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및 주거환경 지원 등 입원 후 받은 ‘컴팩 서비스’ 큰 도움

“시부모님과의 동거 13년… 함께 한 시간 잊을 수 없어”

본 칼럼은 호주에서 살아가는데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가운데 이민자들이 호주사회로의 순조로운 융합을 돕기 위한 뜻에서 기획됐다. 노인과 장애인 복지 서비스를 포함,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 뜻하지 않게 만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관의 도움으로 이를 잘 극복한 사람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를 포함, 사랑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한인커뮤니티에서 필요로 하는 내용들을 제공한다. 이번 호에서는 카스 한인노인복지팀 김연희 팀장으로부터 김 팀장의 시 부모님이 생존 시 받았던 ‘컴팩 (ComPacks)’ 서비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01_호주 자주 방문하다 자식들과 함께 살고 싶어 13년전 이민

캠시 홈케어패키지 고객을 위한 누림그룹에서 만든 작품

결혼하자마자 호주로 이민 온지도 30년이 지났다. 이제는 한국에 살았던 세월보다 호주에서 지낸 세월이 더 많아 호주 생활과 문화가 더 익숙해져 가고 있다. 한국에서 가족과 직장을 뒤로 하고 언어와 문화가 다른 호주로 처음 도착했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다. 많은 이민자들이 겪는 과정이지만 언어문제로 인해 호주에서의 취업을 위한 적절한 자격증이 없어 새로운 땅에서의 정착은 쉽지 않았다.

아이 둘을 낳고 키우면서 영어를 배울 기회가 있는 곳이면 열심히 찾아 다니고, 호주사회를 알고 싶은 마음에 TAFE에서 사회복지서비스 (Community Welfare services) 과정을 공부했다.

마침 아이들이 커가면서 시간여유가 생겨 한 복지기관에서 봉사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2008년부터 카스 노인복지서비스부서에서 일하게 되었다. 올해로 근무 15년째가 되었으니 카스와 함께 한 시간 속에서 카스의 성장을 지켜보는 자리에 한국인으로 가장 오래 있게 된 셈이다.

그때 일하면서 어르신들을 위한 ‘가정방문지원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한국 커뮤니티에도 이 서비스가 소개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서비스를 알고 실제로 이 서비스를 받고 있는 분들은 그 당시 10명도 채 안 되었던 것 같다. 그 만큼 가정방문지원서비스가 생소했던 것이다.

이민 역사가 짧고 부모님의 노후는 자녀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데다가 노인복지서비스 받는 것이 부끄러운 것으로까지 인식되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서비스가 차츰 알려지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현재는 많은 분들이 홈케어서비스 혜택을 누리고 있다. 카스에서 처음 일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노인복지서비스에 대한 인식과 이용자 수 등을 비교해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시부모님은 호주를 자주 방문하시다가 이곳에서 자식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2010년 이민을 오시게 되었다. 우리 집은 당시 교민밀집지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두 분은 한국인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캠시까지 버스를 타고 어르신들 모임에 적극적으로 다니시며 이국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셨다.

앞뒤 정원을 텃밭으로 만들어 여러 가지 야채를 심고 키우셨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일은 텃밭에서 아버님이 채소를 키우는 일을 하시면 어머니는 일을 도와드리지는 않고 의자에 앉아 노래를 불러드렸다.

 

02_아버님 퇴원 전 병원 사회복지사 통해 컴팩 서비스 제공

1남 3녀의 자녀와 손자 손녀 4명을 둔 두 분은 다복하고 행복한 삶을 사셨다.

일을 마치고 집에 와 보면 꽃밭이 텃밭으로 바뀌어져 있어 꽃을 좋아하는 나는 텃밭으로 변해버린 정원을 보며 놀랄 때도 많았지만 아버님이 좋아하셔서 불평할 수가 없었다. 대신에 끼니 때마다 싱싱한 야채를 먹을 수 있는 축복을 누릴 수 있었다.  그때 먹었던 상추, 더덕, 열무, 도라지 등을 잊을 수가 없다. 이제 돌보는 이가 떠나버린 그 텃밭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호주에서 우리 가족과 함께 산지 3년이 지난 어느 날 시아버지가 어지러워 쓰러질 뻔한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정밀검사 결과 폐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정든 한국생활을 다 정리하고 노년에 자녀와 함께 살겠다는 간절한 소망으로 이민을 오셨는데 아버님의 폐암 진단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노인복지서비스에 대해 잘 알고 있던 나는 아버님이 퇴원하기 전 병원 사회복지사와의 상담을 통해 여러 가지 필요한 서비스를 요청했다. 퇴원 후 직원이 와서 샤워, 운동, 음식 준비를 단기간 해주는 컴팩 서비스 (ComPacks: Community Packages)를 받게 되었다.

거동이 불편하므로 샤워 화장실 의자 (shower commode), 보행 보조기 (walker), 화장실 주변 보조 기구 (toilet surround) 대여를 요청했다. 그 뿐 아니라 단기서비스와 연결해서 가정방문서비스인 홈케어 패키지서비스 (HCP: Home Care Package Service)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심사를 요청했다.

