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소녀(?)를 위하여…

어찌보면 낚시는 참 우매한 짓인 것 같기도 합니다. 낚싯대를 던져놓고는 이제나저제나 물고기가 물어주기만을 기다릴 뿐 달리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말이 좋아 세월을 낚느니 어쩌니 하지 몇 시간 동안 입질 한번 못 받고 일어나려면 솔직히 허리도 아프고 피로도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한편으로는 낚시야 말로 ‘운7기3’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고수라 하더라도 물고기가 달려들어줘야 실력발휘를 하든 뭘 하든 할 수 있을 텐데 아예 입질이 없는 상태라면 그야말로 방법이 없는 겁니다.

아주 오래 전 시드니 모스만 클립튼가든에서 고등어 낚시를 할 때 녀석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미끼를 사정 없이 콱콱 물어주는 덕분에 우리는 갈 때마다 한 시간도 채 안 돼 30마리씩을 담아오곤 했습니다. 호주 최대의 연어서식지로 소문났던 투클리에서도 우리는 늘 짧은 시간에 열 마리씩을 채워 왔습니다. 특히 수십 대의 낚싯대가 도미노처럼 춤을 추는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습니다. 마로브라에서의 갑오징어 낚시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평균 7킬로그램이 넘는 괴물(?)들과의 힘겨루기는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요즘 우리가 다시 재미를 붙인 아쿠나베이 갈치 낚시… 비교적 어복이 있는 덕에 우리는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원래는 해질녘부터 시작해서 밤 열한 시쯤 철수하는 게 정상이지만 얼마 전부터 우리는 방식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자리도 없고 여기저기에서 담배연기가 날아와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밤 아홉 시쯤 출발해 열 시쯤부터 낚시를 시작하는 건데 그 시간이면 1차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새벽 한 시쯤까지 낚시를 즐기고 자리를 걷는데 훨씬 여유롭고 편안함을 느낍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 왔던 처제들… 2박 3일 지방여행에서 길쭉하고 통통한 갈치 두 토막씩을 구워서 줬는데 정말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바로 이틀 전 낚시로 잡아서 얼리지도 않은 신선한 갈치였으니 맛이 새롭긴 했을 겁니다.‘저렇게 잘 먹을 줄 알았더라면 좀더 챙겨오는 건데…’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갈치 매니어(?)가 우리를 기쁘게 해주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하룻밤에 세 마리를 잡은 날, 한 마리를 통째로 딸아이네 집에 줬는데 훈이와 봄이, 특히 봄이가 그렇게 맛있게 먹더랍니다. 그 귀여운 모습이 보고 싶어 그 다음 주 토요일 점심에 두 녀석을 우리 집으로 불렀습니다. 큼지막한 몸통 한 조각씩을 가시를 잘 발라내 접시에 담아줬더니 두 녀석 모두 맛있게 먹었습니다. 고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먹는 모습이 그렇게 귀엽고 예쁠 수가 없었습니다. 훈이는 그래도 좀 덜한데 봄이는 거의 갈치킬러(?) 수준이었습니다. 녀석은 가려낸다고 가려냈는데도 가끔씩 나오는 잔가시도 야무지게 잘 찾아냈습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녀석들을 보며 갈치가 나올 때 힘 닿는(?) 데까지 잡아서 쟁여뒀다가 녀석들을 먹여야겠다는 다짐을 해봤습니다.

앞서도 낚시는 운이 중요하다고 얘기했지만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운이 좋은 날은 그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를 위한(?) 낚시자리와 주차자리가 떡 하니 비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번은 그렇게 자리에 앉자마자 커다란 갈치를 들어올려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또 한번도 비슷한 행운이 따라 편안한 낚시와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은 낚시에도 적용됩니다. 그날은 모두들 꽝을 치고 있는 상황이었고 옐로테일이며 테일러 같은 작은 녀석들이 미끼 도둑질을 계속할 뿐 갈치 입질은 그 누구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는 ‘오늘은 싹수가 노랗다’는 판단이 섰고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의자를 걷으며 마지막으로 찌를 던져 넣고 돌아서는데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였습니다. 아내를 향해 “자기야, 저거 좀 잘 봐봐” 하며 자동차 쪽으로 가는데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자기야! 자기야!” 얼른 달려갔더니 몹시 뚱뚱한 갈치 한 마리가 아내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버저비터 (Buzzer Beater)로 끌어올린 녀석을 통에 담고 뿌듯한 마음으로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어리둥절한 모습을 뒤로 하고…. 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그 같은 기적을 기대하며 우리는 또 다시 낚시채비를 합니다. 갈치소녀(?)의 오물거리는 귀여운 입술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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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1956년생. 한국 여성지 <여원> <신부> <직장인> <젊은엄마> 기자 및 편집부장, 호주 시드니 <코리아타운>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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