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무의식 그린 화가 살바도르 달리

그에게 있어 파괴는 ‘또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 발견하는 것

 꿈과 무의식을 그리는 화가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1904~1989)는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조각가, 사진가, 영화제작자로 20세기를 풍미한 위대한 예술가이다. “세상은 나를 우러러 볼 것이다. 어쩌면 나는 경멸 당하고 오해 받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위대한 천재가 될 것이고, 그것만은 확실하다.”

 

01_새로운 세상 창조 위해 기존 질서는 파괴돼야

오만할 정도로 자기애가 강한 발언대로, 도발적이고 세상의 편견과 관습에 도전해 기존의 가치를 깨부수고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화가. 천재와 미치광이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있던가?

“편집증이 있다, 광기기 있다” 등 정신병을 의심하는 이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것은 작품의 완성도와 거기에서 드러나는 탁월한 예술성이다.

상식을 뒤엎는 그의 독특한 상상력은 우리에게 기이한 환상과 인생에 대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늘어놓은 듯 심상의 풍경화를 보여준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가득 찬 그의 내면세계는 정교하고 세밀한 솜씨로 신비로운 화면을 수놓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불안이나 모순, 공포를 무의식의 세계를 통해 충분히 표현하였다. 본연의 형태를 잃고 늘어져 있는 시계,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기괴한 형태의 자화상, 가슴에 서랍을 잔뜩 달고 헤매는 여인 등.

오늘날까지 많은 오마쥬를 낳은 전설적인 작품들을 통해 인간 내면에 잠재된 절망과 회의를 끌어 올린다. 그는 “초현실주의가 파괴적이지만, 우리의 상상을 제한하는 족쇄로 여겨지는 것들을 파괴한다”며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기 위하여 기존의 질서는 파괴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에게 있어 파괴는 단순한 파괴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또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을 발견하는 것이다.

 

02_여섯 살부터 그림 그리기 시작한 뛰어난 천재성

‘살바도르 도밍고 펠리페 하신토 달리 이 도메네크’ 라는 긴 이름을 가진 달리는 스페인 카탈로니아 북부의 작은 마을 피게라스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공증인으로 예술에도 조예가 깊었다.

달리는 중산층의 유복한 가정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났으나, 그가 태어나기 수개월 전에 죽은 형의 그림자로 항상 괴로워하였다. 이것은 그의 부모가 그에게 형과 똑같은 이름을 지어주고 그에게서 큰아들의 모습을 찾으려 한데서 기인한다.

마치 형의 대용품인양 느껴진 달리는 이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에 큰 혼란을 겪게 되고, 이러한 유년시절의 기억은 그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섯 살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달리는 뛰어난 천재성으로 명문인 산 페르난도 왕립 미술학교에 입학하고 비평가들에게도 찬사를 받았다. 이후 마드리드 미술학교에 입학했으나 학교 수업보다는 인상파, 미래파, 큐비즘 등 당시 새로 일고 있는 화풍에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재학 중에 반정부 활동으로 감옥에 다녀온 후 무정부주의적인 타락한 생활을 하였고 지나친 자기애와 누구도 자신의 그림을 평가할 수 없다는 오만함으로 결국 퇴학하고 만다.

 

03_1929년 첫 개인전, 앙드레 브르통에 의해 초현실주의 운동에

달리는 21세 때 여동생 안나 마리아를 그린 ‘창가에 서있는 소녀’로 1925년 전시회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인물을 다루는 많은 작품들이 인물의 정면이나 측면을 그리는데 반해, 이 작품은 인물의 뒷모습을 그린 참신한 시도였다.

아무런 장식이 없는 벽에 뚫린 창문으로 펼쳐진 하늘과 저 멀리 보이는 육지,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소녀의 모습은 우리에게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소녀에서 여인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있는 그녀의 시선에는 그녀의 꿈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으리라. 관객은 오직 그녀의 뒷모습에서 그녀의 내면을 유추할 뿐이다. 이 그림에는 우리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는 여백이 있다. 단순히 뒷모습만을 그린 것이 아니라 이야기되지 않은 스토리를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 같다.

1927년 피카소를 만난 후 달리는 현대회화의 흐름 속에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하게 된다. 그는 피카소의 큐비즘에도 매료되었지만 후안 미로와도 친분을 갖고 초현실주의 화가들과도 교류를 했다. 1929년 첫 개인전을 열고, 앙드레 브르통에 의해 초현실주의 운동에 가입한 후 자신만의 독특한 초현실주의 작품세계를 확립해 나갔다.

