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할배’들은 좋겠다… 운전을 하며 다니다 보면 가끔 싸이클 타는 사람들과 맞닥트리게 됩니다. 헬멧에 선글라스, 유니폼까지 갖춰 입고 힘차게 달리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를 부러움 같은 게 느껴집니다. ‘나도 타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지만 이제는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뼈가 부러질 수 있는 나이라서 이내 욕망을 접어버립니다. 한참 고민과 방황이 많았던 20대초반
시절, 3년 정도 싸이클에 빠져(?) 지냈던 적이 있습니다. 싸이클리스트들에 대한 보호는 물론 헬멧 등 안전장구도 없었던 시절, 빨간색의
날렵한 싸이클에는 늘 반팔 티에 반바지 차림의 키 크고 삐쩍 마른 제가 올라 있었습니다. 폭풍질주를 즐기다 보니 위험천만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난폭운전을 하던 2.5톤 트럭과 나란히 달리다가 옆으로 튕겨나가기도
했고 신호를 무시한 8톤짜리 덤프트럭이 눈앞에서 미친 듯이 달려들어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싸이클을 놓지 못했던 건 그것이 주는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 때문이었습니다. 몸을 최대한 낮추고 싸이클과 하나가 돼 전력질주 할 때의 쾌감은 말로는 다할 수 없습니다.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다 갈 수 있고 아무런 제약 없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결코 놓칠 수
없는 싸이클의 매력이었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는 시간이 날 때면 문득 차를 몰고 강릉이며 속초며 동해안으로
내달아 겨울바다에 안기곤 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고 운전을 즐기는 저에게는 못 말리는 질주본능 같은
게 있는 모양입니다. ‘꽃할배’들은 좋겠다… 매주 금요일 밤 방송되는 tvN ‘꽃보다 할배’를 보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요즘 ‘꽃보다
할배’는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네 할배들의 유쾌한 스페인 배낭여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7, 80대 할배들이 배낭여행을 하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닌데 그들 네 할배들은
속된 말로 공짜로 해외여행을 하면서 돈까지 벌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그들은 ‘꽃보다 할배’ 출연 덕에 CF도
많이 찍고 또 다른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시드니에 13년째 살면서 이런저런
이유들로 여행기회를 자주 만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용케 가졌던 몇 차례의 여행에서 얻은 추억들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던 무수한 별들, 이른
아침을 자욱하게 뒤덮었던 물안개, 그리고 그림처럼 산허리를 감고 있던 구름들의 향연….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두
다리 튼튼할 때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 주변에서 종종 듣는 이야기입니다. 앞의 꽃할배들처럼 공짜여행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기회는 없지만 아내와 저는 가능한 한 많은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한 노력과 더불어 연초에 좋은 사람들이 모인 산행동호회에 소속되는 행운이
더해져 우리의 이 같은 목표는 쑥쑥 잘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내와 저는 매주 토요일 아침 빠짐없이 산행에
참가하고 있고 지난 주말에는 1박 2일로 스노위 마운틴 (Snowy Mountains)엘 다녀왔습니다. 물론, 단순한 여행이 아닌 산행을 필수로 한 ‘건강여행’이었습니다. 시즌이 아니어서 눈을 못 본 게 조금 아쉽긴 했지만 호주에서 가장 높은
산의 2천 2백 28미터
정상에서 맛본 행복감은 최고였습니다. 네 시간 반이 걸린다는 산행코스를 우리 산행동호회 일행은 세 시간
만에 가뿐히 주파했습니다. 스노위 마운틴에서의 행복했던 시간들은 ‘테레사&토니의 껌딱지 여행기’라는 제목으로 이번 호 <코리아타운>에서 함께 나눕니다. 저처럼 “언젠가 한 번 가봐야 하는데…” 하며 막연한(?) 계획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얹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 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