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달라도 다르겄쥬!”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43년이 지난 지금 되짚어봐도 정말 잘 만든 ‘명 카피’라는 생각이 듭니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가 1980년 칼라 TV ‘하이테크 칼라비전’ 광고를 하면서 내건 이 슬로건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돼 있습니다.

이후 이 카피는 한번 구입하면 최소 10년은 써야 하는 TV를 비롯한 냉장고, 세탁기 등 각종 가전제품들을 고를 때 ‘기술의 상징’ 금성사 제품을 구입하면 확실하고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줬습니다. 모르긴 해도 이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카피는 금성사 그리고 이후 LG전자 제품들이 각 분야에서 1등 자리를 지키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생각입니다.

이 대단한 카피는 이후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패러디로도 널리 사용됐습니다. 결혼상대를 고를 때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으면서 한 사람의 평생을 결정짓는 인륜지대사에 있어 이 역시 딱 맞아떨어지는 명 카피가 된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결혼식을 마친 신혼부부가 공항이나 신혼여행지로 가면서 자동차 뒤꽁무니에 빈 깡통 여러 개를 달고 다니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거리를 질주하면서 딸그락딸그락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우리 결혼했어요!’를 세상을 향해 외친 겁니다.

그러던 중 1995년에 ‘웨딩카’라는 개념이 한국에 새롭게 도입됐습니다. 갓 결혼식을 마친 따끈따끈한 신랑신부를 태운 하얀색 웨딩카 외부는 예쁜 리본과 각종 꽃들로 장식이 돼 있었고 굳이 빈 깡통을 달고 다니지 않아도 외형에서 ‘우리 결혼했어요’의 메시지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홍보였습니다. 신개념 웨딩카를 한국에 처음 도입한 성진웨딩카라는 회사의 젊은 사장과 임원진들이 저에게 광고에 쓰일 카피라이팅 작업을 의뢰해왔습니다. 당시 저는 여성지 <여원>의 편집부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똘똘한 후배기자와 함께 여러 날 머리를 맞댔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카피가 ‘아직도 깡통 달고 다니니?’였습니다. 예쁘게 차려 입은 신랑신부가 멋진 웨딩카에 기대 서서 “니네는 아직도 촌스럽게 차에 깡통 매달고 다녀?”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고 그렇게 우리가 만든 카피는 TV화면과 신문지상을 점령했습니다. 그리고 임팩트 있는 광고 덕에 생소한 웨딩카 사업을 시작한 그 젊은 회사도 재미를 톡톡히 봤습니다.

미스트롯2 출신 어린이(?) 트로트가수 김다현과 그의 아버지 김봉곤 훈장이 곰탕집을 찾습니다. ‘곰탕은 8000원, 특곰탕은 10000원’이라는 설명에 아버지가 “특곰탕은 뭐가 다른디유?” 하고 묻자 곰탕집 손녀 김태연이 웃으면서 “뭐가 달라도 다르겄쥬” 합니다.

이어진 화면에서는 특곰탕을 먹던 아버지가 딸에게 “임플란트 하면 좋은겨?” 하고 물었고 딸은 “뭐가 달라도 다르겄쥬” 합니다. 곰탕집 주인할아버지를 포함해 광고에 등장한 네 사람이 활짝 웃는 얼굴로 엄지 척을 하며 “뭐가 달라도 다르겄쥬”를 외치면서 광고는 마무리됩니다. 임플란트 전문회사 오스템임플란트가 2년 전쯤 세상에 내놓은 광고인데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접한 광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분야에서 순간의 선택이 후회 없는 10년을 만들 수 있도록 그리고 조금의 노력과 정성을 더해 뭐가 달라도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왕 하는 것, 마지못해서 혹은 대충대충 하는 것보다는 최선을 다해서 멋진 결과물들을 만들어낸다면 스스로는 물론, 우리의 삶의 질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50kg, 60kg씩 놓고 하는데 우리는 20kg, 30kg만 놓고 해도 운동효과가 있을까?” 매일매일 두 시간 가까이 GYM에서 운동을 하면서 눈에 띄게 무게를 높여 운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소심하게 내뱉는 말입니다. “이렇게라도 꾸준히 하면… 뭐가 달라도 다르겄쥬!” 나지막이 외치면서 오늘도 아내와 저는 소리 없이 마주보며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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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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