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값이 더 나오겠어…”

맞는 말입니다. 최소 하루 한번씩은 텃밭에 물을 줘야 하니 그렇게 들어가는 수도요금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고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필요한 채소들을 사다 먹는 게 훨씬 편리하고 값도 싸게 치인다는 계산이 나오겠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혹은 많은 사람들이 뒷마당에 작은 텃밭을 만들어 직접 채소를 길러 먹는 건 거기에 따르는 ‘돈이나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일 터입니다.

우리 집 텃밭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아내는 봄이 되기 전부터 조금씩 조금씩 텃밭을 갈아엎는 작업을 합니다. 흙도 채워주고 적절한 거름도 주며 잡초가 극성을 부리지 못하게 비닐 덮는 작업도 합니다. 가끔씩은 한약 찌꺼기를 얻어다가 텃밭의 보신(?)까지 챙깁니다.

저는 힘을 써야 할 일이 생기면 잠시 거들어주는 정도이지만 아내는 스스로가 좋아서 그리고 그곳에서 100퍼센트 유기농 채소들을 다양하게 얻어낼 수 있다는 기쁨으로 텃밭에 온갖 정성을 다합니다.

한국에서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도 아내는 베란다에 작은 화단과 텃밭을 만들어 소꿉장난 하듯 여러 가지 채소들을 길러내곤 했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 이곳은 엄청난 전원생활입니다.

모종을 사다가, 혹은 씨를 뿌려 키워낸 조그맣던 녀석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걸 보면 참 신기합니다. 지인들을 통해, 가끔은 한국에서 씨앗을 구해 우리는 이곳에서도 다양한 한국 채소들을 접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쉽지 않다는 방풍나물을 아주 씩씩하고 풍성하게 키워내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텃밭에 물을 주면서 느끼는 보람… 물줄기에 반해 올라오는 흙 냄새는 그 어느 것보다도 정겹게 다가옵니다. 텃밭에 물을 주다가 물방울을 머금고 있는 쌈 채소를 하나 뚝 따서 먹을 때의 그 상큼함, 입 전체를 톡 쏘는 와사비상추도 참 특별한 행복입니다.

지금은 작고 앙증맞은 모습의 오이도 이제 곧 길쭉한 형체를 드러낼 것이고 아직 이파리만 보이고 있는 수세미도 곧 씩씩하게 담을 타고 오를 것입니다. 딸기가 익고 블루베리가 주렁주렁 달릴 때면 우리 에이든이 또 신이 날 텐데 올해는 그 신남의 대열에 에밀리도 더해질 것이라 더욱 기대가 됩니다.

낚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차라리 생선가게에서 사다 먹지, 돈 들이고 시간 들이고 노력 들이면서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역시 맞는 말입니다. 그렇게 보자면 낚시야말로 가성비가 형편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것저것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지만 낚시터까지 가야 하고 몇 시간을 낚싯대만 바라보고 앉아 있어야 하는 수고도 필요합니다. 재수 없는 날이면 몇 시간 동안 입질 한번 제대로 못 받아보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운 좋게 또는 힘겹게 잡은 물고기에서 얻는 기쁨은 뭐라 말로는 다할 수 없습니다. 덩치 좋은 녀석들과 힘겨루기를 하면서 느끼는 짜릿함은 낚시에서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낚시로 잡은 물고기가 사다 먹는 그것에 비해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맛있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여타의 취미생활들에 비해 즐겁게 놀고 나면 일용할 양식이 생긴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낚시의 고마움입니다. 다행이 우리는 어복이 많아 물고기를 잘 잡는 편에 속합니다. 얼마 전 여행에서도 때이른 연어 (Australian Salmon) 두 마리를 잡아 일행들에게 신선 담백 쫄깃한 회 맛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아내나 저나 낚시는 좋아하지만 물고기 욕심이 그리 크지 않아, 함께 간 일행이 못 잡거나 하면 슬며시 나눠주곤 합니다. 그리고 가끔씩은 마음이 통하는 좋은 사람들을 초대해 맛있는 물고기 파티를 갖기도 합니다. 사다 먹는 채소나 물고기에서는 찾을 수 없는 행복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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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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