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고 영리한 사람들은 일찌감치 다 장치를 해두고 있었습니다. 자신 소유의 집을 자식명의로 돌려놓고 정부주택을 받아서 사는 사람들도 있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적지 않은 돈을 자식들 앞으로 넘겨놓고는 에이지펜션 (Age Pension)을 꼬박꼬박 받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이스트우드의 한 식당 사장은 돈이 모일 때마다 집을 사 모아서 집이 일곱 채나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밖에도 이런저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크고 작은 부동산을 사놓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한때 집을 두 채 가지고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스트우드로 이사오면서 우리가 살던 수영장이 딸린 950스퀘어미터짜리 웬트워스빌 집을 팔지 않고 렌트를 줬던 겁니다. 저의 ‘영원한 멘토’ 김희기 회계사의 조언에 따라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불의의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후 저는 1년여만에 그 집을 처분해버렸습니다. 렌트비만으로도 홈론이 충분히 커버되고 있었지만 부동산중개업소에 관리를 맡겼음에도 이것저것 해달라는 게 많아 귀찮았고 평소 ‘우리가 살 집만 하나 있으면 된다’는 헛똑똑이식 제 사고방식, 거기에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지인의 종용도 한몫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집을 팔고 난 후 채 1년도 안돼 집값이 세 배, 네 배로 뛰는 걸 보면서 아차 싶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후였습니다.
저보다는 훨씬 많이 똑똑한 아내는 우리도 디포짓만 걸고 집을 좀 사놓자고 여러 번 제안했지만 ‘우리가 살 집만 하나 있으면 된다’는 저의 생각을 돌려놓지는 못했습니다. 조금 조금 모아뒀던 돈으로 두세 채의 집을 사서 속된 말로 렌트를 돌렸으면 거기서 나오는 돈으로 홈론을 충분히 갚아나가고도 남을 상황이었지만 결국 저는 아내의 말을 무시하고(?) 그 돈으로 웨스트라이드에 <코리아타운>이 쓸 사무실을 샀습니다. 결과적으로 희대의 사기꾼 세입자를 만나 막대한 손해를 보고 팔아버렸지만 말입니다.
저희 헛똑똑이식 사고방식은 이후에도 유감없이(?) 발휘됐습니다. 아무리 온라인파워가 거세졌지만 우리회사에서 계속 황금알을 낳는 거위까지는 아닐지라도 먹고 살 만큼의 돈은 나올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졌습니다. 거기에 웨스트라이드 사무실에서 나오는 임대료 수입이면 은퇴 후 에이지펜션 같은 건 안 받아도 아내와 저의 노후대책으로는 충분할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교민매체 시장상황은 계속 안 좋아졌고 제가 은퇴를 해도 딸아이나 아들녀석이 회사를 계속 이끌어갈 것으로 생각했던 것도 저만의 오산이었습니다. 2012년말 ‘달라는 대로 주겠다’던 회사매각 제안을 칼같이 거절했던 걸 후회해봤지만 역시 버스는 떠난 후였습니다.
‘껄껄껄 하는 삶을 살지 않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하지말 껄, 그때 그 말을 들을 껄, 있을 때 잘할 껄’ 등등의 후회를 빗댄 말인데 저에게도 껄껄껄이 참 많았습니다. 제가 66.5세가 되던 2022년 8월 5일부터 받을 수 있었던 에이지펜션을 알량한(?) 회사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여지껏 못 받고 있습니다. ‘에이지펜션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명의로 돼있는 모든 것들을 늦어도 5년 전까지는 정리해둬야 한다’는, 아는 사람들은 전부 다 아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헛똑똑이인 저는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새로 지을 집을 네 차례에 걸쳐 30만불을 들여 리노베이션을 한 것도 모두모두 제 ‘껄껄껄’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들입니다.
한국에서도 그랬습니다. 지가 뭐 대단한 애사심 넘치는 존재라고 1년 반 동안 월급 한푼 안 받고 부도난 회사 살리기에 앞장섰는가 하면, 이후 옮겨간 회사에서는 인감증명도 필요 없이 간부들이 회사 은행대출서류에 싸인만 하면 된다는 사장의 말에 무심코 싸인을 했다가 은행 빚을 떠안기도 했습니다. 결국 저는 이 두 가지 찌질한 짓으로 인해 어렵게 마련한 서른 두 평짜리 아파트를 날리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월급 안 받고 회사 살리기 헛발질을 할 때만 해도 여기저기에서 오라는 데가 많았지만 침몰해가는 회사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그 난리를 떨었던 겁니다. 저를 비롯한 찌질한 직원들이 그 고생을 하는 와중에도 사장이란 사람은 자기 몫 챙기기에 급급했는데도 말입니다. ‘지팔지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 팔자 자기가 꼰다’는 신조어입니다. 나름 똑똑하다고 자부하며 오랜 세월 기자생활을 해온 헛똑똑이… 한국에서나 호주에서나 여러 가지로 지팔지꼰을 계속해온 저는 지금 어쩌면 그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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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생. 한국 여성지 <여원> <신부> <직장인> <젊은엄마> 기자 및 편집부장, 호주 시드니 <코리아타운>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일함.


김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