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못 말리는 직업병(?) 때문에… #7712022-07-23 21:20

못 말리는 직업병(?) 때문에

 

, 웨딩사진 찍으시는군요. 두 분 결혼 축하 드립니다. 저는 한국에서 온 미혼여성지 <신부> 기자 김태선입니다. 괜찮으시다면 두 분의 행복한 사진 몇 장과 함께 간단한 인터뷰를 넣어서 다음 달 우리 책에 내고 싶습니다.”

 

거의 20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이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 직항노선을 개설하면서 주요 신문, 방송, 잡지 기자들을 첫 취항 비행기에 태웠습니다.

 

여성지 여원이 발행하는 미혼 여성지 <신부>의 부장데스크를 맡고 있던 저도 그 대열에 함께 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브뤼셀 취항기념 기자초청은 주요매체들의 데스크 급 기자들에게 비행기부터 호텔, 식사, 여행까지의 모든 것들을 무료로 제공하며 홍보효과를 노리는 스페셜 이벤트였습니다.

 

우리는 그저 78일 동안 그들이 안내하는 이곳 저곳들을 즐겁게 다니다가 돌아와 간단한 기사만 한 건 내주면 됐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브뤼셀에 직항노선을 개설했고 유럽연합(EU)본부가 있는 브뤼셀은 이런 곳이다정도면 충분한 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체투어 때는 물론이고 개인 자유시간이 주어졌을 때도 손에서 카메라와 수첩을 놓지 않았습니다. 목에는 항상 목걸이 볼펜이 걸려 있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다른 매체들이 간단한 소개기사를 내보낸 것에 비해 저는 78일 동안 브뤼셀에 머물면서 가볼 만한 명소, 거리인터뷰, 거리패션, 맛집 등 다양한 정보들을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자유시간 틈틈이 결혼하는 커플 다섯 쌍을 만나 그들의 러브스토리와 다양한 사진들을 담아냈던 겁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다음 달 <신부>에 칼라로 예쁘게 실렸고 한국의 독자들도 브뤼셀 현지에서 담아온 신혼부부 다섯 쌍의 풋풋한 이야기를 신선하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기에 제가 제공하는 각종 여행정보 또한 적잖은 도움을 줬습니다.

 

저는 매사 사서 고생하는스타일입니다. 수석기자 시절에는 편집데스크 발령을 안 받겠다고 한달 동안 회사와 싸우다가 강제발령(?)이 나자 낮에는 기자로 현장을 뛰어다니고 밤에는 데스크웍을 하는 이중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다고 회사가 월급을 두 배로 주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저의 이 같은 기행(?)은 한동안 계속 됐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에 데스크를 맡아 기자들을 지휘하는 것보다는 직접 현장을 뛰며 기사를 만들어내는 게 더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같은 생각과 행동은 시드니에 살면서도 변함없이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여행을 가더라도 제 손에는 늘 카메라와 수첩이 들려 있고 목에는 목걸이 볼펜이 걸려 있습니다.

 

여행을 할 때는 그저 편안하게 보고 느끼고 즐기면 될 것을 왜 사서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호까지 네 차례에 걸쳐 테레사&토니의 뉴질랜드 남섬 껌딱지 산행기·여행기<코리아타운>에 풀어냈습니다.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이런저런 것들을 메모하고 담느라 바빴고 돌아와서도 4주 동안 새벽시간까지 그걸 풀어내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를 털어내면서 이제는 나도 여행가면 이런 거 안 쓰고 재미있게 놀기만 해야지하고 다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매번 하는다짐입니다. 제가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다면 제 손에는 또다시 수첩과 볼펜이 들려 있을 것이고 목에는 목걸이 볼펜이 걸려 있을 겁니다. 저의 작은 노력이 많은 분들께 여행의 추억과 작은 정보를 드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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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