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과 위로와 격려로 마음 챙기고 방역하며 언젠가 돌아올 평범한 일상 준비해야

자연재해나 전쟁은 인류에겐 재앙이지만 너무나 역설적인 것은 그런 파고가 지나간 다음에는 학문과 기술이 진보되었다는 사실이다. 나일강의 범람이 기하학이나 측량술 토목 기술이 발달했다는 고전적인 레퍼토리는 차치하자.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으로 죽은 미국 청년수가 약 30만 명이었다. 그런데 아들과 남편을 전쟁터에 보내놓고 죽을까 봐 불안하고 초조해서 심리적인 질병으로 죽은 미국 시민수가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전쟁에서 죽은 군인의 숫자보다 두려움과 불안으로 죽은 평범한 사람이 더 많은 것이다. 이후 정신병, 심리치료, 심리상담 분야는 괄목할만한 진정을 이루기도 했다.

 

01_역설적인, 너무나 역설적인

그런가 하면 개인의 질병이나 전염병이 역사를 바꾼 경우는 의외로 많다. 팬데믹 경우엔 시대적 변화까지 초래했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희생됐다는 14세기 중반의 ‘페스트’가 대표적이다.

그 페스트로 중세 억압체제가 무너졌다. 인구 급감으로 식량 부족이 해소되고, 노동력 부족으로 임금이 올랐으며, 이런 변화에 대응해 기술혁신이 일어났다. 물론 다른 많은 요인도 얽히고 설켰다. 그러나 페스트가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분명하다.

코로나19 사태도 마찬가지다. 페스트가 근세를 열었듯이, 코로나 종식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디지털 경제가 활짝 열릴 가능성이 크다. 지지부진하던 유연 근로, 재택근무, 원격 진료, 온라인 강의, 무인 판매, 핀테크, 스마트 행정 등이 이미 활발해졌다.

 

02_세균과의 전쟁

그러나 당장은 전세계가 최대의 국난 상황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제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큰 도전”이라고 했다.

“2차 세계대전까지 전투로 사망한 사람보다 전쟁 와중에 발생한 세균 (혹은 바이러스)으로 죽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 균, 쇠>에서는 인류 문명을 바꾼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균 (菌)을 꼽았다.

의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하고, 위생환경이 더없이 좋아졌어도, 전세계는 지금 세균이 퍼트리는 코로나 감염병에 속수무책이다. 그저 손 깨끗이 씻고, 마스크 쓰고,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가격리 하라는 지극히 원시적인 방법은 마치 무너져 내리는 철옹성을 두 팔로 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대포공격에 ‘태권도 방어’라 할까? 세균이 공격하면 인류가 방어하는 식이다.

이처럼 인류는 세균과 끊임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더구나 전문가들은 해외여행 급증, 기후변화, 고령화 등 3대 요인을 인류를 세균의 공포로 몰아넣는 주원인으로 꼽았다.

이쯤 되면 문화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세균전쟁’을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은 이를 통해 면역을 강화했고, 세균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만들었다. 이 악순환은 아마도 지구의 종말이 오기까지는 끊어지지 않을 듯한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한다.

 

03_불확실성의 시대

인간의 위기 회복력에 대한 연구들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재난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능력 즉, 회복 탄력성 (Resilience)은 그 사람이 과거 위기에서 얼마나 빨리 일상을 회복했는지를 통해서 예측할 수 있다.

회복 탄력성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지속해온 삶의 여건, 생각과 행동, 시스템 등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국난극복이라면 이골이 난 ‘의지의 한국인’들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특히 외국으로 이민까지 와서 뿌리내리며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은 삶을 개척해 온 디아스포라 이민자들은 고국에 살고 있는 분들보다는 회복탄력의 속도가 빠르리라고 예측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살펴봐야 하는 것은 2미터 정도의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심리사회적 파급효과다. 이번 코로나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무증상 감염이 적지 않게 관찰되기에 모든 만남은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자기를 지키는’ 불가피한 삶의 방식이 된 셈이다.

사실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는 이제까지 전체 인구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숫자다. 반면 사회적 거리 두기는 모든 사람의 일상생활의 큰 변화다. 재택근무와 교회 예배와 설교, 학교 강의가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얼굴을 맞대며 (face to face) 동일한 공간에서 형성되던 친밀함이 사라졌다.

극히 제한 된 쌍방향 소통 (two ways communication)으로 사회적 관계는 70% 이상 축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거기에다 사회적 교제의 주된 공간이었던 카페와 레스토랑이 테이크 어웨이 (take away)만 허락됨으로써 사회적 고립감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차 한잔의 상담’이나 ‘밥 한끼의 화목’도 언제 활발히 재개될 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진입한 것 같다. 그러자 활동무대가 가정으로 축소되고, 생활 반경이 제한되면서 이와 관련된 스트레스가 모두를 짓누르고 있다.

 

04_언젠가 돌아올 평범한 일상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기에 다른 사람의 도움과 위로를 받아야 하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이런 경험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혼자 사는 인구가 대도시에서 30%를 넘어선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자칫 사회적 고립이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뇌 영상 연구를 보면 사회적 배제를 당한 사람에게서 신체통증을 느낄 때와 유사한 뇌 반응이 관찰된다. 외로움으로 인해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은 담배 15개비를 매일 피우는 것과 같다는 연구도 있다.

지금은 철저한 코로나 방역과 동시에 마음의 두려움과 고통을 치유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회복 탄력성을 발휘할 때다. 어렵고 힘든 세월을 살아가는 주변 분들에게 SNS나 전화 등으로 따뜻한 말과 위로와 격려로 마음을 챙기고 방역하면서 언젠가 돌아올 평범한 일상을 준비하며 심리방역을 할 때다.

 

Image result for 송기태 알파크루시스글 / 송기태 (상담학박사·알파크루시스대학교 글로벌온라인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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