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하는 사람들은…

4년 전에도 그는 울보였습니다. 2015년 1월 31일 시드니에서 열렸던 ‘2015 아시아축구연맹 (AFC) 아시안컵’ 한국과 호주와의 결승전… 우리는 빽빽이 들어찬 호주인 관중들 틈에 섞여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의 경기를 지켜보며 120분 동안 환호와 탄성을 거듭했습니다.

한국이 0대 1로 뒤진 상태에서 전광판 시계가 멈췄고 ‘이젠 틀렸구나’ 싶었던 후반 추가시간… 그가 거짓말처럼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내며 우리의 함성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연장전에서 다시 한 골을 뺏기면서 한국이 1대 2로 패했고 경기가 끝난 후 손흥민 선수는 슈틸리케 감독에게 안겨 펑펑 눈물을 쏟았습니다.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게 스포츠이지만 여린 마음을 가진 그는 터져 나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주체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새벽, 이번에는 한국팀의 경기가 아니었음에도 가슴을 졸이며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2018-19 유럽축구연맹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하지만 그가 속한 토트넘은 경기시작과 동시에 맞은 페널티킥의 불운을 극복하지 못하고 0대 2로 우승의 문턱에서 주저 앉았습니다.

풀타임을 소화하며 유효슈팅을 세 개나 기록했던 그는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 누웠고 눈가가 촉촉이 젖어 있었습니다. 토트넘 선수들 중 맨 마지막으로 시상대에 올라 준우승 메달을 받는 ‘울보’의 눈에서는 여전히 물기가 마르지 않았습니다.

비록 패했지만 손흥민 선수는 독보적으로 잘 싸웠고 그날 토트넘 공격수들 중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습니다. 우리와 같은 피를 가진 그가 뛰고 있는 팀이기에 토트넘을 향해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내는 건 어찌 보면 저 같은 바보로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병신 같은 게 왜 찔찔 짜고 지랄이야? 쪽 팔리게. 그럴 거면 지가 골을 넣든가’로 시작되는 악플들…. 대체 그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심한 이야기들을 스스럼 없이 내뱉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곳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4월 28일 밤, 우리 일행도 부다페스트에서 환상적인 조명 속의 다뉴브강 야경에 매료돼 있었습니다. ‘배가 너무 낡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보다 더 크게 든 생각은 ‘어? 왜 구명조끼를 안 입지?’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곳뿐만 아니라 슬로베니아에서 나룻배(?)를 탈 때도, 크로아티아에서 보트를 탈 때도 구명조끼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같은 생각과 걱정은 잠시뿐… 우리는 그런 걱정들은 뒤로 한 채 예쁜 추억들을 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설마’ 했던 생각이 불과 한 달만인 지난달 29일 밤, 끔찍한 사고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상한(?) 사람들은 ‘골든타임은 3분’부터 시작해서 각종 막말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대체 그 사람들은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있길래 그토록 무서운 말들을 거침없이 꺼내놓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국정농단으로 특검에 출두하던 최순실이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라고 외치자 어디선가 날아들었던 청소아주머니의 비수 같은 세 마디… “염병하네! 염병하네! 염병하네!”와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탤런트 염정아가 유행시켰던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라는 말을 그들에게 던져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과는 아주 거리가 먼 그런 사람들이 이른바 지도층에 있는 것도 그렇고 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먹고 잘 살고, 게다가 더 오래 사는 걸 보면 ‘세상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지금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분들의 명복과 그 가족들의 아픔이 최소화 되고 속히 치유되기를, 그리고 사고에서 살아남은 분들도 하루빨리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소망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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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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