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는 법’부터 배워라?!

‘왼쪽 머리가 조금 아프긴 한데… 병원엘 가봐야 하나? 아프다는 얘길 하면 마누라랑 애들이랑 다 걱정을 하고 난리를 칠 텐데….’ 특히 첫날과 둘째 날은 부딪혔던 부분이 적잖이 아파서 병원엘 갈까 하는 생각이 심하게 들었답니다. 하지만 어찌어찌 참다 보니 다행이 일주일 만에 통증이 사라졌다며 그분은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습니다.

사건(?)은 한달 반쯤 전… 부부가 낚시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났습니다. 제법 덩치도 크고 묵직한 녀석을 잡아서 기분이 한껏 좋아졌는데 낚시바늘을 빼고 통에 넣으려는 순간 녀석이 몸부림을 치면서 손에서 미끄러져나간 겁니다. 얼른 주워 담으려는데 녀석이 다시 한번 저항을 하며 옆으로 튕겨나갔습니다. 이번에도 물속으로 빠지지는 않고 바로 옆 작은 바위와의 틈에 박혔습니다. 조심스레 내려가 녀석을 잡으려 했지만 녀석이 또 손에서 빠져 도망을 쳤습니다.

그렇게 녀석과의 숨바꼭질(?)을 계속하는데 어느 순간 예기치 못한 파도가 덮쳐왔고 그분은 옆으로 넘어지면서 왼쪽 머리부분을 바위에 찧었습니다. 더 큰 파도가 왔더라면 더 심각한 일을 당할뻔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팔십을 바라보는 남편이 그런 일을 당했으니 곁에서 보고 있던 부인의 놀라움과 당황함은 어땠을지 상상이 갑니다.

대부분의 낚시사고가 물고기에 집중해 있을 때 순간적으로 몰려오는 파도 때문에 생깁니다. 물고기를 잡겠다는 일념에, 잡은 물고기를 어떻게든 끌어올리려 그것에만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다른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분의 경우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행이 머리에서 피가 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머리가 얼얼하고 아프기는 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조금씩 심해졌답니다. 낚시고수에 속된 말로 경상도 사나이의 가오(?)도 있고 해서 부인과 자식들이 걱정을 할까 봐 애써 괜찮은 척은 했지만 정말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껍했던(?) 순간이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그런 시간을 겪으면서 아주 오래 전 선배 낚시인한테서 들었던 명언이 새삼스레 떠올랐다고도 했습니다. “낚시를 하려면 물고기 놓치는 법부터 먼저 배워라.” 낚시를 하는 목적… 당연히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입니다. 아무리 낚시터에 가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고 행복하고 힐링이 된다고는 하지만 물고기를 잡았을 때의 그 기분을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저에게도 물고기 욕심(?) 때문에 황당한 일을 겪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하는 낚시야 비치에서 장난(?)처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분처럼 위험한 상황을 겪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어쨌거나 바다인 터라 늘 조심은 합니다.

그날따라 물고기가 제법 잘 잡혔습니다. 60센티미터가 넘는 연어 (Australian Salmon)들은 힘이 아주 좋아서 녀석들과의 힘겨루기 한판은 언제든 신이 납니다. 이번에는 아내가 한 녀석과 열띤 밀땅을 계속했고 드디어 저 만치에 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힘찬 박수와 함께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순간 바로 눈앞에서 낚시바늘이 빠지는 게 보였습니다. 총알 같이 달려가 막 도망치려는 녀석을 두 손으로 잡아 올리는데 낚시바늘이 튕겨 오르며 제 오른쪽 손바닥에 꽂혔습니다.

커다란 바늘이 세 개 연결돼 있는 갱훅이었는데 힘껏 당겨봤지만 빠지기는커녕 점점 더 깊이 박혀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피는 계속 흘러나오고 한참을 낚시바늘과 씨름을 했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병원엘 가야 하나… 싶었는데 마지막으로 선배지인이 있는 힘을 다해 펜치로 바늘을 잡아 뺐고 저도 이를 악물고 참았습니다.

다행이 낚시바늘은 그렇게 제 손바닥에서 빠졌지만 30분 남짓 동안의 시간은 끔찍했습니다. 그분도 저도 ‘물고기 놓치는 법’을 미리 배웠더라면 그날처럼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놓치는 법을 미리 배우는 것… 이는 비단 낚시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 구석구석에 그대로 적용되는 소중한 명제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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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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