 

04_가족대신 선택한 운명의 여인 갈라는 구원이자 여신

1929년 달리는 운명의 여인 ‘갈라’ 를 만나게 된다. “내 어머니보다, 내 아버지보다, 피카소보다 더… 그리고 심지어 돈보다, 갈라를 더욱 사랑한다. 그녀가 나를 치유했다” 라고 말한 것처럼 그녀는 그의 영원한 뮤즈이자 단 하나의 사랑이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에 빠진 달리는 그녀 앞에서 꾸밈없이 구애를 펼쳤고, 같은 해에 열린 파리의 작품전 도중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되었다. 둘만의 폐쇄된 공간에서 오직 서로만을 향한 시간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달리에게 마치 요람 속의 아기나 어머니 뱃속의 태아와도 같은 크나큰 평화와 안정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이미 러시아의 시인 폴 엘뤼아르의 부인이었던 갈라와의 사랑은 불타오르는 그들의 정열만큼이나 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그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카다퀘스로 돌아와 리가크항에 조그만 방을 얻어 함께 살기 시작했다.

남의 아내를 가로채 살림을 차린 부도덕한 아들에게 아버지는 절연을 선고했고, 달리는 그 충격으로 삭발을 하고 머리카락을 땅에 묻어버리고 만다.

가족대신 운명의 여인 갈라를 선택한 것이다. 갈라는 달리에게 있어 구원이자 여신이었다. 그의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은 모두 갈라로 표현되었다. 심지어 성모 마리아까지 갈라의 모습으로 그려진 것은 그의 불안정한 정신세계를 이해하고 구원하고 치유한 것이 갈라이기 때문이다.

갈라는 그의 작품에 영감을 주고, 그를 독려해 작품에 매진할 수 있게 하고, 전시계획이나 화상과의 연계 등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며 커다란 내조를 하였다. 갈라로 인해 달리가 진정한 화가로 거듭 날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05_1931년 대표작 기억의 지속 탄생

드디어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대표작 ‘기억의 지속’이 1931년 탄생했다. 자신의 꿈에서 영감을 얻어 그렸다는 이 작품을 보면 멀리 보이는 고요한 바다와 황금빛 절벽이 어우러져 있다.

이 절벽은 달리의 고향 카탈로냐 해변 크레우스의 곳에 위치한 언덕으로 익숙하고 편안한 풍경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분위기는 나뭇가지에 걸려 늘어진 시계, 네모난 구조물 위에서 흐물거리듯 녹아 내리는 시계,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진 기괴한 생명체의 등에 안장처럼 걸쳐진 시계 등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형태들로 인해 급격한 긴장감을 띄우게 된다. 바닥에 있는 기이한 형체는 시간이란 짐을 지고 그 밑에 깔려 허덕이는 달리 자신의 옆얼굴을 형상화시킨 것이라 말한다.

배경을 그린 뒤 붓을 놓고 화실을 나가려는 순간 그의 뇌리에 스쳐간 이미지가 있었다. 그것은 까망베르 치즈가 태양의 열기에 녹아 흘러내리는 모습이었는데, 그는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치즈를 시계로 환치시킴으로 여태껏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신비하고도 불안한 초현실적 세계를 창조해낸 것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평범한 사물들인 시계, 나무, 상자, 벌레, 그리고 자신의 형상까지 왜곡된 형태와 있어야 할 자리를 벗어난 의외성으로 우리에게 기이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를 향한 호기심과 동경을 일으킨다.

시계로서의 기능을 잃은 시계는 멈추어진 시간을 나타낸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 화면 속의 풍경은 영원히 박제된다. 또한 시계 위에 들러붙어 있는 개미떼와 파리는 죽음과 부패를 상징한다. 시간의 죽음, 시체와도 같은 시간의 부패는 벌레와 죽음에 대한 달리의 공포를 표출하고 있는 것 같다.

 

06_‘끝이 없는 수수께끼는 지대한 영향 준 프로이트의 초상

‘보이지 않는 남자’에서 달리는 본격적으로 이중 이미지를 사용한다. 이 복잡하고도 모순에 가득 찬 화면은 하늘과 넓은 광장 이라는 평범한 배경 위에 늘어선 수많은 구조물로 형성되어 있다.

구조물과 구조물은 서로 연결되어 복합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제3의 존재로 다가온다. 성벽이나 난간이 사람의 얼굴로도 보이고, 두 개의 그림이 묘하게 하나의 그림에 숨겨져 있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일으키는데, 그것의 부조화는 우리에게 혼란을 준다.

