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아는가?

나는 이데올로기에는 관심을 접었다. 수많은 사상가나 정치학자들도 완벽하게 정의하지 못한 이념이라는 명제를 일천한 내 지식으로 논한다는 건 오만이다.

물론 나름대로 국가관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기층민으로서 꿈꾸는 소망, 희망 정도다. 다만 이념, 계층, 세대로 양분된 사회에 지역감정까지 불을 지피며 패거리 짓는 부류들을 개탄할 뿐이다.

역사를 보면 우리민족은 시대에 뒤쳐진 대문을 걸어 잠그고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것으로 착각하고 살았다. 시대는 무섭게 발전했고 우린 힘없는 민족으로 전락해 외세의 강압에 의해 편을 갈라 찢어졌다.

남북분단 이후 처음으로 1998년 남한의 소년소녀합창단 리틀엔젤스가 북한 평양을 방문했다. 길고 긴 세월을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다가 포옹했던 날이다. 북한어른들은 남한아이들의 아름답고 순수한 공연에 환호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남한아이들이 평양을 방문한지 2년후 북한아이들이 서울을 찾았다. 그 아이들도 남한아이들과 다를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남한아이들과 북한아이들은 동네친구처럼 어울려 즐거워했다. 아이들의 방문공연을 시작으로 대중예술공연이라는 형태의 평양공연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대중예술공연을 발판 삼아 편가르기 그만하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아무런 제한 없이 서로 오고 가자고 2000년부터 남한대통령과 북한최고지도자의 회담이 시작됐다.

2018년까지 5차회담을 진행했지만 지금도 냉랭하다. 민족의 고질병인 이념대결과 진영논리와 편가르기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평양과 서울을 오간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면목이 없다.

나는 앞서 말했듯 알량한 지식으로 이념, 지정학적 위치, 국가주의 등을 거론하며 민족의 갈라섬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먹고 살아가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2022년 3월 9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관련자들은 정권교체, 정치교체를 부르짖는다. 여전히 진보, 보수, 지역으로 갈려 상대방을 공격한다. 민주주의사회에서 진영논리는 당연한 거다. 그렇다 치자. 하지만 통탄하는 것은 수십 년을 변하지 않은 망국병인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편가르기이다.

나라를 반 토막 낸 것도 모자라 같은 반 토막 안에서도 편을 갈라 싸움질을 멈추지 않는다. 세계 어느 나라나 지역감정은 있다. 어느 지역 출신이라는 말은 그 지역의 특징을 중의적으로 표현하는 거다. 때로는 폄하하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한데 우리민족은 유독 심하다. 기회만 되면 편가르기를 한다.

그대들은 그 원인을 아는가? 입만 열면 진실, 정의를 주절거리면서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를 하겠다고 링컨 대통령 연설문을 흉내내지만 실제 하는 행태는 그들 패거리들의 사리사욕을 위한 꼼수일 뿐이다. 집단성과 관계성의 부정적 탐욕에 빠진 인간들이 만들어낸 패거리문화다.

민주주의를 부르짖지만, 민주주의의 기본인 토론조차 할 줄 모른다. 상대의 의견은 귀 막고 나의 주장만 되풀이한다. 헤게모니 쟁탈에 눈이 뒤집혀 걸핏하면 ‘법적 조치’다. 시민의식이 부족한 인간들의 맹목적인 편가르기와 부추김이다. 인생을 못되게 배웠다.

대통령후보 패거리들 선거운동을 보면 국민적 국가적 비전 제시는 없다. 수십 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흑백논리, 양자택일, 진영논리에 빠져 네거티브와 마타도어만 난무한다. 패거리들의 말을 듣다 보면 모두 나쁜 놈들이다. 누구 말처럼 나라의 대통령을 좋은 놈을 뽑는 것이 아니라 덜 나쁜 놈을 뽑아야 할 지경이다.

‘소년 노동자’에서 진보진영 대선후보자가 된 인물이 대통령후보 수락연설에서 “경제나 민생에 파란색 빨간색이 무슨 상관이냐? 박정희 정책 김대중 정책이 무슨 차이가 있겠냐? 국민의 지갑을 채우고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면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채택하고 실행하겠다”고 했다.

등소평의 흑묘백묘 (黑猫白猫)론과 유사하다. 이념논쟁과 편가르기 그만하고 먹고 사는 걸 논하자는 뜻이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나의 일천한 지식이지만 그대들에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지역 색을 거론하는 편가르기는 그만해야 한다. 이념, 진영, 지역논리는 낡아빠진 구시대적 유물일 뿐이다.

이제 국가간의 전쟁은 이념과 진영전쟁이 아니라 경제전쟁이다.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 사고에 젖어 허우적거리지 말라. 깨어 있는 시민, 깨시민이 되길 바란다. 지금은 전환의 시대임을 자각해야 한다. 역사성 시대성에 무지한 정제되지 않은 집단성이 두렵다.

 

 

왜들 이러시나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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