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가링가링가 링가링가링…”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혹시라도 술래에게 들킬세라 술래가 안 보는 동안 조심조심 한 발짝씩을 뗍니다. 그러다가는 재수 없게(?) 술래에게 걸려 앞으로 끌려나갑니다.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춥시다. 손뼉을 치면서… 링가링가링가 링가링가링…” 진행자가 “다섯!”을 외치자 서로의 짝 혹은 팀을 맞추기 위해 우왕좌왕 부둥켜 안고 한바탕 난리가 납니다.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불가에 마주 앉아 밤새 속삭이네… 랄라라랄라라라 랄라라랄라라라…” 커다란 원을 만들어 빙 둘러 앉아 있는 사람들 뒤를 술래가 수건을 감춰 들고 열심히 돕니다. 흘낏흘낏 돌아보다가 자기 뒤에 수건이 떨어져 있음을 발견한 사람은 얼른 수건을 집어 들고 술래를 쫓아 달려갑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짝짓기 게임, 수건 돌리기… 지금은 모두 추억의 놀이가 된 것들입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이나 젊은 세대들에게는 낯설기만 할 이들 놀이가 지난주 토요일 Mount Wilson 캠핑장에서 거짓말처럼 재현됐습니다. 그것도 50, 60 혹은 70을 훌쩍 넘은 ‘어른이들(?)’에 의해서….

수십 년 전, 고등학교 수학여행 혹은 코흘리개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놀이에 열중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새삼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처럼 해맑게 웃고 떠들며 뛰노는 모습에 근처에 있던 외국인들도 신기한 듯 다가와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모처럼 시드니산사랑 멤버 22명이 다 모였습니다. ‘우리도 단풍놀이 한번 가자’는 한 멤버의 제안에 의해 전격적으로 이뤄진 행복한 일탈(?)이었습니다. 도시락 싸 들고 나들이 가는 것도 그랬지만 이른 아침시간부터 열 대의 차가 줄지어 달리는 것도 장관이었습니다.

한국의 그것처럼 오색찬란 요란하지는(?) 않았지만 단풍 구경 가는 길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들은 가슴에 담아두기에 충분했고 Mount Wilson 캠핑장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은 울긋불긋 새 옷을 갈아 입은 채 저마다의 모습을 뽐내고 있었는데 그 아름다움은 절정에 달해 있었습니다.

걷기를 생활화 하는 사람들인 만큼 우리 일행은 Mount Wilson 캠핑장을 조금 지나 왕복 4Km짜리 트레킹 코스를 먼저 찾았습니다. 매주 토요일 우리의 체력단련장(?)이 돼주고 있는 버로라 (Berowra)에 비하면 난이도가 아주 낮은 코스여서 우리 일행은 웃고 떠들며 한 시간 남짓 동안 여유로운 트레킹을 즐겼습니다.

그리고 되돌아온 Mount Wilson 캠핑장… 널찍한 잔디 위에는 가족 단위로 단풍구경을 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펴고 있었고 작은 텐트들도 몇몇 보였습니다. 군데군데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시설도 마련돼 있어 거기에서 풍겨나는 그윽한 냄새가 정겹게 다가왔습니다.

“자, 1학년 3반 어린이들 여기 보세요. 유치부 어린이들도 선생님 봐야지요?” 시드니산사랑에서 거의 막내 격으로 사진병(?)을 맡은 제가 돗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선배회원들을 향해 던진 이야기입니다.

모두들 까르르 대며 포즈를 취했고 우리의 즐거운 시간은 그렇게 계속됐습니다. 점심식사 후 문득 갖게 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짝짓기 게임, 수건 돌리기’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즐거움 그리고 행복이었습니다.

건강을 위해 매주 토요일 이른 아침에 모여 트레킹을 하고 있는 모임이지만, 반환지점에서 간단한 간식과 커피 한잔씩을 나누고 점심시간 전에 헤어지는 모임이지만, 가끔씩 갖는 이 같은 자리는 좋은 활력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처럼 놀이문화 혹은 유흥문화가 일반적이지 못한 상황 속에서 그날 그 자리에 있던 시드니산사랑 멤버 22명 모두는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몸과 마음으로 한껏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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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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