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부자의 기준 #7102022-07-23 19:12

부자의 기준

 

장모 놀려먹는 병 함익병, 장모 부려먹는 병 함익병, 장모 이겨먹으려는 병 함익병, 장모 함부로 대하는 병 함익병… 요즘 한국에서 ‘국민사위’라는 애칭을 얻은 피부과전문의 함익병(51)을 가리키는 재미있는 표현들입니다.

 

그는 한국 SBS TV ‘자기야’가 마련한 ‘백년손님’ 코너에서 ‘강제(?) 처가 소환’을 당해 장모와 1 2일을 지내며 각종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여든이 훌쩍 넘은 장모를 막(?) 대하는 함익병을 보며 가끔은 ‘저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의 모습에서는 알 수 없는 친근감과 묘한 매력이 느껴집니다.

 

서울 강남 대치동에서 피부과전문의 여에스더와 함께 함익병&에스더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함익병은 1994년 한국 최초의 피부과전문병원 이·지·함피부과를 오픈한 주인공입니다.

 

이유득, 지혜구, 함익병 세 피부과전문의의 성을 따서 만든 이·지·함피부과는 당시 이대앞에서 시작해 서울은 물론, 지방 대도시들에까지 브랜치를 두며 승승장구, 거센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정말 일요일도 없이 일을 계속 했다. 개업 초기, 병원이 바쁘게 돌아가자 많은 사람들이 금방 부자 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그때 나는 이미 부자가 됐다’고 얘기했다.” 얼마 전 함익병이 SBS TV ‘힐링캠프’에 출연해서 한 이야기입니다.

 

그가 갖고 있는 부자의 기준은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합니다. “내가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사먹을 수 있으면 부자, 식당에 돈 걱정 없이 갈 수 있으면 부자라고 생각한다였습니다.”

 

함익병의 아버지는 7남매 중 장남이었고 가난한 집안환경 탓에 그의 어머니는 결혼반지로 받은 금가락지를 팔아 여섯 시동생과 시누이들 뒷바라지를 했다고 합니다.

 

어쩌다 접할 수 있는 비싼 소고기는 구워먹는 건 상상도 못했고 대식구가 나눠먹기 위해서는 무조건 국으로 끓여야 했습니다. “꽃게를 좋아했지만 많은 식구들과 함께 먹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으로 끓여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꽃게찜으로 먹을 수 있어 좋다며 그는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12년 전, 시드니에 거의 맨손으로 왔을 때 우리에게는 단돈 1불도 귀하게 다가왔습니다. 외식이라는 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메디케어가 없었던 우리 가족은 그야말로 아플 자격(?)조차 없었습니다.

 

한 번 병원에 가면 50불이라는 거금을 쏟아내야 했기에 감기 기운이라도 느껴질라 치면 우리는 당시 5 50 하던 월남국수 한 그릇에 월남고추를 듬뿍 넣어 감기를 쫓아버리곤(?) 했습니다.

 

그 좋아하던 술도 한 병에 18불 하던 소주는 감히 엄두가 나지를 않아 가끔 중국식품점에서 60도짜리 고량주를 7불에 사서 마시곤 했습니다.

 

한국에서 회사 살리기한다며 1년 반 동안 월급 한 푼 안 받고 뛰어다닌 데다가 빚 보증까지 걸려 피(?)같은 아파트를 팔아 빚 정리를 하고 왔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낮에는 신문, 잡지사에서 일하고 새벽에는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세븐 데이로 Woolworths 청소를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아내와 함께, 아이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면 아내의 얼굴에서는, 우리의 얼굴에서는 진한 행복이 배어나옵니다.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먹을 수 있어 정말 행복하고 좋아!” 아내는 가끔 어린아이처럼 이렇게 얘기합니다. 함익병의 부자론은 아내의 그것과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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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