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다른 나라 사람들 흉볼 일이 아니었습니다 #7502022-07-23 21:09

다른 나라 사람들 흉볼 일이 아니었습니다

 

? 이게 무슨 냄새지? 어디선가 석유냄새 같은 게 심하게 나더니 이내 연탄(?)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가 불을 피우는 거였는데 처음 난 석유냄새는 하얀 고체연료를 태우는 거였고 그 다음에는 조개처럼 생긴 석탄 타는 냄새였습니다.

 

, 따뜻하니 좋네!” 불이 타오르자 한 무리의 남자들이 기분 좋게 불을 쬐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옆에 있는 우리는 그야말로 곤욕이었습니다. 바람이 우리 쪽으로 세차게 불고 있어 석탄가스를 고스란히 맡는 형국이었습니다.

 

나이도 좀 있는 한국 남자들이었는데 그들은 그런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간혹 담배도 물고 있는 것 같았지만 워낙 강한 석탄가스에 묻혀버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사람들은 고기를 굽기 시작했습니다. 맥주병 따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와 함께 그들은 그렇게 그들만의 유쾌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 주말에는 안 간다는 룰을(?) 깨고 우리는 토요 산행 후 할 일도 없고 심심하기도 해서 낚시채비를 했습니다. 낚시터에 도착하니 사람도 엄청 많고 바람도 심하게 불고 있었지만 이왕 간 것, 낚싯대를 펼쳤습니다.

 

우리는 여러 대의 낚싯대를 늘어놓은 그 사람들 옆 끝자리에 앉았는데 그 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강풍에 석유냄새에 석탄가스에 고기 굽는 냄새까지 우리를 덮쳐 곤혹스런 시간이 계속됐습니다. “역시 주말엔 오는 게 아니었어…”라는 후회만 소리 없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람들이 자리를 뜬 다음이었습니다. 세상에그들은 조개탄 더미에 불씨가 시뻘겋게 살아 있는데도 그걸 그대로 두고 갔습니다. 주변에는 그들이 마신 맥주병이 열 개쯤 널브러져 있었고 감자를 구워 먹었는지 알루미늄 호일에 귤 껍질까지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습니다.

 

2주 전에 제가 그 나라 사람들은 왜 그럴까요?’라는 제목으로 낚시터에서 예의와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는 다른 나라 사람들 얘기를 했는데 정말 남의 흉볼 일이 아니었습니다.

 

바람이 계속 불고 있는데 아직 타고 있는 조개탄을 그대로 두고 가다니그러다 산불이라도 나면 어쩌려는 건지물론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누군가가 끄기는 했겠지만 정말 그래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타고 있는 조개탄에 물을 끼얹은 아내는 재를 흠뻑 뒤집어 썼습니다. 낚싯대를 제쳐두고 우리는 그 사람들이 어질러놓은 주변을 오리걸음으로 걸으며 맥주병 등 온갖 쓰레기들을 비닐봉지에 담았습니다.

 

문득 LG사장님 생각이 났습니다. 낚시터에서 종종 만나는 그분은 자리를 잡고 나면 늘 비닐봉지를 들고 주변청소부터 합니다. 누군가가 어질러놓은 쓰레기들을 깨끗이 치우고 나서 낚시를 시작하는 겁니다.

 

낚시터에는 쓰레기는 각자 가져가세요라는 안내문이 버젓이 붙어 있는데도 늘 이런저런 쓰레기들이 굴러다닙니다. 우리가 즐기는 우리를 위한 공간서로서로 아끼고 깨끗이 쓰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 차 트렁크에 실린 그 사람들의 쓰레기 더미 속에서 빈 병 부딪치는 소리가 딸그락딸그락 계속 들려왔습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 그날 우리는 착한(?) 일을 한 덕분이었는지 은빛 찬란한 갈치 두 마리와 40센티미터에 육박하는 테일러 한 마리를 챙겨왔습니다. 요즘같이 물고기가 귀한 상황에서 그건 분명 좋은 일을 한데 대한 포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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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