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세 가지 즐거움 #8052022-07-23 21:37

세 가지 즐거움

 

아무래도 찌가 옆으로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어 열심히 노려보지만 무심한 찌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이런 젠장, 이젠 상상입질까지 하는군!” 혼잣말처럼 투덜대며 낚싯대를 다시 내려놓습니다.

 

얼마 전부터는 입질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누구나 달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은갈치를 기대하고 가지만 아무도 잡는 사람이 없습니다. 갈 때마다 최소 한 마리씩은 꼭 잡아 갖고 오던 우리도 요즘은 꽝의 연속입니다.

 

이젠 끝난 것 같아요.” 아쿠나베이 고정(?)멤버들의 이야기처럼 시기적으로 갈치가 그만 나올 때가 된 것도 같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로 그곳을 찾습니다.

 

갈치가 왕창왕창(?) 나올 때보다는 훨씬 적은 수이지만 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꾸준합니다. 날씨도 쌀쌀하고 물도 차지만 그곳에 있는 것 자체가 즐거운 사람들입니다.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듯한 밤하늘의 별들도 좋은 친구가 돼주고 드물게는 별똥별 떨어지는 걸 보는 행운을 얻기도 합니다.

 

가끔씩은 뿡뿡이, 꺽꺽이, 칵칵이, 뻑뻑이 그리고 부채도사들 때문에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들만 아니면 아쿠나베이는 최고의 안식처가 됩니다. 갈치가 더 이상 안 나온다 하더라도 아내와 저는 앞으로도 일주일에 한번은 아쿠나베이에 놀러 갈생각입니다.

 

나처럼 이렇게 가슴을 펴고 쿵따리 샤바라 빠빠빠빠 빠빠빠빠…” 토요일 새벽, 아이유가 리메이크한 쿵따리 샤바라가 울려 퍼집니다. 솔직이 일어나기는 싫지만 따뜻한 황토침대의 유혹을 뿌리치고 자리를 털어냅니다.

 

그렇게 시작되는 산행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세 시간 반 남짓 동안 함께 하는 산길에는 우리의 건강과 행복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사방팔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선한 공기와 예쁜 새 소리,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새벽에 억지로 일어난 데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해줍니다.

 

테레사, 이거아기 100일 축하해요.” 지난주 토요일, 산행을 막 시작하려는데 시드니산사랑 회원들의 사랑이 담긴 예쁘고 앙증맞은 아기 100일 반지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이 딸아이 아기의 100일이어서 우리 식구들만 모여서 간단한 이벤트를(?) 가졌는데 반지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에 그 기쁨과 고마움은 말로는 다할 수 없었습니다.

 

그날 저녁, 딸아이 부부가 기쁜 마음으로 달려왔습니다. 참 신기했던 건 평소에는 두 주먹을 꼭 쥐고 있던 아기가 반지를 끼워주자 손가락을 쫙 펴고 자랑이라도 하듯 앞으로 내밀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본 지인들도 ? 요 녀석이 벌써 황금의 위력을 아네?” 하며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처음엔 목도 제대로 못 가누던 녀석이 이제는 제법 의젓합니다. 밖에 나가서도 다른 사람들한테는 절대 웃어주지 않는다는 녀석이 희한하게도 우리만 보면 방긋방긋 웃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우리는 매주 수요일을 아기 이름을 딴 ‘AIDEN Day’로 정했습니다. 옛날에는 1년에 두세 번 갔던 딸아이 집을 이제는 일주일에 한번은 꼭 가게 된 겁니다. 에이든의 천사 같은 미소에 반해서….

 

지난 주에는 녀석을 꽤 자주 만났습니다. 아내와 함께 울워스에 갔다가 에스컬레이터에서 아기 띠를 한 딸아이를 우연히 만났고 한국식품점에서도 유모차를 밀고 나온 딸아이와 마주쳤습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덕분입니다.

 

날씨도 아직 춥고 경기도 안 좋은 데다가 갈치도 안 잡혀 재미가 없지만 우리에게는 이렇게 세 가지 즐거움이 늘 함께 하고 있어 고맙고 행복합니다. 내일은 우리 에이든 손가락에 황금반지를 끼워준 시드니산사랑 회원들에게 기분 좋은 커피 한잔씩을 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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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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