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면서 하는 한국어학교에서의 공부, 이젠 혼자서도 잘 해요!!

아이들을 한국학교에 여러 해 보내면서 느낀 점들을 두서없이 끄적끄적 적어볼까 합니다. 사실, 처음에 큰아이를 보내기 시작한 데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크게 영향을 미쳤어요. 애들을 데리고 한국에 가서 부모님을 뵐 때마다 좋아하시는 부모님, 그리고 자주 뵙지 못해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도 있겠지만 혈육이라고 할머니 할아버지께 거리낌이 1도 없이 껌딱지처럼 달라붙고 들이대는 아이들을 보니 다른 생각 없이 간단하게 “아, 얘네들은 다른 건 몰라도 한국어 교육은 꼭 시켜야 되겠구나”라고 결심해 보내게 되었어요.

 

01_아이들 한국말 교육 위해 한국인 부모로서 해야만 하는 일들

별거 없죠? 아! 하나 더 있군요. 애 엄마가 아쉽게도 외국사람이기에 “음,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한국말 쓰기를 거부하고 영어만 고집할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날이 오더라도 지금의 나는 아이들의 한국말 교육을 위해 한국인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아니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해야겠다”라는 거창한 사명감도 한 몫을 하게 되었어요.

기대치가 낮아서 막연히 ‘잘 하겠지’라는 마음으로 보내게 되었는데 막상 뒤를 돌아보니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쓰면서 기분이 매우 뿌듯함을 만끽하고 있네요.

첫째 아이 같은 경우에는 한글교재를 사서 제가 간간이 같이 보고, 일정 나이가 된 후에는 유튜브로 재미있는 한국만화들 (핑크퐁, 지니키즈, 헬로 카봇, 터닝 메카드 외 여러 채널들)을 찾아 보여줬을 때라 한국학교에서 공부하는 거에 거부감이 없이 잘 자리를 잡았던 거 같네요.

그렇게 둘째도 나이가 차서 보내게 되었는데 첫째가 있으니 쉬는 시간에 서로 같이 놀고 의지하며 무리 없이 적응했습니다. 아이들이 여러 반을 거쳐가면서 한글도 깨치고 천천히 문장들을 읽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대견스럽고 ‘열정적으로 지도해주신 선생님들의 노고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구나’라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도 들었네요.

 

02_문화활동 직접 참여, 재미와 정체성 향상에 도움

첫째는 중급반 수준의 해바라기반에서 제법 어려운 숙제들을 가져와서 하기 시작했고, 가령 긴 지문을 세 번씩 읽는 식의 숙제는 이제 잔머리를 써서 “아빠, 한 문장씩 번갈아 읽으면서 하면 안 될까요?”합니다.

하지만 제가 같이 하면서 올바른 발음으로 문장들을 읽어주고 첫째의 부정확한 발음들을 교정해주면서 하니까 숙제도 나름 더 흥미를 유지하며 하고 부자간의 친밀도도 더 높아지고 저도 재미있게 같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둘째 같은 경우는 가끔씩 첫째 찬스를 쓰기도 하는데 피곤하거나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첫째가 숙제를 먼저 다 끝내고 둘째를 보게 부탁하는데 아주 교생선생님이 따로 없을 정도로 잘 봐줘서 정말 좋아요. 그런데 요즘 보니 독립심도 은근히 있어 제가 옆에 있어도 혼자 읽고 숙제도 혼자 하려고 노력을 하네요. 아직 날짜 읽는 거랑 아빠랑 같이 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요즘 들어 참 뿌듯합니다.

또 교육 내용을 들여다보면, 호주한국학교에서는 한국어 교육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광복절과 3.1운동 등의 역사교육, 전통놀이 (투호, 공기놀이, 땅따먹기, 제기차기, 줄다리기 등), 상황극/역할극, 문화체험, 음식 만들기 등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과 한국이 아니면 경험해보기 힘든 여러 가지 문화를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기에 재미와 정체성 향상에 모두 도움이 되는 거 같아 매우 흡족하게 생각합니다.

 

03_잘 따라 주는 아이들, 정열과 열정으로 무장한 선생님들

서두에 예고했던(?) 대로 두서가 많이 없었지만 부모님과 저의 한국 교육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과 사명감으로 인해 시작하게 되었던 한국어 교육이지만 아무런 불만 없이 잘 따라 주는 아이들과 정열과 열정으로 무장하신 듬직한 선생님들이 계셔서 아이들이 계속 오래오래 다닐 수 있기를 바라요.

얘들아, 숙제도 열심히 하고 아빠를 잘 따라와주고 너희들이 스스로 주도해서 공부하는 모습들을 보니 뿌듯하고 아빠는 정말 기뻐요! 정말 많이 사랑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해보자! 후진 없이 그냥 앞만 보고 쭈욱 가즈아!

이렇게 제 자신과 아이들을 돌아보고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해주신 우리의 상냥하시고 자애로우신 교장선생님과 열심히 가르치시는 선생님 모두 감사 드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 드려요!

 

* 이 글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작성된 글입니다.

 

글 / 고석규 (호주한국학교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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