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아시안컵 축구가 준 희로애락… #7782022-07-23 21:23

아시안컵 축구가 준 희로애락

 

1월 한 달은 아시안컵 축구에 푹 빠져 지냈던 것 같습니다. 4강전에서는 한국응원단 속에 섞여 ~한민국!’을 외쳤고 한국응원단 쪽 티켓을 구하지 못한 결승전에서는 노란색 물결에 파묻혀 목청을 돋웠습니다.

 

우승인 듯 우승 아닌 우승 같은준우승으로 끝났지만 그것은 한바탕 축제였고 그 안에는 희로애락 (喜怒哀樂) ,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이 모두 들어 있었습니다.

 

지난해 6월 브라질월드컵에서 처절하게 무너진 후 인천공항에서 엿 세례까지 받았던 한국팀이 7개월 만에 1 80도로 바뀌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초반에는 다소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호주와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이라크와의 4강전 그리고 호주와의 결승전에서는 멋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Time for Change’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아시안컵에 출전한 한국팀은 완벽에 가깝게 변화했고 어느 누구에게서도 왜 우승하지 못했느냐?’는 비난을 듣지 않았습니다. 한국선수들의 그 같은 모습을 먼 이국 땅 호주에서 볼 수 있었던 건 분명한 기쁨, ()입니다.

 

호주와의 결승전에는 76385명의 유료관중이 들어왔다는데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노란색 물결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숫자적으로 열세였던 한국응원단의 조직적이고도 파워풀한 응원은 그들을 충분히 압도했습니다.

 

아내와 저는 노란색 유니폼이 득실거리는(?) 자리에 들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살짝 긴장도 됐지만 우리 옆자리 호주인들은 우리에게 맥주도 두 잔 건네줬고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며 유쾌하게 응원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선수들 혹은 한국응원단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위협하며 술잔이나 바비큐소스통, 먹던 음식 등을 던졌다는 일부 호주관중들의 행태는 노여움, ()를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옐로카드를 다섯 장이나 받은 호주선수들, 우승을 향한 강박이 심하긴 했겠지만 페어플레이와는 거리가 먼 경기를 펼치는 모습은 보기에 안 좋았습니다.

 

누구든 다 이기고 싶고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승패를 떠나 멋지게 경기를 펼쳐가는 순간순간이 모두에게는 축제인데 왜 그리 악다구니를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이 우승하면 더없이 좋고 우리가 뿌리를 내려 살고 있는 나라이니 호주가 이겨도 좋다는 생각을 가졌던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그들의 생각에서는 슬픔, ()가 느껴졌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우리는 서로 엄지손가락을 세워 굿 게임!’이라며 주변의 호주인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결승전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 특히 8강전에서 미친 질주를 보여준 차두리 선수에게는 따끈한 돼지국밥 한 그릇을 사주고 싶었고 결승전 종료 휘슬이 울린 후 슈틸리케 감독 품에 안겨 펑펑 눈물을 쏟았던 손흥민 선수는 꼬옥 안고 등을 토닥여주고 싶었습니다.

 

, 역사의 현장에 계셨군요. 선배, 예전에는 거의 무정부주의자 분위기, 코스모폴리탄의 자유주의자, 세계주의자 성향이 더 많이 풍겼는데 고국 떠나니 그래도 파이팅 코리아 외치시나 봐요. 보기 좋아요.” 한국에 있는 후배기자가 저한테 보낸 카톡 메시지입니다.

 

그렇게 2015 호주 아시안컵 축구대회 축제는 끝났습니다. 저나 아내나 특출한 애국자는 못되지만 붉은악마 티를 입고 경기장에서 ~한민국!’을 외치던 시간들은 즐거움이 가득한 락()의 시간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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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