립한 회사였습니다. 명문여대 출신에 뛰어난 실력과 빼어난 미모까지 갖춘 강 부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홍보전문가였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타이틀은 부사장이었습니다. 회사대표 직함은 남편인 민창현 사장이 갖고 있었습니다.

 

회사는 규모가 커지면서 홍보대행 파트는 강 부사장이, 광고대행 파트는 민 사장이 각각 책임지는 이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인 강민숙 사장은 홍보전문가였지만 남편 민창현 사장은 홍보나 광고 쪽으로는 문외한이었다는 점입니다.

 

남편은 당초 자신의 무역회사를 갖고 있었지만 부인의 홍보대행사가 커지자 시너지 효과를 갖기 위해 그다지 좋은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던 자신의 무역회사를 정리하고 부인의 홍보대행사에 합류했던 겁니다.

 

하지만 전문성이라곤 전혀 없는, 아예 동떨어진 일을 하다가 뒤늦게 합류한 민창현 사장에게 홍보대행이나 광고대행 업무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습니다.

 

사람 좋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던 민 사장은 휘하 부서장들의 의견만 믿고 결재서류에 싸인을 했고 업무 자체도 부서장들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민 사장은 속된 말로 회사 얼굴마담 역할이나 하고 퇴근 후 부서장 또는 직원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팀웍을(?) 다지는 일이 업무의 거의 전부인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민 사장과 강 부사장 사이에서 크고 작은 갈등들이 계속됐고 민 사장은 점차 강 부사장한테 주눅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일 때문이기는 했지만 사장이 결재한 사항이 뒤늦게 부사장에 의해 뒤집어지기도 하고 직원들 앞에서 사장의 위신이 깎이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습니다.

 

두 사람은 대놓고 직원들 앞에서 언성을 높이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결코 좋은 모습은 보이지 못했습니다. 결국 민창현 사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떠났고 회사는 강민숙 부사장 중심으로 재편됐습니다.

 

부부가 한 회사에서 같이 근무할 때 생길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로 다양합니다. 설령 부부 모두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할지라도 같은 회사에서 함께 일하다 보면 크고 작은 의견 충돌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남편이 아내보다 전문성이 떨어질 경우 부부가 한 회사에 근무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그나마 남편이 부인보다 직급도 위이고 전문성도 뛰어나다면 몰라도 그 반대의 경우는 위의 민창현 사장과 강민숙 부사장 커플처럼 상당히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