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떨릴 때 많이많이…

돈이 많아서? 시간이 많아서? 아니면 속된 말로 팔자가 좋아서? 모두모두 조금씩은 영향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렇게 하려는 의지와 결단(?)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일 때문에, 혹은 술과 사람들 때문에 주말도 없이 새벽에 나가 새벽에 들어오는 일상의 반복이었기에 저에게 있어 ‘여행’이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지금도 그 부분은 아내나 아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미안함’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호주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들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게 한국에서보다는 상대적으로 용이한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도 처음 호주에 왔을 때는 어리버리… 여행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김 사장님, 지금 부지런히 놀러 다시세요. 3개월만 지나도 먹고 살기에 급급해 여행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게 됩니다.” 18년 전, 저의 멘토가 돼준 그분의 조언덕분에 우리 가족은 얼떨결에(?) 포트스테판, 블루마운틴, 갭팍, 행글라이딩 포인트 등 여러 곳을 일일관광을 통해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낮에는 교민매체에서 일하고 새벽에는 울워스 청소를 세븐데이로 하게 되면서부터 한동안은 여행 같은 건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것이 청소를 2년 만에 조기졸업(?) 하면서 지인들로부터 낚시도 배우고 호주 내 여기저기를 따라 다니며 여행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리 떨릴 때 말고 가슴 떨릴 때, 최소 3개월에 한번은 호주 내 여행을 하자’는 게 아내와 저의 목표입니다. ‘1년에 한번은 해외여행을 한다’는 장대한(?) 목표도 세워놨습니다. 내년 10월에는 미 동부와 캐나다 여행을 하면서 나이아가라 폭포도 보고 오로라도 즐기자는 야무진 꿈도 키우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백두산이며 금강산에도 다녀오자는 각오 또한 열심히 다지는 중입니다.

많은 분들이 ‘세계 어디를 가봐도 호주만한 데가 없더라’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실제로 호주 내에도 좋은 곳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울룰루는 운 좋게 몇 년 전에 올라가봤고 지금은 보름 정도의 일정으로 서호주 브룸 (Bloome)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열심히 노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행을 할 때 ‘가성비’를 철저히 따집니다. 먹을 것 다 먹고 즐길 것 다 즐기면서도 비용은 합리적으로 최소화하는 것…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난달 초 ‘8월 스페셜 오퍼-3박 예약 시 50% 할인’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날아들었습니다. 이런저런 상황들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가 살짝 무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금, 토 2박에는 261불, 목, 금, 토 3박에는 207불… 고민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오후 4시 30분, 최종 마무리작업은 코리아타운을 만드는 좋은 사람들에게 맡기고 한 시간 반쯤 일찍 자동차 시동을 걸었습니다.

억수 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겁보와 쫄보는 세시간 반을 달려 저비스베이에 닿았습니다. 그리고 펼쳐진 3박 4일 동안의 꿈같은 시간들… 다행이 여행기간 내내 비도 안 오고 파도도 거칠지 않았습니다. 많이 잡지는 못했어도 쫄깃쫄깃 싱싱한 연어회도 맛볼 수 있었고 와이팅, 그루퍼, 놀래미, 장어, 소라 등도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줬습니다.

막 물에서 나오는 스킨스쿠버에게서 150불이라는 헐값(?)에 받아 든 덩치 큰 롭스터 세 마리와 전복 세 마리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신세계였습니다. 시드니산사랑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삼겹살과 막걸리도 우리의 행복의 크기를 무한대로 늘려줬습니다.

여행… 계속 미루다 보면 자꾸자꾸 멀어지는 명제입니다. 지금, 더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곧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리 떨릴 때 말고 가슴 떨릴 때….

 

**********************************************************************

 

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Previous article엄마도 영어 공부 할 거야! 109강 가을은 겨울보다 더 좋은 계절이에요.
Next article상표권 Trade M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