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고맙고 행복한 건…

까치가 둥지(?)를 틀어도 될 만큼 무성한 머리털을 지니고 있었던 30대 중반의 동안 (童顔) 시절… 원치 않던 편집장 타이틀을 회사의 강압에 의해 반(?)강제로 떠맡은 이후로는 공식적인 자리에 나설 때면 나이가 들어 보이기 위해 일부러 금테안경을 쓰곤 했습니다.

20대 초반 ‘방황기’에 분노(?)의 싸이클링으로 다져진 탄탄한 허벅지 덕분에 취재현장에서도 걷는 것보다는 뛰는 게 더 편한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한 겨울에도 내복이나 외투는커녕 늘 청바지에 청색와이셔츠 한 장 차림이었던 저의 30대는 그렇게 시속 30km대로 여유롭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40대로 접어들고 나서는 시간이 조금씩 빠르게 흐르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인가는 “어? 어? 어어?” 하며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됐습니다. ‘시간의 속도는 나이와 정비례한다’는 말처럼 저의 시간은 어느덧 시속 40km, 50km, 60km를 넘어섰는데 최근 3년 가까운 세월 동안은 코로나19로 인해 더더욱 가속도가 붙었던 것 같습니다.

집 앞에 쓰레기통을 내놨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목요일 아침이 목전인지라 또 다시 쓰레기통을 내놓곤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얼떨결에 시작된 재택근무가 이제는 일상화가 됐고 전쟁터와 같았던 목요일의 마감열기가 사라진 것도 이미 오래 전입니다. 밀려드는 기사와 광고들을 시간에 맞게 쳐내느라 북새통을 이루다가 인쇄소 파일송고를 마치고는 기분 좋게 마감주를 마시던 시절이 문득문득 그리워지곤 합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2022년 한해도 결코 호락호락한 시간들은 못됐습니다. 이제 그만큼 했으면 물러갈 때도 됐을 법한데도 여전히 주변을 맴돌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코로나19는 정말이지 징합니다. 그로 인한,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손실들에 계속되는 불경기 속에서 8개월째 꾸준하게 치솟고 있는 이자율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많은 사람들을 더더욱 괴롭고 힘들게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지극히 비정상적인 위상과 열악하기 짝이 없는 환경에 처해있던 – 어찌 보면 스스로 자초했던 – 교민매체들도 계속되는 온라인 쓰나미, 최악을 거듭하는 불경기, 인쇄비 폭등, 20년 전의 반에도 못 미치는 광고료 등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1등은 먹고 산다’는 경제학자들의 통설도 이 바닥에서는 안 통한지가 꽤 됐습니다.

저는 ‘a2우유’와 ‘네슬레 커피메이트’를 많이 부러워합니다. a2우유는 워낙 품질이 뛰어난 탓에 애초부터 다른 우유들보다 가격이 높았는데 4불 30 하던 2리터짜리 우유가 인상에 인상을 거듭해 지금은 6불 60이 됐습니다. 우리의 커피에 헤이즐넛 맛을 더해주는 마법(?)의 액상 커피크리머 네슬레 커피메이트는 10개들이 한 봉지에 3불 50이던 게 어느덧 5불이 됐습니다.

게다가 이 두 제품 모두는 단 한번도 할인판매를 해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걸 계획이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놓고 당당하게 제값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는 코리아타운과 매우 유사한데 이들 두 회사는 저보다는 맷집(?) 혹은 뒷심이 훨씬 좋은 모양입니다.

그 동안 90퍼센트나 올라 있었음에도 새해 1월 1일부터는 또 다시 인쇄비가 오릅니다. 인쇄비 인상통보를 받고도 ‘걱정했던 것만큼 엄청나게 올리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된 것은 일종의 자포자기 같은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해가 바뀌어도 상황이 나아질 조짐은 지금으로서는 제로 (Zero)입니다.

한해 동안 우여곡절들이 많았음에도 소중한 분들과 함께 걸으며 건강을 다지고 함께 여행하며 예쁜 추억을 쌓을 수 있었기에 고마움과 행복 또한 큽니다. ‘원칙을 지키고 진득이 기다리면 이뤄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체험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힘이 부칠 때는 ‘안 되면 말지’를 생각하는 지혜도 얻었습니다. 올 한해도 코리아타운에 변함없는 사랑을 쏟아주신 고마운 분들 덕분에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합니다. 코리아타운 애독자님들과 광고주님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2022년 마무리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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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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