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터의 4단콤보?

여전했습니다. 옆 사람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줄담배를 피워대는 사람들, 자기 앞이 아닌 옆쪽으로 찌를 던지는 건 물론, 그 찌가 하염없이 흘러도 걷을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 며칠 전 실로 오랜만에, 1년도 훨씬 넘어서 우리의 놀이터(?)를 문득 찾았습니다.

주차할 자리가 없는 건 당연했고 낚싯대를 펼쳐놓고 앉은 사람들이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도 없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습니다. 운 좋게 빈 공간을 확보한 우리도 얼른 채비를 갖추고 그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낚시라는 건 그곳에 가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고맙고 행복합니다. 맑은 공기와 기분 좋은 바람, 은빛 바다 그리고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 물고기를 잡으면 금상첨화이지만 아내와 저는 어쩌면 그 상태를 더 좋아하고 즐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담배냄새가 확 다가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우리 자리에서 두 칸쯤 너머 7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이런 데선 피우지 말지, 아니면 저만치 뒤쪽으로 가서 피우든지…” 혼자 생각을 하며 물 위에 떠있는 빨간색 찌를 보고 있는데 기침이 나고 목까지 아파옵니다.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그 사람이 줄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얄궂게도 바람이 우리 쪽으로 불어 담배연기를 피할 길이 없습니다. 짜증이 났지만 뭐라 할 수도 없고… 낚시에라도 집중하려 했지만 그 또한 여의치가 않습니다. 그 사람과 친구가 계속 우리 쪽으로 찌를 던지고는 줄 관리를 하지 않아 우리가 던질 틈이 없는 겁니다.

게다가 그 사람은 ‘뿡뿡이’까지 거침이 없습니다. 낚시터에서 볼 수 있는 아주 짜증나는 4단콤보(?)… 줄담배, 낚싯줄 노 관리, 방귀폭탄 그리고 물 속으로 가래침 뱉기. 이런 경우를 당하면 좋았던 기분이 확 상해버립니다.

낚싯대를 걷고 자리에서 일어나 담배연기가 안 오는 쪽으로 피해서 밤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지난번 빅토리아 하이컨트리 여행에서 만났던 반짝반짝, 출렁출렁(?)대던 별들과는 비교가 안 됐지만 참 예쁩니다. 쟁반 같이 둥근 달이 저만치에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고맙게도(?) 밤 열 시 반이 되자 그들이 짐을 꾸리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편안한 낚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찌도 편안하게 던지고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은 채 이런 생각과 저런 추억에 빠져들었습니다.

저의 빨간색 찌가 물 속으로 쑥 들어갑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사이즈 미달의 꼬마녀석들만 계속 잡힙니다. 요즘은 물고기들도 아주 약아져서 귀신 같이 미끼만 빼가곤 합니다. 테일러나 스내퍼가 주범들입니다. 녀석들과의 싸움에서 이겨도 덩치가 크지 않아 전부 놔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술 좋은 사람들, 운 좋은 사람들 두세 명은 쓸만한 사이즈의 물고기를 잡아 올렸지만 나머지는 꽝, 꽝, 꽝입니다. 엇? 저와 씨름을 계속하던 한 녀석이 어느 순간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고 저는 잽싸게 낚싯대를 잡아챘습니다. 제가 끌려갈 정도의 엄청난 힘이 느껴졌고 본격적인 릴링을 시작하려는 순간 허전한 느낌… 녀석이 바늘을 끊고 도망을 쳐버렸습니다.

“녀석이 살 팔자였지 뭐…” 애써 스스로를 달래보지만 어렵사리 모처럼 붙은 엄청난 대물… 아쉬움이 쉽게 가시지 않습니다. 낚시라는 게 기술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어복 (魚福)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손 없는 날을 잡아 낚시를 와야 하나? 손바닥에 고기 어 (魚)자를 써야 하나? 오른쪽 눈썹 위에 물고기 비늘을 하나 붙여야 하나?’ 속으로 투덜투덜대는데 아내가 갑자기 싸움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한참의 실랑이 끝에 잡아 올린 귀하디 귀한 은빛 찬란한 왕 갈치 한 마리…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서 그날의 짜증과 피로들이 그 한 마리로 모두 해소됐습니다.

요즘 한국 정치판에서 계속 화두에 오르고 있는 정치교체… 그것이 불가능한 만큼이나 낚시교체(?) 또한 그 가능성이 안 보입니다. 하지만 낚시터의 기분 좋음을 망치는 ‘4단콤보’들은 제발 안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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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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