숨겨져 있는 형상들의 보이지 않는 이미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사물들과의 연관성을 초월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1929년에 시작해 1933년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심혈을 기울였지만 결국 완성하지 못한 채 미완성으로 남고 말았다.

인간의 정신세계, 무의식의 세계란 그만큼 오묘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아닐까? 그 세계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순례자로서의 달리가 엿보이는 것 같다.

1938년 그려진 ‘끝이 없는 수수께끼’는 달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그의 작품의 근간이 된 프로이트의 초상이다. 프로이트의 죽음이 다가오며, 이를 느낀 달리가 무의식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 그림에서도 달리는 이중 이미지와 숨겨진 이미지를 활용하였다. 뒤에 보이는 산은 팔을 고이고 옆으로 누워있는 사람이고, 가운데 얼굴의 눈은 호수에 떠있는 배, 코와 입, 수염은 소녀의 뒷모습이다.

배이면서 동시에 악기로 보이는 형상, 출처를 알 수 없는 기이한 형체와 앙상한 나뭇가지 이 모든 것들이 한데 모여 프로이트를 향한 심상의 풍경화를 그린다.

 

07_열여덟 어린 나이부터 프로이트에 심취해 <꿈의 해석> 읽고

‘꿈에서 깨기 직전 석류 주변을 날아다니는 한 마리 꿀벌에 의해 야기된 꿈’ (1944). 긴 제목의 작품은 무의식에 의해 생성되는 연상 작용을 그린 그림이다.

제목에서 보여지는 대로 먹다 남은 석류 주위로 윙윙대며 맴도는 꿀벌의 소리는 그의 무의식과 작용해 비몽사몽간에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신비한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석류에서 물고기로, 그 입에서 나오는 호랑이가 덮쳐오고, 장총이 누워있는 여인을 찌르고 있다. 이 장총의 날카로운 끝은 꿀벌의 침을 상징한다. 바닷가 암석 위에서 공중에 떠있는 상태로 잠든 여인, 그녀 옆으로 붉은 석류가 떠있는데, 이 모든 것은 중력을 잃고 공중에 떠있다.

저 멀리서 코끼리는 어떤 모뉴먼트 (monument)를 등에 지고 하염없이 길고도 가는 곤충의 다리를 가지고 바다 위를 걷는다. 벌레와 음식물이 범벅이 되어 이루어진 사념의 덩어리는 그의 상상력을 통해 하나하나 생명력을 가지고 가상의 세계로 뻗어 나간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연상 작용은 꿈이기에 가능하다.

달리는 어린 나이인 1922년부터 프로이트에 심취해 <꿈의 해석>을 읽고, 무의식과 본능의 세계를 해방시켜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였다. 그는 이것을 ‘편집광적 비평적 방법’ 이라 명명하고, 정신착란 현상을 연상케 하는 비이성적인 인식의 즉흥적 방법이라 정의하고 있다.

그 방법을 실현하기 위해 정밀한 소묘와 완벽한 원근법으로 대상을 묘사한다.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된 비사실적인 대상은 우리에게 혼란과 불안을 일으키고, 이 기묘하고 신비한 새로운 세상에 자신을 투영하게 된다.

 

08_고전주의를 초현실적 방식으로 재해석해 그린 환각의 투우사

1949년은 히로시마 원폭투하와 비키니 섬의 원자폭탄 실험으로 인한 원자에 대한 호기심이 인류를 휩쓸 시기였다. 비키니 섬의 실험을 빗댄 ‘비키니 섬의 세 스핑크스’ (1947년)를 비롯해 원자에 관한 여러 그림을 그렸다.

‘원자의 레다’ (1949년)는 가장 혁신적인 과학을 신화라는 고전적 주제를 통해 표현한 작품이다. 핵물질이 빛으로 발산되는 가운데 레다는 화면 가운데 제단으로 보이는 구조물에 앉아 백조로 변한 제우스에게 구애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앉아있는 여인도 공중에 떠있고, 제단과 다른 구조물들 역시 허공에 부유하고 있다. 사물들은 서로의 간격을 지키며 부딪치지 않은 채 자신의 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마치 무게와 질량을 무시한 채 무중력의 상태에서 떠도는 원자의 운동처럼 보인다.

그 동안 그린 그림들과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 그림으로 달리가 50대 중반에 그린 ‘명상하는 장미’ (1958)에는 어떤 사물의 그로테스크한 변형이나, 이중 이미지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푸른 하늘에 떠있는 거대한 붉은 장미 한 송이가 있을 뿐이다.

이슬을 머금은 꽃잎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 극사실적인 기법을 사용해 장미는 마치 살아있는 것 같다. 만약 이렇게 거대한 장미가 실제로 하늘에 떠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단순히 장미를 하늘에 띄워 올리는 순간 이곳은 현실과는 또 다른 세계가 된다.

