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부부가 같은 회사에서 함께 일하면… #6452022-07-23 18:17

부부가 같은 회사에서 함께 일하면

 

사모님은 회사에서 일 안 하세요?” 회사인수 초기에는 꽤 자주, 그리고 지금도 가끔씩은 듣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적지 않은 분들이 으레 제 아내도 저와 함께 <코리아 타운>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계십니다.

 

어카운트 담당하시는 분이 사모님 아니세요?”라는 말도 한동안은 꽤 여러 번 들었습니다. 실제로 상당수의 부부들이 같은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특히 어카운트 업무 같은 경우에는 사장 부인이 직접 챙기는 곳이 많습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것 같아서요.” 왜 아내와 함께 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입니다. 아주 오래 전, 아내와 제가 고객의 입장으로 한 교민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어이, 자스민. 지난 번에 얘기한 그 서류 좀 갖고 와봐.” 그곳 사장이 한 중년여성에게 우리에게 보여줄 서류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아직 못 찾았어? , 그걸 왜 여태 못 찾아? 참 답답하네.” 하며 짜증스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얼핏 뒤를 돌아보니 그 여성은 열심히 뭔가를 찾고 있었는데 사장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는 잰걸음으로 그 여성을 지나쳐 서류파일을 하나 집어 들었습니다. “아니, 이걸 여기 두고 그렇게 헤매고 있으면 어떡해? 답답해서 같이 일하겠어?” 하며 그 여성을 흘겨봤습니다.

 

우리에게 돌아와서는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친절한 설명을 해줬지만 그날 저는 그 사장과 마주 앉아 있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 사장이 핀잔을 계속했던 그 중년여성은 다름아닌 그의 부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윤 부장, 어떻게 됐다는 거야?”

그게…”

그러니까 그 회사 박 이사를 만났다는 거야 안 만났다는 거야?”

만나긴 했어요. 그런데…”

그런데 뭐? , 나 참 미치겠네. 말을 좀 똑바로 해보라구!”

박완규 이사 얘기가…”

박완규 이사가 뭐!”

 

급기야 윤지영 부장은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사장은 들고 있던 회의자료와 볼펜을 집어 던지며 답배 한 개피를 꺼내 물었습니다. 회의석상에 있던 다른 직원들은 숨소리도 제대로 못 내며 사장 눈치만 살피고 있었습니다.

 

최만원 사장, 그는 원래 성격도 급한 데다가 직원들을 소위 쥐 잡듯 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회의 때마다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대고 직원들을 윽박질러 사장 앞에서는 모두들 할 말도 제대로 못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전날 거래처 이사와의 미팅을 통해 새로운 계약 건을 하나 성사시켜야 하는 임무를 띤 윤지영 부장이 업무보고를 하는 도중에 이런 사단이 난 겁니다.

 

안 그래도 일이 잘 안 풀려 주눅이 들어 있던 윤 부장에게 최 사장의 다그침까지 더해졌으니…. 게다가 윤지영 부장은 최만원 사장의 부인이었습니다. 직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힐난을 당한 윤 부장은 한참 후 눈이 부은 채 돌아왔지만 회의가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했습니다.

 

부부가 같은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대부분 남편이 부인보다 윗자리에 있게 마련이고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원하든 원치 않든 위와 같은 그림들이 그려집니다.

 

물론, 이 같은 충돌 없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부부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부부가 같은 회사에서 일하면서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따져 볼 때 못된 구석이 분명히 있는저로서는 아내와 함께 일하지 않는 것이 백 번 잘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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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