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 시작하는 게 최고의 마음백신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싸운 펠레폰네소스 전쟁에서 아테네가 승기를 잡아가고 있던 전쟁 2년째인 BC 430년, 의문의 역병이 아테네를 휩쓸어 10만명이 죽는다. 이때 아테네의 기라성 같은 전쟁 영웅, 페리클레스도 적군의 공격에 죽은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바이러스가 공격한 전염병으로 죽게 된다. 그야말로 ‘적군보다 강한 적’이 바로 바이러스였다. 이후 이 전염병은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놓게 된다.

 

01_기도 vs. 병과 싸우기

제 2차 세계대전의 포화 아래서 구상되었고 씌어진 카뮈의 <페스트>가 있다. 장장 7년 세월에 걸쳐 탄생한 이 소설은 1947년에 출간되었다. 그때 카뮈의 나이 34세, 친구의 부인이 장티푸스로 죽은 것이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된 첫째 동기였다.

이 소설에 페스트 창궐로 외부와 단절된 가상의 도시 오랑에서 보여준 3명의 주요 인물이 보여준 언행이 사람들의 인식을 대변하고 있다.

 

파늘루 (신부): “페스트는 신의 재앙이지만, 신이 원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악과 타협했기 때문에 회개를 촉구하기 위함이다.”

리유 (의사): (신부의 말을 듣고) “이 아이는, 적어도 아무 죄가 없었습니다.”

 

신부는 신앙심에 의거해 기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의사는 병과 싸우는 것이 신이 원하는 길이라고 맞선다. 재앙이 왔을 때 어떻게 그에 반항해야 하는지 리유는 잘 아는 사람이다. 신부는 리유의 말에 동의해 병마와 싸우는 ‘행동’으로 나선다.

 

02_행동하는 참여자

랑베르 (기자)는 운이 없어 오랑에 머물게 되었기에 애인이 있는 곳으로 탈출하고자 백방으로 애쓴다. 마침내 차편을 구해 도시를 떠날 수 있게 되자 다시 태도를 바꾼다. 방관자에서 소위 행동하는 참여자로 바뀐 이유가 ‘혼자만 행복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카뮈가 이 소설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그는 질병의 실체를 세상에 알리는 것을 소명으로 삼았다. 이와 달리 사실상 세계적 대유행단계 즉, 팬데믹 (Pandemic)으로 확산되어가는 코로나 바이러스 (COVID-19)의 처음 발병 당시는 어떠했는가?

살신성인의 모범을 보인 중국인 의사 리원량이 한 일을 쉬쉬했던 중국 당국은 철저히 역주행하지 않았던가! 오랑 시민들은 합심하여 페스트와 사투를 벌여 결국 이긴다. 카뮈는 병과 싸워 이긴 오랑 시민들을 이렇게 묘사했다.

“도시 전체가 밖으로 쏟아져 나와서, 고통의 시간은 종말을 고했지만 망각의 시간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고 있는 그 벅찬 순간을 축복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광장마다 모여서 춤을 추고 있었다. 지체 없이 교통량이 현저하게 증가되어 수가 늘어난 자동차들은 사람들이 밀려든 거리거리를 간신히 통과하고 있었다. 시내의 모든 종들이 오후 내내 힘껏 울렸다.”

 

03_“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유대 경전 주석인 <미드라시>에서 나오는 한 토막이다. 이스라엘의 성군 다윗이 어느 날, 반지 세공사를 불러 지시했다.

“날 위한 반지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큰 전쟁에서 이겨 환호할 때도 교만하지 않게 하며,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

세공사는 어명을 받들어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으나 빈 공간에 새겨 넣을 글귀로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현명하기로 소문난 왕자 솔로몬에게 간곡히 도움을 청한다. 그때 왕자가 알려준 글귀가 바로 오늘날 SNS에 감염병처럼 확산되어가는 구절이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물론 이것 또한 반드시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지나갈 때까지는 세상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전 세계인이 죽음의 음침한 계곡을 걷고 있는 듯한 불안과 공포 속에 살게 될 것이다. 날마다 새롭게 터져 나오는 뉴스는 가짜뉴스 (fake news)와 교묘하게 버무려져 ‘진짜 같은 가짜’의 창궐이 더욱 사람들을 불안 속으로 몰아붙인다.

 

04_마음백신 7가지.

가짜뉴스의 무분별한 확산, 공포감 확대, 심리적 불안 증폭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심리안정, 심리방역은 무엇보다 선결되어야 한다. 상담심리학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심리방역을 위한 마음백신으로는 크게 7가지를 들 수 있다.

① 스스로를 격려하는 ‘격려 백신’ ② 누군가를 돕는 등 좋은 일을 해보는 ‘긍정 백신’ ③개인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실천 백신’ ④ 믿을 만한 정보에 귀 기울이고 가짜 뉴스는 무시하는 ‘지식 백신’ ⑤ 언젠가는 끝이 온다는 ‘희망 백신’ ⑥ 증상이 생겼을 때의 행동 지침을 미리 알아둬 불안감을 없애는 ‘정보 백신’ ⑦ 몸과 마음의 균형, 가정과 일의 균형을 지키는 ‘균형 백신’ 등이다.

결국 감염병은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돼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되기 때문에 사회적인 거리는 멀리하고, 심리적인 거리는 가까이하여 서로 돕고 따뜻한 소식으로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시작하는 것이 최고의 마음백신이라고 할 수 있다.

 

Image result for 송기태 알파크루시스글 / 송기태 (상담학박사·알파크루시스대학교 글로벌온라인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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