아래 서있는 두 사람은 상대적으로 작게 그려져 장미의 크기와 대비를 이루고 있고, 그 크기의 차이로 인해 장미는 본래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하나의 상징물이 된다.

1968년~1970년까지 그린 대작 ‘환각의 투우사’는 달리가 노년기에 이르러 그의 평생의 예술관을 집대성한 작품으로 보인다. 이것은 고전주의를 초현실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해 그린 그림으로 ‘미로의 비너스’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그림의 중심인 비너스 상은 여럿이 중첩되어 있고, 뒤로 갈수록 그 형태가 변형되어 흐려진다. 멀리 보이는 원형경기장과 뚫려진 난간 사이로 날아드는 연속된 점과 같은 형태들은 차례차례 순서대로 비행하는 날벌레나 혹은 경기장을 뒤덮는 군중 같기도 하다.

두 번 째 비너스를 자세히 보면 투우사의 코와 입이 보인다. 비너스의 왼쪽 가슴은 코가 되었고, 배 부분의 주름은 입술이 된다. 그리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비너스의 몸에 걸쳐진 천은 투우사의 흰색 셔츠와 연두색 넥타이로 변형된다.

복잡한 점들로 이루어진 작품 하단에서 창에 찔려 피 흘리는 소를 볼 수 있고, 그 피가 끝나는 지점에 소년의 모습을 한 달리가 서있다. 이 복잡한 그림은 달리 자신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비너스를 통해 여인의 아름다움과 성적 욕망을, 투우사를 통해 폭력적인 성향을, 그리고 피 흘리며 쓰러진 소를 보는 무력한 소년일 뿐인 자신을 향한 자기연민이 복합적으로 표현되었다.

 

09_1982년 갈라가 죽은 뒤 그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화가는 피카소와 마찬가지로 생전에 막대한 부와 명성을 누렸다. 긴 세월 동안 작품활동을 하며 자신의 재능을 회화뿐만 아니라 영화, 조각, 사진, 가구, 액세서리 등 여러 분야로 확장시켜 나갔다.

알프레드 힛치콕과 ‘스펠바운드’ (1945)영화를 만들고, 월터 디즈니와 단편 만화영화 ‘데스티노’ (2003)를 제작해 아카데미상 후보로 오르기도 하였다. 영화 ‘양들의 침묵’ 포스터와 ‘달리 아토미쿠스’라는 사진작업, 빨간색의 입술모양을 한 소파, 자신의 회화작품을 모티브로 한 조각, 사람의 눈과 입술모양을 한 보석 액세서리 등등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그의 재능의 끝은 어디인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뻗어나간 왕성한 창작력은 정말 경이롭다. 그러나 1982년 갈라가 죽은 뒤, 그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가 ‘정신적 감옥’이라 칭한 카다케스의 집에 들어가 수도하듯 나머지 생을 살다가 1989년 갈라의 곁으로 떠났다.

“갈라는 내 인생의 소금이며, 내 인격을 강하게 해주는 목욕이며, 나를 표시해주는 동화, 나와 꼭 닮은 사람, 바로 나인 것이다.” 일생 동안 갈라만을 너무도 사랑했기에 그녀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다. 아마도 달리는 갈라의 죽음과 동시에 자신의 인생과 예술도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의 ‘이 밤에’를 바친다.

 

오늘 저녁 무엇을 말하리, 가엾고 외로운 넋이여.

내 전에 시든 가슴, 무엇을 말하리.

그 성스런 시선이 어느 날 그대를 다시 환하게 한

너무나 아름답고, 지극히 어질고,

가장 사랑스런 그녀에게!

 

… 그녀를 칭송함에 우리는 자랑으로 삼으리.

그녀의 유연함 만한 것은 이 세상에 없으리라.

그녀의 정신에 싸인 육체는 천사의 향기를 지니고

그녀의 눈길은 우리를 광명으로 감싸주네.

 

어둠 속에서나 외로움 속에서나

거리에서나 군중 가운데서나

그녀의 환상은 횃불처럼 빈 하늘에서 너울거리네.

 

그 환상이 가끔씩 부탁하기를

“나는 아름다워 명하노니, 오직 나를 위해 아름다움만을 사랑하라

나는 수호천사요, 뮤즈이자 마돈나이나니!”

 

* 다음에는 무랭루즈의 작은 거인 로트랙과 만나겠습니다.

 

 

글 / 미셸 유 (글벗세움문학회 회원·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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