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한인들끼리의 지나친 경쟁, 제살 깎아먹는 행위는 철저히 지양해야

몇 년 전 필자의 학교에 짧은 감사가 들어온 적이 있었다. 추측하기로는 경쟁상대의 대학에서 실제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을 정부부처에 신고한 것이었다. 그 덕택에 우리 학교는 감사를 받아야 했고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고 잘 넘어갔으나 시간과 에너지를 쓸모 없는 것에 많이 낭비해야 했다.

 

01_무엇이 정의인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한국인들은 제살 깎아먹는 일을 아주 많이 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도 많이 있으며 호주 전체 인구에 비하면 한인들은 너무나도 적은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끼리 싸우느라 더 큰 일들을 도모하지 못하고 한인커뮤니티라는 틀 안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치 호주에는 한인공동체만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한인마트가 잘되는 것 같으니 한때는 한인마트가 우후죽순으로 많이 생겼고 빵집이나 커피숍이 잘되는 것 같으니 여기저기 빵집과 커피숍을 여는 일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호주에는 한인들만 있는 것이 아닌데 한인공동체를 유일한 삶의 터전으로 생각하며 그 안에서 다툼하며 경쟁하며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는 것은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한인들의 숫자는 정해져 있는데 비슷한 업종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서로 경쟁하고 가격은 내려가고 일은 더 힘들게 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다. 예를 들어, 타일회사가 입찰을 하려 하는데 또 다른 한국회사가 경쟁적으로 가격을 깎아서 들어와 입찰을 따낼 경우 경쟁해서 성공을 했는지는 모르나 결국 한국인 기술자들은 더 열악한 조건으로 일을 하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불법체류자가 있는 경우에 중국인은 셔터를 내려서 자신의 집에 숨겨주고 한국사람들은 도망가다 셔터 속으로 들어간 사람을 보면 저속에 들어갔다고 신고해버린다는 이야기…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지만 참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야기이다.

‘무엇이 정의인가?’라는 질문을 하면 어쩌면 불법체류자를 신고한 한국인이 더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의라 할 때는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의 태도나 동기가 고려되어야 한다.

 

02_동기가 잘못됐다면 아무리 옳은 일도 도덕적인 일 아니야

일부 사람들은 감정적인 결정들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어 관계가 좋고 나에게 유익이 될 때는 모든 것을 다 수용하다가 관계가 나빠진 경우 또는 나에게 더 이상 유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정의라고 하는 칼에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 일들을 행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신고를 하는 경우도 보면 그것이 정의로운 일이라고 생각되어 일어나는 일이라기 보다는 관계가 틀어져서, 질투로 인해서, 자신의 현재 유익을 위해서 그런 일들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동기가 잘못되었다면 아무리 옳은 일도 도덕적인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정의라는 이름으로 내가 결정하고 행하는 일이 있다면 내면의 동기를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호주에 살고 있으면서 한국인은 소수민족이며 특히 이민자들의 1세대들은 주변인이라 볼 수 있는데 이런 소수민족이 호주에서 정착하며 힘을 행사하고 영향력 있는 존재로 기여하며 잘 살아가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한국인들끼리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있고 그것을 잘 지켜나갈 때 한인공동체는 호주에서 위상이 있는 민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한인들끼리는 경쟁하려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잘된다고 해서 비슷한 업종을 자꾸 만들어 경쟁하는 일은 멈추어야 한다. 오히려 잘 되는 아이템이 있다면 호주사회에 어떻게 하면 확장시켜 적용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해서 한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호주사회를 겨냥한 전략이 필요하다.

 

03_추가공급 필요하지 않다면 똑같은 일 시작하는 건…

비슷한 업종을 하고 싶을 경우에 잘 되는 것처럼 보이니 무조건 차리는 것이 아니라 사전조사를 통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이해하고 추가공급이 필요하지 않다면 똑같은 일을 시작하는 어리석음을 멈추어야 한다. 적은 밥그릇에 숟가락 하나 더 올리려는 태도는 버리고 새로운 나의 밥그릇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같은 영역에서 일하는 한인들끼리는 경계선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존중하며 상호협력에 힘써야 한다. 같은 경쟁관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는 일들은 멈추어야 한다.  최근 전 세계는 안방처럼 네트워크를 하고 있고 기업들도 합병하는 일들이 많이 있기에 나만 잘되려 하기보다 같은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하며 협력하는 일들이 필요하다.

이상적인 그림이긴 하지만 예를 들어, 학교의 경우 한 부분에서 뛰어난 좋은 교수가 있으면 학교들에서 경쟁하여 독점하려고 하지 않고 여러 학교에서 그 분야를 가르칠 수 있다면 더 깊은 연구와 발전이 있을 수 있고 학교들은 그 분 전체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렇게 되면 상대 학교를 비난하는 일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조금만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큰 그림으로 상황들을 바라볼 수 있다면 이런 일들이 가능할 수 있다. 작은 예로, 예전에 비해 한인커뮤니티 안에 있는 교회들이 서로 경쟁하지 않고 협력해서 일하는 모습들을 보는 것은 그런 일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그림이라 생각된다.

 

04_‘이태원 클라스’에서 배운다

세 번째, 가능한 한인공동체를 보호하고 한인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최대한 돕고자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타 민족이나 호주인들에게 한국인의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스스로 프라이드를 가지고 한국인의 명예에 실추가 되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비윤리적인 문제가 생기거나 갈등이 생기면 그것을 최대한 개인적인 차원에서 또는 한인들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먼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 등이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더 나아간다면 소수민족의 권익을 위하는 일이 있다면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인으로서 호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시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조언이나 도움을 주어서 위험에 빠뜨리려 하지 않고 서로 서로를 도우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송됐던 ‘이태원 클라스’라는 한국드라마가 있는데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자신이 시작한 비즈니스가 잘 되지 않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동네상권을 경쟁력 있게 하기 위해 이웃집 간판을 바꾸어주는 일들을 한다.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오지랖일 수 있지만 그에게는 이웃 식당이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공생하는 관계라는 의식이 있다. 결국, 그렇게 해서 주인공은 성공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호주에 살면서 우리 한인들에게도 어쩌면 이런 태도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는 아침이다.

 

글 / 김 훈 (호주기독교대학 학장·호주한인생명의전화 이사장·상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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