아버님은 퇴원 후 요청한 장비들이 집으로 배달되고, 직원이 와서 여러 가지 도움을 제공하니 “우리 며느리가 이 모든 걸 해주었다”면서 며느리 칭찬을 많이 하셨다. 나도 내가 하는 일이 실제적으로 부모님 상황에 직접 적용되어 실제적인 도움을 드리게 되니 기쁘고 우리 한인어르신들이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홍보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아버지의 사례를 소개했다.

아버님 퇴원 후 집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갈 즈음 어머니가 밤중에 화장실을 가다가 넘어져 엉덩이 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긴 치마를 즐겨 입으시던 어머님이 치마에 걸려 넘어지신 것이다. 당시 아래 채에 살고 계셨는데 거동이 불편한 아버님은 이 사실을 알리러 올라오지도 못했고 어머니는 넘어지신 채 아침에 우리가 발견할 때까지 바닥에 누워 계셨다.

앰뷸런스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되고 곧 바로 수술을 받으셨지만 어머니가 병원에 계시는 동안 시아버지는 소천하셨다. 어머님은 회복되지 못한 몸으로 휠체어에 앉아 장례식에 참석했다. 그 한 해는 정말 정신이 없었던 상황만이 기억에 남아 있다. 어머니가 퇴원하실 때도 역시 시아버지가 받았던 단기서비스 즉, 여러 가지 장비대여 그리고 장기서비스를 위한 심사요청을 병원 사회복지사를 통해 신청할 수 있었다.

 

03_시부모님은 노인복지서비스로 양질의 삶, 나와 남편은 직장생활

오왕세, 권경호 어르신의 다정했던 생전 모습

어머니 또한 서비스를 받게 되어 거의 매일 직원이 와서 샤워와 쿠킹, 같이 운동하고 노래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주었다. “홈케어 서비스 때문에 호강한다”면서 직원이 오면 박수를 치면서 “어서 오니라” 하며 반가워하셨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 넘쳤다.

어머님은 작년에 방에서 또 넘어지는 사고를 당해 엉덩이 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았는데 설상가상으로 암 진단까지 받았다. 병원에서는 거의 거동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니 양로원으로 모실 것을 권유했지만 우리 부부는 집에서 최대한 돌보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병원에서는 집에서 돌볼 때 필요한 장비들을 대여해주고 호이스트 (Hoist: 거동 못하는 분들을 옮길 때 사용하는 장비) 사용교육도 시켜주었다. 몇 달을 집에서 편하게 지내신 어머니는 작년 10월 소천하셨다. 돌아가시기 한 달 전쯤 손녀딸이 임신해서 초음파 사진을 보여드리며 “할머니, 증손자 태어나는 것 볼 때까지 사셔야 해요” 하자 대답은 안 하시고 초음파 사진을 흔들면서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 정말 행복합니다” 노래를 부르셨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동안 홈케어서비스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부모님은 정부의 노인복지서비스로 인해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었고 나와 남편은 직장생활을 계속 할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호주의 노인복지서비스에 대해 잘 알고 이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면 좋겠다. 지금은 하늘에 계신 시부모님이 그립고 보고 싶다.

컴팩 서비스 (ComPacks: Community Packages)는 NSW주립병원에서 퇴원하는 환자들을 위한 비임상적인 가정간호서비스 패키지로 환자들이 집에서 필요한 돌봄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궁극적으로 어르신들의 독립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목적을 둔 서비스로 서비스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일상생활 지원서비스: 환자의 전반적인 돌봄과 지원에 대한 의료진의 계획 수립 후 환자의 원활한 일상생활을 위해 개인적인 돌봄 지원 (목욕, 옷 입히기, 세안 등), 약물관리, 식사준비, 경미한 가사청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 주거환경 지원서비스: 안전하고 편리한 거주를 위한 주거공간 재구성 프로그램으로 가구배치 변경, 경사로나 승강기 설치, 주거시설보완 (화장실 안전 장치, 샤워의자 등 설치), 안전장비제공 (보행보조기, 안전낙상방지매트, 손잡이 등)

* 이외에도 환자의 사회적, 정서적 건강을 돕기 위한 상담 등 추가적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컴팩 서비스에 관한 보다 상세한 정보는 www.health.nsw.gov.au/ohc/Pages/compacks-patient-brochure.aspx를 참조하면 된다.

 

 

카스 칼럼은 유튜브 영상으로도 제작되고 있습니다. 공식 페이스북: facebook.com/CASSKorean / 네이버카페 cafe.naver.com/cassko / 카카오톡 아이디: CASSdsKorea / 카카오톡 채널 pf.kakao.com/xjdKxgs (링크 클릭 후 화면 상단의 ch+ 이미지를 클릭하면 추가 됨)

 

 

Home - CASS Care 카스 노인복지팀 상담 및 문의: 02 9718 8350, 0418 350 201, Bonnie_Park@cass.org.au

 

Previous article내 마음 가꾸기
Next articleNSW 공공책임청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