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물

“저런, 똥물에 튀겨 죽일 놈들!” 어린 시절, 동네어른들이 못된 사람들을 가리키며 하던 이야기입니다. 사람을 튀겨 죽인다? 그것도 똥물에? 상상만 해도 웃기고(?) 끔찍한 표현입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그런 표현을 써도 결코 아깝지 않을 인간들이 여기저기에 존재하기는 합니다.

입으로는 늘 국민을 찾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부르짖으면서도 실제로는 지들 꼴리는(?) 대로, 지네들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정치하는 자(者)들…. 물론, 한꺼번에 싸잡혀 억울한 사람들도 더러 있긴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그 바닥에는 그런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원래 정치판에 대해 삐딱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저의 그들에 대한 인식은 한 마디로 ‘그 놈이 그 놈’입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아니, 똥이 잔뜩 묻은 개가 똥이 조금 덜 묻은 개를 나무라며 서로 물고 뜯고 난리를 치는 모습은 언제 봐도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수많은 피와 눈물로 얼룩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어렵사리 쟁취했던 민주주의 회복 기회에서 서로 본인이 대통령 해먹겠다고 셋이 박 터지게 싸우다가 ‘죽 쒀서 개 좋은 노릇’만 했던 1987년…. 그때 저는 정치하는 자들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회의와 환멸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호주와는 달리 투표를 안 해도 벌금이 없었던 덕에 그날 이후로 저는 정치하는 자들로부터 등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해인 1988년,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 인권변호사로 유명했던 모 인사가 출마를 했기에 저도 그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데 한 표를 더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안고 국회에 들어간 그는 술에 만취해 국정감사 대상인 장관에게 90도로 인사를 하는 등 실망스런 모습들을 보였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에라, 이 똥물에 튀겨 죽일 놈들’ 싶은 마음으로 정치판, 정치하는 자들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떨쳐버렸습니다.

‘당신은 왜 맨날 당신 개인 이야기만 하느냐? 한국정치나 호주정치, 세계정치에 관한 이야기들도 좀 해야 하지 않느냐?’는 항의(?)를 가끔 받습니다. ‘허구한날 손주들 이야기, 집안 이야기만 해서 당신 글은 아예 안 읽는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내와의 오순도순한 일상, 우리 아이들과 에이든, 에밀리와의 꿈 같은 삶, 지인들과의 건강과 행복 이야기에서 ‘타산지석’의 효과를 기대합니다.

정치 혹은 정치하는 자들 이야기를 해 봤자 ‘그 놈이 그 놈’ 혹은 ‘똥물에 튀겨 죽일 놈들’ 같은 말밖에는 더 나올 것들이 없습니다. 지금도 똥물보다 더 나쁜 원전 오염수인지 핵 폐수인지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일본정부를 대신해 아니, 그들보다 더 앞장서서 ‘절대 안전하다’고 외치는 한국의 정치하는 자들을 보면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일본의 전국어업조합연합회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있는데 한국의 정치하는 자들은 오히려 그 물이 깨끗하고 안전해서 마실 수 있다고 떠들고 있습니다. 그 물이 그렇게 안전하다면 입만 놀릴 게 아니라 직접 가져다가 일상수로 마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일본정부의 주장대로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ALPS 공법으로 깨끗하게 처리됐다면 왜 그 물을 바다에 버리려 할까요? 농업용수나 공업용수 더 나아가 가정이나 사업체에서도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한심한 건 그쪽뿐만이 아닙니다. 더 잘 사는 나라, 더 좋은 나라 만들라고 한껏 힘을 실어줬더니 사람 볼 줄 모르고 우유부단하고 무능해서 정권을 빼앗기고서도 여전히 ‘무슨 계, 무슨 계’ 하면서 지들끼리 세력 싸움,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는 쪽의 사람들도 답답하고 괘씸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아무리 패거리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는 하지만 정치하는 자들은 이 놈 저 놈 할 것 없이 죄다 ‘뻘짓’만 하고 있어 용서가 안 됩니다. 그 더러운 입에 ‘국민’은 금지어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래서 제가 정치 이야기는 안 하려 했던 건데 등 떠미는 사람들 덕분에 오랜만에 핏대(?)를 좀 세워봤습니다. 정치하는 사람들… 지금이라도 개과천선해서 ‘똥물에 튀겨 죽일 놈들’이라는 얘기 안 듣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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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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